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워크숍
현재 저와 생추어리 작품 참여자들은 홍은전 작가님과 함께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글쓰기 워크숍이라고 하여 글을 잘 쓰기 위한 워크숍은 아니고 작품 주제가 동물권에 관련된 내용이다 보니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참여자들의 글은 동의가 필요하기에 먼저 저의 글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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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나는 동물’ 책을 읽을 때는 감정이 들쑥날쑥했다. 저려오기도 하고 가끔은 담아낼 수 없는 마음에 깊은 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책에 나오는 몸들에 내 몸이 반응하였다. 다시 숨을 고르고 두 번째 책을 읽을 때는 몸들에 대한 생각들이 계속해서 떠올랐고 더불어 춤에 대한 생각들, 작업에 대한 생각들도 함께 따라 왔다. 그러면서 이전에 했던 작업물, 나의 경험들과의 연결지점이 생겨나며 파편들을 모아보고 싶어졌다. 나의 파편과 책에서 찾게 된 조각들을 살며시 맞대어본다.
누군가의 등을 보고 있을 때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지 않지만 그의 표정이 드러날 때가 있었다. 어떨 때는 ‘얼굴의 표정’과 ‘등으로 드러나는 표정’이 다르게 보이는 이들도 있다. 학습된 표정,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사회화라고 해야할지 시스템화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바라본 사람들의 얼굴은 돌아선 등보다도 무심해 보였다. 강아지 태풍이와 살게 되면서 그의 표정을 본다. 나의 눈을 바라보고 무언가 느끼려고 하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웃고 슬퍼하고 화내고 실망하며 때로는 몸으로 부딪히기도 하며 같은 공간에서 살아간다. 얼굴이 있는 존재에게는 표정이 있다. 숨쉬는 태풍이의 등은 끊임없이 얘기를 한다. 그에게는 얼굴이 있고 표정이 있으며 그는 이야기할 권리를 가진 존재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로 한국이 붉게 타올랐을 때 미선이, 효순이 사건이 벌어졌다. 미군 장갑차에 치여 14살의 나이에 소녀들은 목숨을 잃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냥 있기에는 내 몸이 너무 타올랐다. 1년이 지나고 서울로 상경한 나와 여러명의 대학생은 미공병단으로 달려 들어갔다. 선을 넘고 들어갔다. 대한민국의 땅이지만 미국의 땅이었던 그 곳에서 우리는 바로 체포되었고 미군들보다도 더 흥분한 한국 아저씨의 말이 등뒤를 때려왔다. “너희는 총을 맞아도 할 말이 없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끌려간 우리는 독방에서 며칠을 보내고 풀려났다. 조사를 받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학생 없는 학생운동’에 지친 나는 넘었던 선을 다시 넘어 돌아왔고 군대로 향했다. 그 사건 이후로 나에겐 선을 넘는다는 것이 무척 두려운 일이 되었다. 책에서 만난 선을 넘는 몸들을 보며 그들의 용기보다는 두려움이 너무도 느껴졌다. 하지만 선을 넘지 않으면 닿지 않는 목소리들이 있기에 차마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라고 할 수 없다. 같이 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몸은 두려움을 알고 있고 그 선 주변에서 춤을 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건에 대해서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읽었던 책이 김한민 작가의 ‘아무튼 비건’이었다. 몇 년이 지났기에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가지 말은 계속해서 기억난다. 책 초반부에 나오는 말이었는데 ‘당신은 연결되어 있습니까?’였다. 예술을 한다고 춤을 춘다고 하면서도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돋보이기 위해서 남들이 말하는 잘 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면서 노력해왔다. 춤을 늦게 시작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나는 모범생처럼 한국 사회의 교육을 잘 받아왔고 한국 사회가 바라는 사회화가 잘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저절로 경쟁, 포상, 보상, 증명에 길들여져 있었다. 그럴수록 시야는 더 좁아지고 몸은 괴로워졌다. 그래서 입대할 때 빼고는 와본 적 없던 춘천이 맘에 들어서 춘천으로 왔다. 연결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대무용을 하니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서 연결되고 춤을 추고 싶었다. 지금 그 연결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쉬운 답은 없다. 다만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다른 몸들과 만나고 춤추며 연결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