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생활 실천 1-집을 도대체 몇 번 뒤집는 거야
일 년에 몇 번이고 집을 뒤집습니다. 테이블을 이리로 저리로, 침대를 요리조리, 책장을 이쪽저쪽, 옮기고 싶으면 순식간에 바꿉니다. 제가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만 남편의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제가 옮길 수 있는 정도만 기획하거든요.
예 1) 주방 선반 가림막 설치
예 2) 복도 끝 책장 위치변경
예 3) 책장 테이블 위치 변경
틀린 그림 찾기 같지 않으신가요?
제가 이렇게 가구 위치를 바꿀 때 남편은
“아이고, 여보~”라고 말하며 두말하지 않습니다. 말려본들 어느새 옮겨 놓고 마는 성미거든요.
아이들은
“엄마! 뭐가 달라졌어. 우리 집 아닌 것 같아”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두 반응 중 아이들의 반응이 제가 원하던 반응입니다.! 성냥갑을 쌓아놓은 듯 모두 같은 평면도의 아파트는 편리하지만 흥미롭지 않아요. 매일 생활하는 집의 공간이 좀 더 흥미로웠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흥미롭다는 것=새로운 것
이 제 공식입니다. 그래서 집을 자꾸 뒤집습니다. 그리고 집을 뒤집을 때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가구를 새로 들이지 않을 것*
그래야 남편의 잔소리를 막을 수 있답니다.
공간의 물리적인 구조와 설계가 인간에게 풍요를 가져와 정서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심한 공간 설계에 한껏 매료되곤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축가 이타미준은
“공간은 공간과 사람 자신과 타인을 잇는 소통과 관계의 촉매제여야 한다”
라고 말씀을 하셨다죠. 적극 동감합니다.
공간이라면 자신의 가치관을 반영함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도 연결 할 수 있어야지요. 예 2)의 일인용 소파로 바꾸니 일인용 소파임에도 둘셋은 앉아 놀고요. 예 3)의 거실에 6인용 테이블을 두니 다 같이 앉아 책 읽고 숙제하면서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 나누더라고요.
저의 공간에 대한 사랑은 역사가 있습니다. 처음 저를 빠져들게 했던 김수근 건축가의 공간부터 가우디를 거쳐 최근에는 안도타다오 공간에 심쿵했었습니다. 뮤지엄 산은 정말 산에 위치한 박물관이었는데요.
건물 둘레를 물로 채워 놓고 해가 떠오르니 그 빛이 반사되어 건물 내벽에 물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저렇게(오른쪽 사진) 그림자로 비치며 영상 작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 장면이 잘 보이는 위치에 앉아 보고 있자니 이 공간의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세심한 배려인 것 같아서 눈물 날 뻔했습니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풍요를 위해서 건물둘레에 물을 대고 실내에 빛의 각도를 계산하고 잘 비치는 위치에벤치를 놓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내가 어떤 공간에서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 있나 하고요.
공간 예찬은 여기까지 줄이겠습니다.
앞으로도 집을 여러 번 뒤집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 합니다. 반복된 일상과 틀에 박힌 장면들에서좀 더 소통하고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제 다짐입니다.
오늘 집 한번 뒤집어 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