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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시루 May 22. 2022

어릴적 유물을 찾다

<창비아동문고>의 시작

라떼는 말이지..

도서관이라는 곳이 별로 없었다.

학교에 "도서실"이라는 곳이 있었지만, 몇십년전 발간된 퀘퀘묵은 책들 뿐이었다.

책을 읽고 싶으면 사거나 친구에게 빌려 읽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용돈이 생기면 책을 한 권씩 사보곤 했는데,

주로 지경사에서 나온 소녀들을 대상으로한 명랑소설과 창비아동문고였다.

지경사의 책도 물론 좋아하긴 했지만, 내 취향은 창비아동문고에 더 가까웠다.

지금도 그렇듯이 극사실적인 내용에 더 감동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때 일기장에 두 출판사 책을 분석한 내용을 쓰고 말미에 "그래서 나는 창비아동문고가 좋다"라고 썼는데,

담임선생님이 칭찬을 해주신 기억이 있다.


며칠전 친정에서 창비아동문고 시리즈의 하나인 <세발강아지>를 찾았다.

오랜만에 빛을 본 책은 흡사 100년 전 책 같았지만, 어찌나 반가운지

게다가 그때는 보지도 않았을 "펴낸이의 말"을 고 나니 더 가슴이 뭉클하다.

책값도 저렴하게 책정됐다 (당시 동화책은 보통 1800원~ 2500원 정도)


도서관은 물론 국내 어린이 창작동화가 거의 없던 시절,

책을 읽으려면 비싼 전집류를 사야했던 시절,

그런 시절 <창비아동문고>가 태어났다.


내 친구

내 유년

내 보물


반갑기 그지 없다.


다음은 본문에 수록된 내용이다.


<창비아동문고>를 펴내면서


 나라의 내일을 걸머진 이가 어린이라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또, 장성해서 읽는 몇권의 책보다도 어린 마음에 새겨진 한 편의 이야기가 사람의 일생에 더욱 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어린이를 상대로 한 우리나라의 출판계와 문학계는 다른 분야보다도 오히려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꿈도 못 꿀 엄청난 가격과 호화스런 꾸밈새로 쏟아져 나오는 이른바 아동물들이 그 내용마저 알차지 못하다면 나라의 앞날은 어두울 수 밖에 없겠읍니다. 더구나 진정으로 훌륭한 아동문학이란 어른에게도 교양이 되고 즐거움을 주는 우리 민족문학의 일부라고 한다면, 분별 없는 아동물의 범람 속에서 어른들의 정서 생활도 메말라 왔다고 하겠읍니다.

  저희가 <창비아동문고>를 펴내기로 한 것은 이런 실정에서 조그마한 새 길이나마 열어 보려는 뜻에서입니다. 그 동안 저희 <창비>를 아껴 주신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아들, 딸, 동생들에게 마음 놓고 권할 수 있고 큰 부담 없이 사줄 수 있으며 어른들 스스로가 즐거베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우선 국내 작가의 동화집 세 권으로써 문고의 첫걸음을 내디딥니다만, 장차 나라 안팎의 좋은 글들을 많이 모아 볼 계획입니다.


1977년 새해에

펴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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