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지원 두 번째 도전
따끔한 좌절감을 맛보았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에 두 번 도전하고 두 번 탈락하며 들었던 마음이다. 살면서 뭐든 계획하고 각 잡고 하면 반드시 이루고야 마는 열성파 들을 자주 목격했었다. 어쩜 똑 부러지게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로 또는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기로 하고 들입다 대들어서 이루고야 마는 사람들 말이다. 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을 40년 이상 살고 난 후에서야 알았다. Test Anxiety를 고질적으로 앓고 있었으며 뭐든 시험이라고 마감을 정해놓는 순간 모든 능력을 상실해 버리는 아이였다. 브런치 작가 지원도 일종의 Test였다는 생각이, 마음먹고 나서 들었다. 시험. 갑자기 하기가 싫어졌다.
하지만 새로운 도시 플로리다로 이사를 와서 아무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는 이 황금같은 휴식기에 그냥 손가락만 빨고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글을 쓰고 싶다 했으니 지금 이렇게 주어진 시간, 뭐라도 쓰며 지내고 싶었다. 오자마자 다시 돈을 벌러 뛰어 나가기는 너무 싫었다. 다시 글쓰기에서 점점 멀어질 것 같은 두려운 핑계가 있었다. 좀 쉬면서 글도 쓰며 미래를 생각하고 싶어졌다.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발칙한 것이었는지는 글쓰기를 실천하면서 알게 되었다. 한 가지 주제로 매일 글을 쓰는 일은 생각만큼 우아한 놀이가 아닌 요샛말로 '개 노동'이었다. 너무 지치고 재미없는 일이었으며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고역스럽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느낌과 경험을 작가 지원 자기소개서에 고스란히 표현 해 버렸다. 결과는 탈락이다.
첫 번째 지원할 때는 정말 아무 준비가 없었다. 써 놓은 글도 한 편 없이 지원을 했으므로 이번에는 나를 위한 한 달간의 시간을 주고 글쓰기 연습을 한 후 지원을 해 보자 계획했었다. 두 번째 도전이다. 인터넷을 뒤져 합격 고수들의 글을 살짝 읽고 적용 가능한 방법을 다이어리에 메모해 그대로 해 보자 했다. 열심히 글을 쓸 것이고 이것은 결코 인류에 해가 되는 행동이 아니므로 뭐든 한 방향으로 해 나가면 하나님이 부쳐 주시겠지. 눈 감고 운전하려는 도둑놈의 심보가 있었다. 무심코 모방했던 타인이 사용했던 방법, 탈락하는 글쓰기를 말해본다.
21일간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연 초에 여기저기에서 읽게 되는 New Years Resolution에 대한 글 속에 한 문장 '한 가지 습관을 만드는 데는 21일이 걸리고 21일 동안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나도 한번 해 보자 마음먹었다. 21일간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써 보기로 했다. 너무 짧은 기간 아닌가 했지만 닭이 알을 품으면 병아리가 태어나는 시간이니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21일을 정하였다. 내가 최근에 경험한 일 중 다른 사람들은 하지 못했을 것 같은 특별한 일을 털어보니 석 달 전 자동차에 짐을 싣고 미국을 횡단한 경험, 준비해서 도착까지 딱 21일 동안의 경험이 아직 고스란히 기억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을 매일 날짜별로 적어보자 했다. 이사를 결심하며 짐을 싸고 주를 넘나들며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 미국을 여행한 21일간의 횡단기를 [미국 횡단 21일]이라는 정직한 제목으로 블로그에 포스팅 하기 시작했다. 따악 21일이 지나면 이 글도 함께 올려 브런치에 작가 지원을 해 봐야지 하는 야무진 포부와 함께 작심하였다. 당장의 21일은 그렇게 큰 변화는 아니었다. 그동안 마음만 품고 책만 읽었지 본격적인 글쓰기 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작가 지원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짧게 끊어서 목표를 설정해 습관 만들기 위한 좋은 방법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작가 승인의 열쇠는 아니었다.
작가의 서랍에서 써 놓은 글 세 개를 제출하세요
다른 곳에 있는 글을 제출해도 좋지만 기왕이면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 놓은 글 세편을 제출하라는 인터넷의 가르침에 따라 글을 쓰는 대로 한편씩 모아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글을 저장해 보기로 했다. 떠오르는 주제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약 1500자 이상 글을 써 보기로 했다. 그런데 사실 1500자가 감이 오지 않았다.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지 않으니 대략 글자 수를 생각해 보는 수밖에 없었고 얼추 12포인트로 A4용지에 한 장 반 정도의 길이가 아닐까 하며 써 내려갔다. 나는 플로리다에서 이사 와서 느낀 경험, 독서 토론을 하며 있었던 일,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등 그날그날 자판을 앞에 두고 생각나는 일 들을 브런치에 쓰고 저장했다. 무엇을 쓸지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산책을 나가면 이상하게도 하루에 한개의 글감은 떨어졌다.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1일 여행 횡단기를 쓰느라 사실 많은 글은 서랍에 저장하지는 못했지만 30일 동안 약 10편의 글을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 두었다. 평소에 많은 글을 저장해 놓는다면 작가 지원에 좀 더 유리할 것 같지만 열쇠는 연결에 있다는 생각이 드니 가급적이면 작가 지원을 위한 글은 따로 쓰는 것을 추천한다. 글이 많이 저장되어 있다면 세 개의 글이 앞으로 쓸 글의 주제와 연결될 수 있도록 퇴고의 과정을 공들였으면 한다. 그런 과정 없이 덜렁 제출한 글은 전혀 다른 세 사람의 글을 한편씩 가지고 와서 지원을 한 꼴이 되었다.
SNS를 첨부하세요
작가의 소개, 쓰고 싶은 글에 대한 기획, 세편의 글 제출이나 출간 한 책 소개 등을 하고 나면 운영 중인 SNS를 첨부하는 것이 좋다는 브런치 작가 지원 꿀팁에 관한 글이 있었다. 하지만 굳이 오랫동안 글쓰기로 운영하고 있는 SNS가 없다면 첨부하지 않아도 작가에 승인이 되었다는 분들이 있어 나도 SNS는 굳이 강조하지 않기로 했다. 21일은 짧다면 너무 짧은 기간이고 그 기간 동안 운영된 블로그가 작가 지원에 무슨 큰 힘이 될까 싶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21일동안 잘 써서 블로그를 첨부하기로 했다.
일단은 위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약 한 달간의 시간을 나에게 허락하여 2022년 초, 두 번째로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기로 했다. 일기도 제대로 쓰지 않다가 21일을 그것도 한 가지 주제로 1500자 이상의 글을 매일 쓰려다 보니 머리에서 쥐가 났다. 또 21일간 대륙횡단 여행기는 나름 고생기였기 때문에 마지막 여행에서 위기를 맞은 며칠 동안은 진도도 나가지 않아 며칠 글쓰기를 쉬었다. 힘든 경험을 되살리는 고통스러움을 억누르며 꾸역꾸역 21일을 넘기고 한 달을 꽉 채워서야 글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치유하는 글 쓰기도 있다는데 억지로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쓰는 글이 얼마나 맛없고 어려운 것인지 직접 경험한 계기가 되었다.
21일 같은 주제로 글을 쓰는 것보다는 머리에 떠 오르는 대로 단편의 글을 쓰는 것이 더 쉬웠다. 그래서 나름 브런치에 저장해 놓은 글은 자신이 있었다. 어떤 것을 털어 내도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호기롭게 [작가 지원]에 대한 탭을 누르고 신청에 들어갔다.
01. 작가님이 누구세요?
쓰기 위해 읽는 미국사는 욜란다라고 나를 소개했다. 아동학을 공부했고 유아 교사의 경력이 있으며 미국에서는 생물학과 간호학을 공부하다 Family Leadership Coaching까지 배우게 되었고 MBA를 통해 내가 경험하고 배운 과정을 통합했다. 뭐 이런 이야기들을 늘여 놓았다. 그 후 여차저차 해서 요식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지금은 논다. 미국 와서 지금까지 나의 이력을 이력서처럼 줄줄 엮어 내었다. 하지만 무엇하나 연결되는 고리가 없었다. 그저 나는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씩 하다 만 참을성 없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글을 쓰고 싶은데 브런치에 지원하면 브런치 작가가 된다고 해서 지원합니다. 했다. 지금 복기해 보니 참 탈락할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공평하다.
02. 브런치에서 어떤 활동을 하려고 하시나요?
미국 LA LAX에 내린 2004년부터 Florida St. Petersburg에 도착한 2022년까지의 여정을 시간과 공간별로 소제목을 붙여 세로로 나열하였다. 공항 도착부터 San Diego에서의 시작. Child Development을 공부하며 겪었던 어린이집 시절과 거기서 왜 Nursing으로 갈아타게 되었는지를 쓰겠다고 했다. 간호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이수해야 했으며 나의 계획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그 일들을 극복했는지, 첫 미국 직장에서의 경험과 간호 프로그램에서 Fail 하고 겪었던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선택한 Family Coaching의 과정, 그 힘으로 다시 도전한 MBA program에서의 학위 취득과 더불어 미국에 정착하게 된 지금까지 숨찬 인생 여정을 마라톤처럼 긴 제목으로 나열했다. 300자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03. 글 세 편을 첨부해 주세요.
작가의 서랍을 열어 그나마 미국 생활에 대한 글을 쓴 것 세편을 털어서 읽어보고 또 읽어본 후 첨부했다. 플로리다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인상, 동네 산책, 21일 같은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의 어려움에 관한 세 편을 첨부한 기억이 난다. 나중에 떨어지고 작가의 서랍을 다시 열어보니 철자법은 왜 이렇게 많이 틀렸으며 세편의 내용이 이어지는 연결지점이 하나도 없었다. 나의 지원서는 내가 연어인지 아무도 모르게 뱃살 조금, 아가미 구이 조금, 껍질로 만든 샐러드 조금씩 떼어 옹기종기 붙여 놓고 무엇일까 알아맞혀 보시라 하는 식의 조합이었다.
계획했으니 실천한다. 그리고 21일이나 고생을 했으니 어떤 보상이 있을 거야 라는 생각에 지원을 하였고 이틀 후 답 메일이 왔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탈락 메일을 받게 되었다. 하루 만에 합격 메일을 받으시는 분이 계시다는데 나의 경우 합격 탈락 모두 이틀 아니면 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정말 읽어보시기를 하나보다. 그럴 줄 알았으면 좀 깔깔이 스타일로 재미있게 써 보는 것인데 나도 안타까웠다. 다시 제출 한 글을 읽어 보니 오타가 속출했다. 왜 당시에는 눈에 띄지 않았었던 걸까? 마음이 답답했다. 뭔가 억지로 브런치 작가 도전을 위한 글쓰기를 한 것이 우선은 부자연스러웠고 합격을 위한 전략이 부족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인생에 지름길은 없나보다. 다음번에는 천천히 가더라도 합격을 꼭 하고 싶었다. 브런치 작가 지원 승인을 위한 방법에는 어떠한 전략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내가 탈락한 이유를 좀 더 정확 히 알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