회사에서반말하는건에 대하여
기안: 박대표 (반말합시다!)
전결: 최사원 (제가 왜...?)
태초에 수평어라는 게 있었다. 그리고 없어졌다
동방예의지국답게 대한민국은 어찌나 존댓말이 잘 되어 있는지, 나이가 한 살만 차이나도 깍듯이 존댓말을 하고 칼같이 상급자로 호칭한다.
(잘 하진 못하는) 영어를 배우면서 한 가지는 엄청 편했던 거 같다. 누구에게나 편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
수평적인 대화의 장점은 실로 어마무시했다.
그대로 외국계 회사로 갔으면 좋았겠지만 대한민국 서울에서 일을 시작했다. 대표님 이사님 과장님 대리님의 홍수 속에서 익숙해져 갈 때쯤, 회사를 나왔고 창업을 했고 우연히 '수평어' 를 만나게 되었다.
수평어란?
나이, 직위 등 사회적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평서어
우와.. 세상에 이런 게 다 있구나! 한동안 직접 회사를 차려 대표였던 시절. 대표라는 권력을 남용하여(?) 조직에 수평어 사용을 강제하였고(??) 결과는 모두가 대만족.
해당 사업체는 이런저런 어른이의 사정으로 끝을 보게 되었지만 한번 경험한 수평어의 편리성과 효율성은 잊히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일하고 싶은 조직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
"수평어를 쓸 수 있는 조직."
모두가 수평어 사용을 강제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종류의 권력 남용일 수 있으니 적어도 수평어 라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원하는 사람은 쓸 수 있는 조직을 애타게, 애타게 찾아 헤맸다.
다행히 니도컴퍼니도 이런 문화에 높은 공감대와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고 전체 멤버가 수평어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합의된 관계에서는 자연스럽게 존중을 기반으로 하여 수평어로 대화하고 있다.
가장 자랑스러운(?) 예시는 나이가 가장 많은 멤버와 가장 젊은 멤버가 자연스럽게 수평어를 쓰고 있다는 것. (이만큼 조직문화를 잘 보여주는 예시가 있을까?)
수평어의 장점은 100개 정도 되지만 가장 강력한 것은 '자유로움'이다.
평등한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안정감과 편안함은 더 많은 의견 교환을 만들어낸다.
절대적인 길이가 짧아지니 커뮤니케이션이 효율적으로 되는 것은 덤. (심지어 브런치 소재 관련 대화를 할 때도 최사원이 "이거 써"라고 골라줬다)
수평어를 쓴다고 하면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그럼 전부 야, 너 하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수평어의 정의에서도 밝혔지만 수평어의 핵심은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이다. 항상 수평어를 쓰는 건 아니다. 특히 아쉬운 게 있을 땐 존댓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물론 은근슬쩍 "야, 자" 하면 조금 재미는 있다. 들키지 않을 만큼만 하자)
이렇게 끝내주는 수평어의 장점만 늘어놓고 글을 마무리하고 싶지만 미세한 단점을 굳이 찾아보자면,
외부 미팅 시 실수할 수 있다.
실제로 협력사와의 미팅에서 무의식 중 나온 수평어로 약간 머쓱했던 상황이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 조직은 수평어를 쓰고 있다는 자랑으로 어필하면 되니
"역시 수평어는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