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선 누구라도 마음을 열게 된다. 처음 들은 메뉴를 주문하고, 꿈만 꾸던 타투를 해보고, 전혀 필요하지도 않은 엽서와 마그넷을 사는 것처럼. 이때 느끼는 짜릿함은 타깃 부위에 정확한 자극을 먹였을 때도 마찬가지로 찾아온다.
'어떻게 엉덩이를 저렇게 드러내고 다녀?''뱃살, 옆구리살 너무 신경 쓰인다...'라며 레깅스 위엔 반드시 긴 상의만 고집했던 나. 2년이 지난 지금 과감한 민소매 브라탑을 사질 않나, 조만간 '날씬이'의 상징 밝은 레깅스도 살 기세다. 여행도 다닌 사람이 잘 논다고 하지 않던가? 운동도 할수록 몸이 변하는 재미에 점점 더 드러내고 싶어지는 게 사람 욕심인가 보다.
시도를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정말이지 나는 근력운동을 싫어했다. 그냥 재미가 없었다. 왜 굳이 무거운 걸 들면서 힘을 빼는지 모르겠고, 그런 건 울끈불끈 근육맨들이나 하는 운동이라 생각했다.
'이게 재밌다고? 한 번 해볼까?' 호기심에 시작했던 바벨 스쾃. 맨 몸도 힘든데 이 쇳덩이를 짊어지고 스쾃을 한다고? 말이 돼?
지금은 60kg 원판을 세팅하고 있다. 2년 새 40kg가 늘었네. 아니, 그것보다 다리 라인이 완전히 달라졌다.
헬스의 꽃 3대 운동이라는 바벨 스쾃,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나와는 안 어울릴 줄 알았지. 지금은 3대 200을 꿈꾼다. (상상만 해도 짜릿해!)
2년 전, 20kg 바벨과 씨름하던 내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은 쩔쩔매도 나중에 너 되게 잘할 거야. 그리고 너 운동 즐기게 된다? 안 믿기지?"
저마다 목적은 달라도 과정 속에 성장한다.
목적지와 이루고 싶은 소망은 모두 달라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시도하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여행 작가들은 여행지의 풍경보다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 들었던 생각을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한다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운동할 때도 ( 세트, 무게, 쉬는 시간 ) 이 숫자보다 몸에서 느껴지는 자극이 어땠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근육에 자극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순간 헬스장이 놀이터로 변신한다.
오?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어내는 힘을 주니까 더 잘 들리네?
흠.. 왜 스쾃에서 상체가 살짝 앞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네.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