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에 10년 만에 왔다. 일단 이 분위기가 좋다.
23년 전 1년간 미국에 있었는데, 낡고 작은 아파트와 제대로 손질이 안 돼 토끼풀이 다수인 정원, 킴즈 클럽 보다 더 큰 동네 마트, 아주 큰 잔디구장이 있는 초등학교가 미국 경험의 대부분이었지만 워싱턴 디씨 부근 리스버그 아웃렛은 처음 보는 신세계였다.
아는 브랜드라고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버버리가 전부인 나는 그 많은 가게들을 눈에 담기에도 벅찼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어떤 물건을 무슨 기준으로 사야 하는지 모르니까 그저 구경 다니다 싸면 사는 행태를 되풀이했다. 그렇게 사들인 물건을 잘 쓰지도 않았던 것 같다.
미국인들이 누리는 풍요가 부러웠지만 한편으로 지나치게 소비를 유혹하는 환경이 필요 없는 쓰레기들을 집안에 쌓아놓고 부지불식간에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근심스럽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미국 아웃렛 회사들이 들어와 영업을 시작한 지 오래다. 넓은 주차장, 단층으로 길게 퍼진 가게들 사이로 긴 회랑이 있고 곳곳에 휴식 공간을 둔 이곳 풍경은 마치 미국에 온 것 같다.
그런데 매장을 둘러보면 미국에서 느낀 심적 풍성함을 느낄 수 없다. 할인율도 그렇고 무엇보다 상품 구색이 빈약하다. 우리 경제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아니면 이제 할머니가 된 내가 20여 년 전 보다 구매욕구가 적어져서 물건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이제 이곳은 더 이상 내가 서성거릴 공간이 아닌 것 같다. 친구들도 물건에 대한 욕심이 없어졌다고들 한다.
곳곳에서 한국말들이 튀어나오는 것도 반갑고 한국 사람들을 아웃렛에 풀어놓으면 하루 종일 쇼핑에 몰두해 행방불명이 된다고 하면서 같이 간 한국인끼리 서로 마주 보고 웃었던 그 시절도 이제는 추억이다.
무엇이든 한 때다. 공부도 사랑도 명품도...
그런데 상속 재산 때문에 인생 말년에 이르러 형제간에 피 터지게 싸우는 것을 보면 아직 돈은 한 때가 아니고 영원한 것인지도 모른다. 돈은 대상을 불문하고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므로 신과 같은 위치에 있고 우리는 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