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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 Mar 26. 2024

[일상 이야기] 충동구매, 나의 소비패턴은 무엇일까

내 충동을 나조차도 제어할 수 없는데

초반 내 글에 미니멀 라이프를 언급했었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다. 물론 그것은 내 의지가 백 퍼센트 반영된 것은 아니다. 나의 직장 상황이 내 소유를 강하게 제한시켰을 뿐이다. 물론 미니멀라이프에 따른 쉬운 청소, 가벼운 물건들, 필요 없는 소비에 따른 심적/물적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대 환영이다. 다만 나는 소비 패턴에 있어서 충동성이 과하게 드러나곤 하는데, 오늘은 거기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볼까 한다.


나는 사는 것을 좋아한다. 스트레스를 받든, 우울하든, 화가 나든, 기분이 좋든, 모든 기분의 결과물은 구입이다. 뭔가를 살 때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 걸 알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친구와 나가 놀 때도 쇼핑센터가 있는 곳을 선택한다. 미니멀리스트가 된 지금도 버릇처럼 그런 곳을 선택했다가 후회한 적도 여러 번 있다. 눈에 보이면 뭔가를 사야한다는 압박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그렇다. 괜히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구입은 한계가 있다. 돈이든, 흥미든, 공간이든. 지금은 공간과 흥미에 한계가 생겼다. 그래서 구입을 멈추고 싶었다. 실제로 어느 정도 사지 않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까지는. 정확히는, 특정 카테고리의 물품들을 구입하지 않는 데 성공했다. 무게가 있고, 무겁고, 잘 쓰지 않는 무언가들. 나는 자잘한 정리용품과 집안 장식용 물건들과 책상들과 책들을 정리했고, 옷도 안 입는 것들은 싹 처리했다. 거기까지는 꽤 좋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엔 가방도 제법 정리했으니까!


하지만 사지 않으려고 '마음먹고', 샀던 물건들을 정리하여 필요없는 것을 되판 이후에도 삶은 이어진다. 나를 유혹하는 물건들은 때마다 생겼다. 나는 가끔 궁금했다. 왜 욕심에 번히 지는 것일까? 나는 이런 충동구매를 언제까지 하게 될까?분명 구입할 때까지는 충동구매가 아니었다. 정말이지, 항상 이런 저런 곳에 쓸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분명히 그 행동을 할 테니까, 그러면 거기에 쓰면 된다. 하지만 내 일상과 어긋난 물건은 결국 몇 번 쓰기도 전에 중고장터에 내놓곤 했다.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쓸 생각이 가득했는데...


그제서야 내게 물건을 산다는 것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는 충동임을 깨달았다. 몇 년, 혹은 몇 달, 며칠간 고민하고 구입을 선택한 게 사실 충동구매라는 것은 정말 맥 빠지게 만드는 일이었다. 대체 그럼 뭐가 충동구매이고, 뭐가 아닌걸까. 나는 그 사실을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미니멀 라이프를 좋아하고, 그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데 분명 컨트롤했다고 생각한 '충동구매'가 나를 이렇게까지 한계로 내몰 줄은 몰랐다.


처음에 나는 나 자신에게 굉장히 실망했다. 실망은 자기파괴로 이어진다. 구매하는 모든 것이 싫고, 내가 싫고, 다 싫고 싫었다. 뭔가를 먹는 것조차 짜증이 났다. 이 자기파괴를 달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이 충동을 아주 오랫동안, 그러니까 잊혀지기 전까지 구입을 고민하는 것 말고는 나 자신의 충동구매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결국 필요의 유무를 따지지 않고 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샴푸, 필요하다. 쌀? 당연하다. 이런 것들은 내 삶에 필요한 것들이다. 고민의 여지조차 없이 구입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고민을 한다는 것은, "고민의 여지가 있다" 는 것은 결국 "너는 쓰지 않을 물건이다"와 같은 의미가 된다. 너무 한심하게도, 그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이라는 그 말이, 다른 의미로 내게 유효했던 것이다. 고민은 쓸데없는 물건을 사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사지 않으려고 한다. 관심 물품들을 모두 지우고,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물건들을 모두 삭제했다. 앞으로 고민하는 모든 물건들은 그저 그 날의 고민으로만 남기려 한다. 정말로 필요하면 숨 쉴 시간도 없이 구입을 이미 했을 테니까. 나 자신의 충동구매를 막는 방법은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 뿐이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때로는 지고 때로는 이길 수도 있다. 승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최대한 물건을 사지 않는 것 뿐이다. 나 자신에게 몇 번이고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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