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수가 유리구슬을 가득 채운 병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구슬의 갯수를 맞춰보라고 한다. 학생들은 제 각각은 다양한 값들을 유추했는데, 그 평균을 내어보니 871개였다. 그리고 실제 유리구슬의 갯수는 850개였다! 실제로 답을 맞춘학생은 없고, 심지어 터무니 없는 값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평균을 내어보니 정답으로 수렴했다는 이야기다. 개인은 부정확하지만 이들의 평균은 정답으로 수렴한다는 결론이다.
주식의 세계에서도 집단지성이 발휘되고 있다.
개인은 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이 제각각이지만, 그들의 평균값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며, 반응도 빠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급상승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주가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주가가 역의 관계라는 것은 굳이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투자자들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떨어져야 적당한가?"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 질문의 대한 답을 시장이 주가로 보여주고 있다. 마치 집단지성이 정확한 답을 찾아가는 것 처럼.
먼저, 장기간 미국에서 조사한 인플레이션과 P/E*의 관계를 확인해보자.
(*P/E는 Price/Earnig의 줄인 말로, 시가총액과 기업 이익의 비율이다. P/E가 20이라는 이야기는 연간 순이익 1억인 기업의 시총이 20억인 것이다. 대체적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이익대비 높은 주가, 고평가를 의미한다.)
위의 그림은 미국의 역사적인 P/E 값와 그 때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나타낸 표이다. 상당히 의미있는 커브를 보여준다.
인플레이션이 낮은 구간(<4%)에서는 P/E가 13~35배로 매우 넓게 분포한다.
이를 상관관계가 낮다고 표현하는데, 물가가 P/E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물가 외의 다른 요인(예를 들면, 정치적 이벤트)이 P/E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물가가 높아질수록 P/E에 강한 압박을 주면서 "예측가능한"수준으로 P/E의 범위가 좁아진다.
예를 들면, 인플레이션이 9%일 경우 P/E는 8~12배로 좁은 범위에 존재했었다. 즉, 물가가 낮으면 주가와 상관성이 낮지만, 물가가 높으면 주가 하락 방향으로 꽤나 의미있는 상관성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시장 하락은 빠른 금리인상에 대한 과잉 반응일까?
시장은 아니라고 한다.
금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8% 대까지 높아지면서, 주식시장이 빠르게 폭락했다. 현재 미국 주식의 P/E는 약 16배 정도로 낮아졌다. 너무 빠른속도로 그리고 지나치게 많이 폭락했다고 생각했는데, 과거 사례에 대입해보면 8% 대의 P/E 수준인 12배 보다도 여전히 높은 수치이다. 즉, 시장은 과잉반응수준으로 하락한 한 것이 아니었다. 적정가격을 빠르게 찾아간 것 뿐이다.
당신은 연말의 물가 상승률이 몇 %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시장의 P/E는, 연말에는 물가상승률이 4%~5% 수준까지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P/E 16배에 적합한 물가 상승률 수준)
과연 이번에도 수많은 시장 참여자의 집단지성이 정확한 가격을 도출한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참고: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된다면 어떤 섹터의 주식이 유망할까?
과거 약 50년간 사례에서는 에너지와 REITs 주식이 강한 면모를 보였다.
금년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위 2섹터 주식이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이고 장기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에너지와 REITs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주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