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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희 Feb 24. 2022

나는 계속 기다리는 중

내 아이들 중 딸들은 이미 정규 학업을 마쳤다. 늦둥이 아들은 아직도 학업의 여정을 들락날락 하고 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어떤 엄마였는지...


어느 해인가 둘째 딸의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와중에 선생님으로부터 내가 전형적인 기다리는 엄마라는 얘기를 들었다. 기다리는 엄마... 아이에게 무관심하고 방치하는 엄마를 이렇게 긍정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닌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하여간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 아이들을 채근하지 말고 기다려 보자. 기다림에 지칠 때는 나도 많이 흔들렸고, 유명 가수의 엄마가 자녀 양육과 관련하여 쓴 책에 있던 아이들을 믿는다는 구절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자란 환경이 나를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도와주고 때로는 밀어붙이는 타이거 맘과는 다른 길을 가게 한 것 같다.  


내 엄마는 직업과 경제적 풍요를 향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다. 교사직 외에도 과수원, 양품점, 양장 점등 부업을 항상 손에서 놓지 않은 생활력이 강한, 그래서 아이들을 친정 엄마에게 맡겨두고 자신의 모든 시간을 의심 없이 열심히 살았던 그런 사람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삼 남매는 엄마 얼굴을 일요일 아침 정도에나 보았을 까 거의 보지 못하고 살았다. 나는 국민학교에 입학할 때도 내 이름 석자를 미쳐 다 못 쓴 상태였고, 비록 주변이 논과 밭인 인천의 변두리 학교지만 극성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없다고 할 수 없어 수시로 위축되는 경험을 했다.


그 대신 내 인생은 철저히 내 거였다. 내가 공부를 하던 무엇을 하던 부모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내가 공부에 재능이 있음을 알고 가끔 감탄은 했지만 공부와 관련하여 내 앞에 펼쳐지는 장애에 대하여는 철저히 무관심했다. 나는 그 장애들을 뛰어넘으며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일은 부모가 결코 대신할 수 없다는 믿음도 함께. 내 엄마가 내 공부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런 나의 믿음은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적극적인 엄마가 방치하는 엄마만큼이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막내아들이 여러 해 소설을 쓰고 있다. 엄마가 읽고 응원해 주길 원하는데 세대차 때문인지 재미를 느낄 수 없어  시큰둥했다. 아이는 관심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재능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엄마가 하는 칭찬이 진정성이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나는 지금도 아들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기다리지만 자신의 소설을 읽어 줄 독자가 고픈 아들에게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선물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그냥 보통의 엄마이기도 하다.


아들이 쓴 소설을 첨부해본다.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392209&novel_post_id=156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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