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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룸매거진 Dec 07. 2023

해외 직장인 첫 출근의 추억

독일,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 직장인들이 떠올린 첫 출근의 추억


해외에서의 첫 취업, 첫 출근은 외국인으로서 긴장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는 느낌에 설레는 일입니다. 이번 독자 참여 코너에서는 일본, 프랑스, 독일, 스웨덴 해외 각 지에 살고 계시는 직장인 4분의 설렘과 불안함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첫 출근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해외 거주 이방인들의 일상 & 커리어스토리를 담는 유료 월간 투룸매거진 28호(2023년 4월 발행)에 수록된 콘텐츠입니다. 


독자 참여 코너

해외 직장인 첫 출근의 추억

에디터 박예진



<1> 프랑스 직장인


저는 파리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오를레앙이라는 도시의 대학 연구소에서 연구 엔지니어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해냈다!’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어요. 취직이 안 되는 걸로 소문난 사회학과 출신인 데다, 심지어 프랑스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임에도 결국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 궁금했고, 도시락을 안 싸왔는데 사람들이 다 도시락을 싸왔으면 어떡하지? 같은 자잘한 걱정과 함께 출근했어요.


사실 합격 통보 후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1월 초부터 근무를 시작해야 하는데, 크리스마스와 신년 휴가 때문인지 2주면 나온다던 노동허가증이 제때 발급되지 않아 애를 먹었거든요. 결국 경시청에 서류를 바리바리 싸 들고 찾아가서 겨우 허가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출근 첫 주 동안 지낼 숙소를 찾고, 기차표를 사는 등 많은 일들을 해결해야 했어요. 다시 떠올려봐도 정말 진이 쏙 빠지는 기억이에요.


이렇게 고생을 하며 시작한 첫 직장은 너무 좋았지만 3주만 일하고 이직했어요. 가장 가고 싶었던 다른 대학교 연구소에 합격하게 되어 2주 만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를 닮은 상사가 저를 붙잡을 땐 정말 마음이 아팠지만, 언젠가 또 보자며 산뜻하게 인사를 하고 저의 첫 직장 생활을 마무리했답니다. 

현 직장 사무실. 모니터가 세 개인 걸 보고 엄마가 주식하냐고 물어본 사진


첫 출근을 했던 당시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일단 에어비앤비에 살라고, 너무 성급하게 이사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어요. 직장에 천천히 시간을 두고 적응하라고, 첫 출근을 하자마자 일거리를 달라고 요구 좀 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저 사람들도 생각이 있어서 너에게 바로 일을 안 주는 거야!!”


참여자 소개

프랑스는 6년 반, 파리는 2년 반. 올해 1월 9일에 따끈따끈하게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연구 엔지니어입니다. 트위터 친구들의 고양이들이 최고 관심사예요.



<2> 일본 직장인


해외 생활을 하며 취업에 성공한 후, 첫 출근은 2019년 4월 도쿄에서였어요. 첫날에는 무척 설레고, 떨렸고, 혹시 실수할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나요.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이미 취업한 친구들을 만나 이런저런 조언을 듣기도 했지만, 이왕이면 본격적인 출근 전에 많이 놀아 두자는 생각에 엄마와 함께 둘이서 대만 여행을 다녀왔어요.


해외에서 첫 회사생활을 하면서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제 스스로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처음엔 일이 서툴렀지만, 다행히도 좋은 팀을 만나 게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듯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첫 월급을 받고서 바로 애플에 달려가 사고 싶었던 이어폰을 샀어요.


첫 출근을 했던 당시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

원래 다 그런 거야!


참여자 소개

도쿄에 산지 올해로 딱 10년이 되는 마케터입니다. 유학생 신분으로 와서 어쩌다 보니 대학원에 진학하고, 일한 지는 4년 차가 됐어요. 요즘엔 학생 때부터 하던 밴드를 회사 사람들과 다시 시작하게 되어 열심히 연습 중이에요.



<3> 독일 직장인


독일에서의 첫 출근 날은 2021년 2월 1일이었어요!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에 있는 오피스에 출근했는데 정말 떨리고, 무섭고,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하면서 온갖 감정들이 몰아쳤어요. 개발자로 일하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걱정도 많았지만 스스로가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낯선 곳에서 낯선 분야로 스스로의 힘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는 감각이 저에게 큰 용기가 됐어요.


해외에서의 첫 회사 생활은 일단 커뮤니케이션면에서 한국에서 일할 때 보다 오히려 마음이 훨씬 더 편했어요. 저희 회사는 외국인(비 독일인) 비중이 높고 영어로 소통하는데, 영어가 모두의 제1 언어는 아니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형식보다는 전하고자 하는 내용에 집중하는 편이어서 효율적인 말하기와 전달하기가 매우 중요해요. 서로 도와주고 함께 해내려는 협업 문화가 잘 정착된 곳이어서 주니어로 처음 일을 시작하기에 좋은 점이 있었어요. 다만 당시에 제가 첫 주니어 개발자였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잘 성장해야 하는 환경이기도 해서 그 점이 많은 도전이 되기도 했어요. 


첫 월급을 받고 나서는 월세와 공과금을 냈던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이케아에서 크고 튼튼한 나무 책상을 하나 샀어요. 그전에 쓰던 건 집주인이 전에 쓰던 작은 유리 책상이었거든요. 


재택근무 미팅 때 반려견과 함께


첫 출근을 했던 당시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하던 대로 해. 잘할 거야. 알지?”


참여자 소개

베를린 스타트 업에서 3년 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슬슬 이직각을 재고 있어요.



<3> 네덜란드 직장인 


2018년 네덜란드에서 취업 후 첫 출근을 했을 때가 제일 떨렸고 기억에 남아요. 영어권이 아닌 국가에서 일해보는 게 처음이어서 ‘과연 내가 여기서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던 게 떠올라요.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는 기본적인 언어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짧은 문장 몇 단어들만 외우긴 했지만요. 카페에서 일을 하니, 이름 물어볼 일이 많아서 특별히 네덜란드에서 인기 있고 자주 쓰이는 이름들을 검색해서 찾아보기도 했어요.


일 자체는 힘들지 않았지만 언어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잘한다고는 하지만, 공용어는 네덜란드어이기에 제가 그 나라 말을 잘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더해 묘한 부채감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일을 해서 받은 첫 월급으로 동료들과 한식당에 가서 외식을 했던 기억이 나요. 


암스테르담에서 일하던 시절의 출근길

첫 출근을 했던 당시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

“언어공부가 제일 중요하니까 열심히 하자!”


참여자 소개

스웨덴 스톡홀름에 거주한 지 1년 반. 카페에서 일하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서 지내던 1년 반 동안 스웨덴어를 많이 까먹어서 다시 스웨덴어를 공부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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