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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G Apr 05. 2021

알프스 치즈요리 라클레트

지난주 금요일부터 시작된 부활절 연휴가 시작되었다. 나는 3월부터 학회 발표, 온라인 워크샵 강의 준비, 프로젝트 중간평가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 다행히 이제 대부분 일이 잘 마무리 되어 오랜만에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 점심 식사는 오랜만에 라클레트(Raclette)를 먹기로 했다. 라클레트는 알프스 산악지방 요리로 열을 가해 녹인 치즈를 삶은 감자와 햄에 올려 먹는게 특징이다. 상당한 양의 치즈를 그냥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화이트와인과 함께 먹는다. 신기하게도 화이트 와인은 치즈를 녹이는 역할을 하는데, 이 때 화이트 와인은 단맛은 크게 없으면서 적당한 신맛을 내는 산악지방 와인을 고르는게 좋지만, 독일에서는 리슬링(Riesling)과 함께 먹기도 하는 듯 하다. 한편, 화이트 와인 대신 차가운 물이나 맥주를 마시면 치즈가 뱃속에서 굳어 채하기 쉽다.


프랑스에서는 일년 내내 라클레트 치즈를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지만 독일에서는 라클레트 치즈를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보통 벨기에로 가서 라클레트 치즈를 미리 사놓고 냉동고에 얼려둔다. 그리고 재밌는것은 프랑스와 달리 독일에서는 라클레트와 함께 소세지나 고기를 함께 구워먹는게 특징이다. 역시 독일 식문화에서는 고기와 소세지를 빼놓을 수 없는 듯 하다.


치즈를 녹일때는 나는 냄새가 상당하기 때문에 치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먹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청국장 냄새를 맡는 격이라 할만하다. 다행이 나는 여자친구 덕분에 수년간 온갖 치즈 요리를 먹으며 이제 꽤 적응이 되어 치즈를 구울때 나는 냄새를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한국에서 접하는 그 치즈를 생각하면 안된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여자친구에 따르면 종종 한국에 방문했을 때 먹은 치즈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 플라스틱을 먹는것 같다고 한다. 아무튼 내 인상에는 한국인들이 종종 허기질때 삼겹살에 김치를 볶아 함께 먹듯이 프랑스인들은 라클레트와 햄을 같이 먹는듯 하다.


우리는 집에서 라클레트를 만들면 엄청난 양의 치즈를 먹어치우는데, 우리는 대략 1인당 한주먹 정도를 먹는듯 하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식후에 진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아헨 시내를 산책하기로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빵집을 제외하면 대부분 상점은 문이 닫혀 있었지만 도시 곳곳에 핀 매화와 벗꽃을 보니 봄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었다면 시내에는 사람들이 가득했을텐데, 텅 빈 시청앞 광장을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올해 하반기에는 다시 "일상"을 누릴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위쪽에 위치한게 치즈를 녹이는 불판이고, 위에 있는 냄비에는 삶은 감자가 담겨 있다. 우리는 녹인 치즈를 햄, 피클, 메추리알과 함께 먹었다.
불판에 올려진 치즈와 메추리알.
녹은 치즈는 이렇게 감자와 햄 위에 올려서 먹는다.
아헨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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