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carlet Nov 05. 2024

스마트폰 중독의 중독 탈출 분투기 1

2G 폴더폰으로의 변화, 그리고....

나는 모바일의 모든 변화를 거친 세대다. 집전화만 있었던 시절에서부터 2G폰을 거쳐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모든 변화를 체감했고, 모든 휴대폰을 사용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가 중독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꽤 늦게 알았다.


 중독임을 깨닫고 난 뒤 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그동안 내가 사용한 휴대폰의 변화와 더불어 글을 써 볼까 싶었다. 나라는 스마트폰 중독자가 중독을 탈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리고 그것이 내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말이다. 혹여나 나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과거에 거쳤던 수많은 실패들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내게 내 스마트폰이 생긴 건 취업한 이후 샀던 갤럭시 노트 2였다. 취업 전까지는 공부를 해야 해서 기존의 폴더폰을 썼는데, 취업한 기념으로 아주 비싼 폰을 하나 장만한 거였다. 스마트폰에 펜이 달려서 내가 가지고 놀기 참 좋았다. 큰 화면에서는 이런저런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나는 SNS라는 것을 처음 배웠다. 카카오톡을 설치했고, 트위터를 시작했으며, 인터넷의 수많은 익명 사이트들을 돌아다녔다. 세상은 수많은 비밀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몰랐던 정보들이 매일매일 터지도록 쏟아져 나왔다. 그 정보들로 잠 못 이루는 날이 매일 이어지던, 그런 나날이었다.


중독인걸 깨달은 건 내가 스마트폰 게임을 직장에서 끝없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건 좀 이상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가볍게 하는 잔소리조차 잊어버릴 만큼 나는 스마트폰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평소에도 덜렁거리는 편이었지만 스마트폰을 시작한 뒤로 깜빡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중요한 업무를 까먹을 때도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만사가 귀찮았던 거 같다. 왜 세상에 나와 스마트폰 단 둘만 남겨두지 않는 거냐고, 그렇게나 짜증을 냈었다. 문득 생각해 보니 그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 정말 문득 깨달음은 찾아왔다. 바쁜 업무가 사라지고 나 자신이 나 자신으로서 다시 설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내가 생각했던 수많은 할 일들을 제쳐놓고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는 나 자신에게 굉장히 실망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건, 그러니까 환경의 문제였다. 정확히는 내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 문제였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한창 옛날 것들에 마음이 빼앗길 무렵이었다.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였다. 내 생각에, 스마트폰에 대한 거리두기는 옛날 물건에 대한 환상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옛날 휴대폰, 옛날 카세트테이프, 옛날의 그 모든 것들... 나는 옛날로 돌아가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 중독에서 탈출하겠다는 핑계를 대며, 나는 그 시대에 몇 없는 폴더폰으로 휴대폰을 바꾸었다. 내가 고등학생 때 쓴 고아라폰이었다. 하얀 바디가 예쁘다. 나는 그 때엔 내가 이렇게까지 힘겨운 스마트폰 중독 탈출기를 겪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정말이지, 그 때는 폰만 바꾸면 다 될 줄 알았다.


문제는 빠르게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이 폰은 현대 사회의 변화를 그다지 잘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무지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터졌고, 사진을 찍고 카톡으로 주고받으며 문제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한 주에 한 번씩은 발생했다. 당연히 내가 가진 폴더폰으로는 아무것도 되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빌려 쓰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그 연락이 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고 짜증이 치솟았다. 휴대폰을 빌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계속할 짓은 아니었다.


이 상황 때문에 나는 서브폰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내가 사용하다 그만둔 스마트폰을 따로 들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와이파이만 되면 일단 카톡부터 시작해서 인터넷, 게임까지 돌아가는 스마트폰이 결국 내게 다시 돌아와 버렸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고아라폰을 거의 쓰지 않게 되었다. 업무를 보러 잠시 밖으로 나갈 때에도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다. 전화나 문자라는 간단한 업무만 할 수 있는 고아라폰 대신, 그 외의 모든 것들을 다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너무 편했다. 이 서브폰이라는 개념은 결국 지금까지도 존재하게 되었다.


첫 시작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일까, 하지만 나는 이 때 스마트폰을 바꾸려고 노력을 시작한 사실을 나쁘기 보지 않는다. 이 노력은 지금 나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 관리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노력이 쌓여서 큰 변화를 일으킨다. 그게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글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는데, 어쩐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정말이지,  변화는 한 번에 오질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 이야기] 아날로그가 너무 좋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