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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G May 31. 2022

독일 모젤 계곡 드라이빙 투어

산과 들, 계곡, 그리고 훌륭한 와인과 함께한 휴가

독일에서는 지난 5월 26일부터 29일까지가 공휴일(Christi Himmelfahrt)이 겹친 긴 주말이었다. 원래 내 파트너와 나의 계획은 독일 함부르크로 여행을 가는것이었는데, 미리 계획을 한다고 해서 한달 전에 기차표를 알아보니 이미 2등석은 모두 매진이었고 그럭저럭 괜찮은 호텔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독일사람들은 정말 일찍 휴가를 계획한다는 것을 알게되어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가 막막했다. 결국 우리는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을 생각했고, 결국 모젤 계곡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누군가가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아주 좋은 위치에 좋은 가격으로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모젤(Mosel)은 로마제국의 중요 도시 중 하나인 트리에(Trier)와 라인강 중류에 위치한 도시인 코블렌츠(Koblenz)를 잇는 계곡으로, 독일의 최대 와인 산지이다. 와인 뿐만 아니라 산과 들, 계곡이 멋지게 어우려져 있어 독일의 대표 휴양지 중 하나이다. 


우리는 모젤 중류에 위치한 젤(Zell)에 머물며 근처 여러 마을을 방문하고 등산을 즐겼다.


젤의 상징인 검은 고양이 (Zeller Schwarze Katz)

우리가 살고있는 도시인 아헨에서 모젤까지는 자동차로 운전해서 도착하는데 대략 2시간 30분정도가 걸렸다. 우리는 모젤의 중류에 위치한 젤(Zell)에 머물며 아래 지도에 나온것처럼 근처 마을을 방문했다. 젤은 검은 고양이(Zeller Schwarze Katz)가 상징인데, 1863년 와인을 사러 온 상인들이 베럴을 고르는 중에 한 검은 고양이가 좋은 와인이 든 베럴을 끝까지 지키려고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는 설이 유래이다. 그래서 젤에서 생산된 많은 와인에는 대부분 검은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젤 근처 하이킹 루트

도착한 첫날, 우리는 젤 시내를 둘러보고 점심을 먹은 뒤 (젤에서 생산된 지역 와인과 함께) 근처 산과 들을 하이킹 하기로 했다. 하이킹 코스는 젤에서 출발해 언덕 꼭데기에 위치한 마리엔부르크(Marienburg)에 간 다음 알프(Alf)와 불라이(Bullay)를 거쳐 젤로 돌아오는 경로였다. 대략 12 km 코스로 두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 코스지만, 돌아오는 중간에는 강변에 있는 와인바에 들러 신선한 리슬링(Riesling)을 한잔 해서 저녁때가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마리엔부르크 근처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모젤강이 굽어져서 지나가는 경로 끝에 젤이 위치해 있다. 


첫날 우리가 맛 본 로틀링(Rotling) 와인

저녁때가 되어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저녁식사는 거르고 안주거리를 준비해서 와인을 맛보기로 했다. 와인은 숙소 바로 옆에 위치한 생산지에서 샀는데, 우리는 리슬링을 로제 와인처럼 포도 껍데기를 넣어 살짝만 발효를 시킨 로틀링(Rotling)이라는 특별한 와인을 맛보기로 했다. 로틀링은 리즐링과 비슷하게 아주 상쾌한 맛과 향을 띠는데, 로제 와인과 비슷하게 아주 살짝 떫으면서도 깊은맛이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세시간 가까이 운전을 하고 오후 내내 하이킹을 해서 그런지 와인을 두세잔 맛보고 나니 피로가 몰려와 기분 좋게 잠에 들었다.




둘째날은 모젤 하류로 가기로 했다.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는 엘츠 성(Burg Eltz)였고, 개방을 하기 전에 아침 일찍 미리 도착해 첫번째로 들어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엘츠 성은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성중에 하나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미리 계획을 해서 아침일찍 방문한 덕에 우리는 기다리는 시간 없이 곧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실제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수키로미터에 걸쳐 차량 행렬이 주차를 기다리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온 것에 안도했다. 한편, 나는 엘츠 성까지 운전을 해서 갈 때 별 생각 없이 구글 지도의 길을 따라갔는데, 가끔식 정말 좁고 경사로가 심한 길이 나와 운전을 하는데 진땀을 뺐다. 다행이 우리 차는 디젤 엔진이라 급경사를 올라갈 수 있었다.

엘츠 성(Burg Eltz)


코헴 성 (Reichsburg Cochem)

오전에 엘츠 성을 구경한뒤 우리는 모젤에서 가장 큰 도시인 코헴(Cochem)을 방문했다. 코헴은 모젤에서 가장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지만, 나는 사실 그렇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너무 관광객이 많을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너무 과하게 상점과 식당이 간판을 드러내고 있어 차분하고 정겨운 모젤의 전반적인 인상과 비교해 이질감이 느껴졌다. 우리는 시내를 돌아보고 코헴의 성 (Reichsburg Cochem)을 구경한 뒤 예상보다 일찍 떠나기로 했다.



그 다음 목적지로 우리는 모젤을 살짝 벗어나 독일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가이어라이 현수교 (Hängeseilbrücke Geierlay)를 가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30분정도를 걸어갔던것 같은데, 시간이 많았다면 하이킹을 즐기고 싶을 만큼 숲이 울창하고 풍경이 멋졌다. 그리고 현수교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대단했다. 어떤 놀이기구도 무서워하지 않는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고소 공포증이 살짝 있는 내 파트너는 난간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야 할 정도였다.

가이어라이 현수교 (Hängeseilbrücke Geierlay)


현수교를 구경하고 나니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우리는 곧바로 숙소로 돌아가기 보다는 가는 길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바일슈타인(Beilstein)에 들러 식사를 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바일슈타인도 정말 매력적인 마을이었다. 우리는 시내에 위치한 조그만 식당에 들어갔는데, 훌륭한 아스파라거스(Spargel)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9시가 넘어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둘째날도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바일슈타인(Beilstein)은 작지만 정겹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모젤 박스 - 아침식사

셋째날 아침, 우리는 아침 식사로 "모젤 박스"를 주문했다. 가격은 20유로가 조금 넘는 비싼편이었지만, 100% 유기농으로 현지에서 생산된 치즈, 빵, 요거트, 야채가 포함된 박스로 두사람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사실 아침 식사로는 양이 너무 많아 우리는 일부는 남겨두어 저녁에 와인과 함께 먹기로 했다.


푸짐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천천히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기로 했고, 유람선을 타고 모젤을 구경하기로 했다. 유람선은 젤에서 출발해 엔키르히(Enkirch)까지 가는 경로를 운항했는데, 중간에 우리는 첫날에 하이킹을 하며 방문한 마리엔부르크를 멀리서 볼 수 있었다. 다행이 날씨고 좋았고, 포도밭이 가득한 언덕 위에 위치한 마리엔부르크 교회는 정말 아름다웠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마리엔부르크. 언덕에는 모두 포도가 심어져 있다.

마지막날인 넷째날은 아헨으로 돌아가는 고속도로 근처에 위치한 마을인 트라벤-트랄바흐(Traben-Trarbach)와 베른슈타인-퀴스(Bernstein-Kues)를 들린 뒤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곳 모두 원래는 강 건너에 위치한 별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다리가 놓이면서 하나로 합쳐진 마을이다. 트라벤-트랄바흐에는 그레벤 성의 폐허(Ruine der Grevenburg)가 유명한데, 산 꼭대기에 위치해 있어서 이를 구경하기 위해 우리는 아침부터 언덕을 올랐다. 이미 전날의 피로로 언덕을 올라가는데 애를 먹었지만, 막상 정상에 올라 보는 풍경은 정말 멋졌다.


트라벤-트랄바흐(Traben-Trarbach)의 그레벤 성 폐허(Ruine der Grevenburg)


베른슈타인-퀴스(Bernstein-Kues)의 거리

집에 돌아가기전 마지막으로 들린 마을인 베른슈타인-퀴스(Bernstein-Kues)는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았는데, 그럴만 한게 중세 양식의 집들이 잘 복원되어 있고 도시의 거리는 매력이 넘쳤다. 거리를 걷기만 해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마을이었다.


이번 여행은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만족스러웠고, 특히 바쁜 일상을 잠시 잊고 이메일과 인터넷에서 멀어져 자연과 보내는 날들이 정말 좋았다. 매일 일어나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했고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모젤 계곡을 따라 걷거나 운전하면서 마주친 풍경사진을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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