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희 Jan 07. 2022

코로나의 추억

자발적 자가격리를 한 지 보름이 지났다. 특별히 달라진 일상은 없다. 외식을 끊은 것, 지하철을 타지 않는 것, 친구와의 만남을 미룬 것 정도이고 야외에서 하는 등산과 생활필수품을 사러 다니고 가족을 만나는 일들은 계속했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맛있는 음식이 주는 위로는 잊을 수 없다.  게다가 재료 쇼핑과 다듬기, 복잡한 조리과정, 상차림, 설거지로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생략해 주는 외식의 편리함을 한 평생 즐겼으므로  외식을 끊는 일이 내 삶에서 벌어지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오는 배달 음식이 건강에 좋을 것 같지 않고 좁은 집에 재활용품 쌓이는 것도 싫고... 유튜브 요리 영상을 보면서 음식을 해 보니 맛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충 흉내는 내는 것 같아 이리저리 해 보면서 달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슬금슬금 먹고사는 문제에 자신감이 생긴다. 옛날에 둘리라는 만화에 심취한 적이 있다. 대화 중에 안 해서 그렇지 했다 하면 잘한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돈을 벌었다 하면 재벌이요, 공부를 했다 하면 전교 일등이라는 것이었다. 요즘 내가 일류 요리사까지는 아니라도 이류 살림꾼은 된 것 같다. 


친구들과의 만남, 모임을 하지 않으니까 지하철 탈 일이 없다. 이 건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다. 카톡이 있고 정 얼굴이 보고 싶으면 영상 통화를 하면 되니까. 다만 영상통화의 부작용은 나와 친구 모두의 적나라하게 늙은 모습을 접하는 것이다. 


내 모습은 매일 거울을 보니까 익숙해서인지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티브이 같은 영상 속에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주름과 늘어진 근육으로 늙어 있어 객관적으로 나의 상태를 인지하게 일깨운다. 몇 년 전 산악반 모임에서 타 학교 산악반과 합동 산행을 했다. 거기 모여 있는 처음 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보다는 5,6년 선배 들일 거라고 생각하고 인사를 했는데 알고 보니 5,6년 후배들이었다. 내가 그들보다 더 늙어 보일 텐데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백신 패스를 대형 마트에 적용한다고 해서 생필품을 가까운 곳에서 조달하고 있다. 운동 겸 산책으로 대형마트까지 걸었었는데 이 부분은 좀 아쉽다. 


어서 코로나가 추억이 되는 시절이 와서 내가 그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반성하는 글을 쓰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나만의 성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