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초반이면 초로기라고 해야겠다. 더 이상 젊음이니 장년이니를 끌어다 붙일 수 없다.
요즘 나의 일상은 요가, 걷기, 손주 보기, 친정 부모 돌보기, 드라마 보기로 채워지고 간간히 내 본업과 독서를 끼워 넣어 완성된다.
요가를 빼고는 내 현재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요가는 내 삶의 중심이다. 너무 분주한 날은 빼먹기도 하지만 매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잠깐이라도 호흡을 고르고 몸을 들여다보는 그 순간이 주는 평온함은 내가 피하려고 애써 왔던 경쟁의 열패감과 불확실한 미래에 따라오는 두려움을 줄여준다.
아침마다 막내의 출근길에 동반해서 걷는 1시간은 혼자 하는 요가와는 다른 세상이다.
에너지 소모라는 운동효과로는 요가보다 월등한 것 같다. 무엇보다 산책로 주변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고 같이 걷고 있는 사람들의 기를 느낄 수 있어 고립감을 벗을 수 있다.
오후에는 주로 손주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려 와 놀아주는 일과 90대 초고령 기인 친정 부모를 돌보는 일을 한다.
이 두 가지 일은 모두 강한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손주들의 일상을 채워 주는 어린이 집 선생님들께 감사한다. 단 두 시간을 귀여운 괴물(?) 들과 함께 해도 몸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손주들은 내게 내 아이들을 키우던 젊은 시절을 떠오르게 하고 내 유년기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즐거운 과거 여행이라고 할까?
그에 비하면 노인 돌보기는 두려운 미래로의 여행이다.
부모님은 이제 가사를 누군가 대신해야 할 상황이다. 평생 타인을 집에 들이는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이 심신이 온전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일에 적응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코로나 시국은 더욱 가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부모님을 보면서 내 생활을 교정한다. 생각보다 노인이 되면 냄새에 둔감해지는 것 같다. 하루 두 번씩 샤워를 한다. 향수도 사용하려고 한다.
부엌용품도 정리해서 간단히 할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 수록 물건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고 귀찮아서 정리를 못하는 가 보다. 당연히 버려야 할 쓰레기들과 생활용품들이 뒤섞여 있다.
잠들기 전 시청하는 드라마들은 잠깐 동안 일상을 잊고 화려한 감정 여행을 하게 한다. 젊은 주인공들의 밝은 스토리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