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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시루 Jul 03. 2023

사별담 2

두 번의 장례

남편을 보내기 두 달 전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암투병을 하셔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천천히 이별을 준비할 수 있었다.

전문 간병인이  있어 보호자가 필요 없는 호스피스에 동생과 번갈아 병상을 지켰다.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내가 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좋아하는 가수 박재란 동영상을 틀어주고, 가끔 드시고 싶다는 음식을 준비해 드리고, 뼈와 가죽만 남은 몸을 살살 주물러드렸다.

"민경아... 민경아..."

어두운 밤 부르시는 소리에 부스스 잠에서 깨면

"그래 그냥 불러 봤다."

라고 안심하고 다시 잠을 청하셨다. 그뿐이었다.


하지만 여지없이 마지막 날은 왔다.

아버지는 숨을 쉬었다.... 멈췄다... 우리에게 멀어졌다... 다시 왔다...

를 반복하며 떠날 채비를 했다. 

나는 

믿지도 않는 신을 부르고 찬송가를 불렀다. 그 순간만큼은 신이 존재했으면 바랬던 것 같다.

어릴 때 배운 찬송가가 쉼 없이 계속 나왔다.


"예수께로 가면 나는 기뻐요

나와 같은 아이 부르셨어요"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니까 좋은 곳에 갈 거예요

걱정 말아요


혹시나 죽음을 두려워하실까 봐 이 말을 하고 또 했다. 다행히 아버지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고, 큰 언니의 손을 잡고 그렇게 먼 길을 떠나셨다.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대기업에 다니는 형부의 회사 상조회에서 나와 착착 장례식 준비를 했고, 언니들이 지시하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됐다. 그저 슬퍼하기만 하면 됐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거 하나였다. 




남편의 마지막길은 그렇지 않았다

당장 장례식장과 부고, 장례제단에 얼마짜리 꽃장식을 할지, 손님 상에 인절미를 놓을지 꿀떡을 놓을지 결정해야 했다. 

"이게 웬일이니..."

"아이고 이제 어떡하니?"

"어쩌다 이렇게, 아이고 저 어린것들을..."

조문객들이 쏟아내는 위로의 말에 행여 아이들이 더 상처받지 않을까,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 보이면 아이들이 더 불안해하지 않을까... 나는 내 감정을 단도리해야 했다. 이제부터 내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엄마니까.


처음 부고 소식을 전했을 때, 놀랄 정도로 차분했던 시부모님은 시간이 갈수록 무너져 내리셨다.

시아버지는 끊임없이 술을 드시고, 시어머니는 몸부림치며 울음을 토해내셨다. 그 모습을 보고 친구와 친정 식구들이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나 원래 장례식장에 올 때 입는 원피스 있는데, 오늘은 바지 입었어."

"자고 가려고 준비해 왔어."

왜냐고 묻는 나에게 친구와 언니는 속삭였다.

"아들 죽었잖아. 너한테 원망 쏟을까 봐."

아.. 그렇지

관용구 같은 그 말


남편 잡아먹은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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