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나는 아주 오랫동안 보고 싶었고, 그리웠다.
1년 만에, 은재의 생일이라는 핑계로 친구들을 만났다.
요즘 나는 남자 친구를 제외한 어떤 사람들이랑 있어도 편하지 않고 늘 긴장된 상태다. 의식하지 않아도, 그게 자연스러웠다.
평소 내가 편하지 않았구나 라는 사실을 오늘 느낄 정도로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한 마음에 세포 하나하나에 힐링으로 가득 찼다. 모든 친구가 그렇진 않다. 유독 은재랑 주리는 그랬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사랑스럽고, 편안했다.
꽤 많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작년의 은재 생일 때 보다 많이 성숙해졌고, 많이 예뻐졌고, 많이 불안해져 있었다.
주리는 모든 게 숙제처럼 느껴진다 했다.
주리 얘기를 들어보니, 나도 은재도 우리 모두가 각자의 어려운 숙제들을 풀어가고 있었다.
직업, 연애, 결혼, 자금의 주제가 우리들의 편안함 마음에 문득 불청객으로 등장했다.
나는 어른이 되어 갈수록 답을 알아 갈 것이라 믿었다.
어른들 말 틀린 것 하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 어른이라는 건 나도 될 테니. 그런데 그 신조는 나에겐, 그리고 우리에겐 온데간데없다.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느릿해진다.
월요일이 오는 것이 무섭고, 정해지지 않은 미래의 숙제들이 오는 것이 무섭다.
우리가 조금 느릿하게 걸으면, 피할 수 있을까
조금 더 느릿하게 걸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내일 다시 바쁜 걸음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
나의 발걸음을 미리 위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