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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 Nov 12. 2024

스마트폰 중독의 중독 탈출 분투기 2

탈출을 위한 이런저런 시도, 그 두 번째와 세 번째

앞에서 나는 극단적인 휴대폰 변화로 스마트폰 중독을 탈출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안타깝게도 업무적으로 나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많이 겪었다. 그러고 나니 나는 고아라폰을 거의 쓰지 않고 있었다. 서브폰이 거의 메인 폰이 된 것 같았다. 이렇게 되자, 나는 고아라폰으로 기껏 폰을 바꾼 이유를 알기 어려워졌다. 정말이지,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때 나는 '넌얼마나쓰니' 라는 앱을 알게 되었다. 휴대폰 잠금 앱으로 알려져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앱이 내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무제한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금의 상황에 변화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 이 앱을 선택했다.


선택은 초반에는 매우 훌륭했다. 왜냐면 내가 아무리 쓰고 싶어도, 휴대폰은 단단히 잠겨 내가 열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설정된 시간에는 휴대폰을 하지 못하게 되니 자거나 다른 활동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잠금 앱은 단단히 스마트폰을 지켜줄 것으로 보였다. 다만 문제는, 그 단단한 앱을 설치한 주체가 나라는 점이다. 어떤 상황을 개선한 것이 '나의 의지'라면, 그 개선을 도루묵으로 돌리는 것 또한 나의 의지다. 그 의지라는 것이, 그렇게나 제멋대로다. 나는 진심으로 스마트폰을 더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의지가 약해진 틈을 타, 나는 제멋대로 설정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에 활용하는 앱을 늘렸다. 잠금 화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카카오톡 등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앱을 거기에 넣어 두었다. 다른 앱도 많았지만 특히 카카오톡을 열어둔 것이 가장 컸다. 카카오톡은 앱 자체에서 제공하는 쇼핑 및 대화 창구가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카카오톡 대화만 가능한 라이트 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빈틈을 활용했다. 카카오톡 쇼핑 창이 앱에서 막힐 때까지 나는 카카오톡을 스마트폰의 대리 창구로 써먹었다.


그 이후에는 폰 잠금 임시 풀기를 사용했다. 처음엔 15분만 더 하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잠금 해제를 활용한 뒤 앱 잠금을 취소해버리고 끝없이 스마트폰을 하는 나를 깨달았다.  되겠다 싶었다. 문자로 사진 하나 보내지 못하는 고아라폰을 떠나 보낼 시간이었다. 그 대신, 나는 딱 그 기능 하나만 더 추가된 휴대폰을 샀다. 바로, 블랙베리다.


 세상에, 아직 블랙베리라는 휴대폰이 남아 있다고요? 그렇다. 그리고 아직 새 휴대폰을 판다. 해외 직구이긴 하나, 일반 스마트폰보다는 압도적으로 싼 가격이었다. 나는 블랙베리로 폰을 바꾸었다. 연락처가 하나도 옮겨지지 않아서 꽤 고생했지만, 괜찮았다. 블랙베리는 적어도 문자로 연락할 수 있었고, 나름 스마트폰이라고 네비게이션 앱도 겨우겨우 다운받아 쓸 수 있었다. 나는 블랙베리가 좋았다. 부드럽게 눌러지는 키감, 매우 느린 인터넷이 좋았다. 네비 오류가 나면 한참 길을 찾지 못해 헤맸지만 그것마저도 괜찮았다.


문제라면 블랙베리가 정말이지 나를 싫어했다는 점이다... 나는 키패드가 부서져서 한 번, 액정이 깨져서 두 번의 블렉베리를 바꾸었다. 일 년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일 년에 세 번의 폰을 바꾸니 지쳐서 더 이상 블랙베리를 사고 싶지 않았다. 아니 다른 스마트폰도 잘 쓰는데, 왜 하필이면 블랙베리만 이렇게 나를 싫어한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긴 한다.


블랙베리는 인터넷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고아라폰보다 훨씬 자주 블랙베리를 들고다녔다. 다만 휴대폰에서 이미지를 옮기는 것이 꽤나 번거로웠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서브 폰을 사용했다. 블랙베리가 그렇게까지 나를 싫어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아직까지도 블랙베리를 사용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 때 나는 드물게 성공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블랙베리는 나를 대차게 외면했고, 나는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한다. 매일매일 도루묵이 되어가는 듯한 노력은 덧없는 것일까 하고. 그래도 계속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노력이 쌓이고 쌓여, 물길 하나를 조금씩 옮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하지 않은 것과 해 본 것은 충분히 다르지 않냐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실패의 반복은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실패를 생각지 않고 도전힐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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