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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리브레 Jan 02. 2022

우린 모두 같지만 난 다르게 행동할 거야


환자를 상대하는 일은 초고위험 레버리지 투자 같다. 내 몸과 정신을 갈아낸 덕 또래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값진 교훈을 얻었때문.

몇 년 간 숱하게 같은 말만 반복하는 감정 노동, 자신의 결핍을 투사하여 쏘아대는 무자비한 말들에 한 없는 우울 속에 빠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레버리지로 삼았던 경험을 풀어본다.



사람 상대하는 거 힘들지... 근데 다들 똑같아.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우리 다 그렇게 너 키웠어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이 즐겁지 않았던, 어두운 과거를 꺼내본다. 24살 첫 직장에선 직장 동료들에게 시달리고, 26살 두 번째 직장에선 환자에게 시달렸다. 지하철 이용하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이 정말 싫었다.

부모님 눈에는 너무 힘들다고만 징징거리는 딸이 못마땅하셨겠지... 그렇게 난 서서히 마음의 문을 닫았고 우린 점점 멀어졌다.




힘들면 얘기해. 내가 있잖아



자신들이 꼭 답을 찾아줄 것처럼. 알지도 못하면서, 알고 싶어 하지도 않으면서, 몇 마디 듣고는 마치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것도 더는 듣고 있기 힘들었다.

 "아 힘들지. 신경 쓰지 말아 봐~ 운동하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풀면 되잖아? 좀 강해져 봐. 어딜 가나 그런 사람 꼭 있어"




약을 드셔야겠어요.  2년 걸릴 거 두 달이면 좋아져요.

건강검진에서 스트레스 수치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나뿐 아니라 우리 동료들 95%가.

약에 의존할까 두려워 우선 명상하며 자가치료를 해보겠다고집을 피웠다.



네가 우울증이라고? 전혀 아닌 거 같은데... 오버 떨지 마


이 말을 들은 후로 난 또다시 마음의 문을 닫았다. 사람은 모두 각자의 프레임 속에서 세상을 판단하고, 끝까지 내 편은 나 밖에 없다고. 그리고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고.




혼자 잘 살아내기 위해 시작한 마음공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남이 던진 불덩이를 손에 쥐고 뜨겁다며 괴로워하지 말아라. 그저 탁 놓아 버리라 - 법륜스님



마음공부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바괴로움은 내 선택이라는 것이. 남이 뱉은 욕, 모진 말 그건 상대의 입에서 나온 쓰레기에 불과할 뿐인데 왜 그걸 버리지 않고 나한테 가져와 덕지덕지 묻히면서 불평하고 괴로워하냐고. 현명해지라 법륜 스님의 말씀.

그랬다. 그동안 나는 대체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을 가지고 괴로워했던 거야?


이때부터 혼자 '반사 권법'을 사용해 쓰레기를 마음속에 두지 않고 튕겨내는 상상을 했다. 재밌기도 하고 일단 내 마음이 굉장히 편해다. 그러다 보니 내 태도가 달라져 발견하는 쓰레기의 양이 점점 줄었다.

몇 달이 지나니 쓰레기를 던지는 사람에게 들었던 원망이 측은함으로 바뀌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방식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호구된다고 함무라비 법전처럼 받은 대로 돌려주기도 해 봤다. 그 순간은 감정이 해소되고 통쾌한 듯했으나 곧이어 찾아오는 찝찝함과 후회. '이게 뭐라고... 그냥 더 잘해줄 걸'

영혼은 항상 진정 내게 이로운 길을 알려주고 있었고, 목소리를 따르기로 결심했다. 남들이 어떻게 해도 난 나이스 하게 행동할 거야. 그게 진짜로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이니


꺼려지더라도 남이 요구하는 대로 가급적 해주고, 내가 바라는 대로 해주니 점점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하루가 가득해졌다. '어떻게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서로 더 기분 좋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해보고. 세상 이기적인 줄로만 알았던 마음이 점점 열 신기했다.




난 나이스 하게 행동하는데, 돌려받지도 못하고 이러다 호구돼서 손해 보 어떡해?


처음엔 이 걱정이 드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확실히 안다. 그렇게 행동하는 게 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그래야 나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다는 것도.

지금도 수 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결심이 느슨해지기도 하고, 마음속에 쌓인 상처들이 자꾸 울컥울컥 올라와 아프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이 말을 가슴속에 새기며 분명히 더 자유로워지고 있다.

난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원하는 최고의 모습으로 행동할 거야!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과거의 감정을 해소하지 못한 채 억누르며 사는 내면 아이가 있다. 지금 내 현실은 억눌린 과거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게임다.

내 내면 아이는 자유를 원하고, 이걸 이루기 위해 이와 반대되는 자유롭지 않은 현실들이 계속 나타난다.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전과 다르게 행동함으로써 무의식의 카르마를 해소한다. 그렇게 점점 자유 가까워다.


*카르마

행위.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행위와 말과 생각.

행위와 말과 생각이 남기는 잠재력. 과보를 초래하는 잠재력.




"나는 오늘 호사가, 배은망덕한 자, 이기주의자, 거짓말쟁이, 질투에 사로잡히고 짜증에 가득 찬 인간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모두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선과 악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선의 아름다움과 악의 추악함을 이해하고 있기에 그들이 나와 닮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를 해롭게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으며 나를 추악함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이 또한 없다. 나는 내 형제들에게 화를 내지 않을 것이며 그들을 미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모두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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