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삼수생의 합격 수기
"언니 이제는 써 놓은 글을 한 군데 모아 보는 게 어때요?"
계속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보다는 쓰고 싶은 글을 브런치 플랫폼을 통해 모아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희린이의 조심스러운 조언이다. 블로그 글쓰기 100일이 되어갈 무렵이다.
브런치 작가 지원에 두 번 떨어지고 선뜻 재 도전에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100일간 글을 계속 꾸준히 써 보자는 김은정 작가님의 조언이 생각나 블로그에 100일 글쓰기 위젯을 바로 달고 매일 글쓰기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지인 포함 4~5명 되었던 이웃님들이 1000명을 넘어갔고 1일 방문자도 100명이 넘어섰다. 몇몇 블로그 이웃님들께서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있는데 그곳에 작가 지원을 해 보는 것이 어떠세요', 라는 제안을 해 주셨다. 두 분의 이웃님들. 희린이와 더불어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든다. 희린이 포함 세명의 컨펌이다. 이전의 나는 이런 목소리에 바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적어도 세명 이상이 나에게 하는 애정 어린 조언은 귀담아듣고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기로 했다. 내 영역을 이동하여 확장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 1일 1포 스팅 100일 글쓰기 챌린지를 마치고 몇 주 여유를 가지면서 책도 읽고 일상을 정리하며 브런치 작가 지원에 재 도전을 하자 결심하게 되었다. 5월 중순쯤의 일이다. 막상 블로그 글 쓰기를 중단하고 시간이 아주 많이 남을 줄 알았던 일상은 더욱 바쁘게 돌아갔다. 마치 모든 것이 이때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해결해야 할 일들이 빵빵 터지고 이래서는 6월이 올 때까지 계획했던 일들을 다 실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일들 중 나의 꿈,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 위한 첫 단계인 브런치 작가 지원도 하루하루 뒤로 미루어지고 있었다. 작가 지원에 세 번째 도전이고 이번은 소문난 장사라 또 떨어지면 다시는 도전을 못할 것 같다는 소심한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번 두 번째 도전하며 탈락했던 과정에서 잘한 점은 계속 발전시키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기로 하고 용기를 내 보았다. 탈락 후 시청했던 김은정 작가님 유튜브 영상을 다시 보며 브런치 작가 승인되기를 위한 전략적 접근에 들어가기로 했다. 보통 이럴 경우 영상을 씹어 먹는다는 표현을 사용하고는 한다.
문제의 답은 문제에 있다.
뭐든 앞서 행하고 성취하신 분들의 기록은 소중하다. 문제는 그것이 내 삶에서 작동의 오류를 범한다는 것인데 두 번째 떨어졌을 때 내 행동을 보니 작가 지원 합격 후기를 읽기는 하였어도 그냥 내 마음에 내가 원하는 부분만 받아들이고 나에게 불편한 부분은 편집했던 편집 오류가 있었다. 이번에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파고들기로 했다. 브런치에서 나에게 원하는 답은 무엇일까 의도를 파악하기로 했다.
다시 김은정 작가님의 유튜브에 들어가 강의 영상을 들으며 브런치 작가 지원을 위한 마음을 다잡았다. 음. 나도 할 수 있다. 힘을 내 보고 브런치에서 요구하는 문제에 대한 답에 성실히 임하며 특히 질문을 세 번 이상 곱씹어 보았다.
세 가지 질문
다시 읽어 본 브런치 작가 지원을 위한 세 가지 질문은 놀라웠다. 나는 어떤 작가이며 어떤 글을 쓰고 싶고 그것을 위해서 지금 하는 노력 혹은 이전부터 해 왔던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나의 여러 가지 정체성 중 ⎾작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묻는 질문이었다. 나는 유학생 혹은 가정주부 회사원 딸내미 간병인 의학박사 야구선수 국회의원 크리스천, 많고 많은 정체성이 있지만 그래서, 작가인 나와 그 정체성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에 대해 묻고 있었다. 만약 내가 그리고 누군가가 작가를 꿈꾸고 있다면 꼭 자신에게 해 보아야 할 질문들이었고 이전까지는 내 머릿속에 이런 구체적인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글을 재미있게 쓴다는 친구의 말에 힘입어 작가가 되어보자 했지 작가로서의 '나'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나에게는 여러 개의 정체성이 있고 그것이 삶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경력단절. 아무리 통합하려고 해도 직장을 구할 때 나는 언제나 entry level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나의 조각난 경력들과 여러 가지 모습의 정체성이 큰 재산이 된다는 것을 글을 쓰며 알았다. 특별한 연결점이 없더라도 언제든지 꺼내어 글로 녹여내는 작가가 될 것이라고 나를 소개했다.
내 이야기를 말할 때 더욱 신명 나고 행복한, 글 쓰는 욜란다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유아교사에서 캘리포니안 유학생, 이방인을 거쳐 지금은 플로리디안 여행자로 살고 있습니다. 조각난 정체성을 품고 고민했지만 지금은 성실한 고민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의 서랍]을 마주하며 엉킨 내 마음과 기억도 [정체성의 서랍] 속에 차곡차곡 정리해서 글로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브런치 작가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읽어 재미있는 것이 남이 읽어도 맛깔난 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이전에는 활동 계획 같은 것도 없었다. 막연히 이런 글을 쓰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만 있었다. 하지만 블로그에 1일 1 포스팅을 하며 100일 동안 글을 지어내다 보니 마지막에 어! 이런 거 한번 써 보면 재미있겠다 싶은 이야기가 떠 올랐다. 신기한 경험이다. 내 기억의 서랍에 저장된 소중한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 "때 시리즈"를 10편 써 보고 싶어졌다.
⎡때 쓰면 보이는 시간 이야기⎦
• 프롤로그 -나는 솔로다
• 때 쓰기 시작 -민수 이야기
• 만약에 그때 - 짝사랑
• 그때 그 사람 (1) – 나쁜 사람
• 그때 그 사람 (2) – 좋은 사람
• 나 때는 말이지 - 추억
• 때를 밀다 – 그때는 있고 지금은 없다
• 나 때문에 - 후회
• 있을 때 잘해 - 노력
• 에필로그 – 때 쓰니 순간이 보인다
지난번에는 진짜 저장한 것을 꺼내 드렸는데 이번에는 3편의 글을 새롭게 다시 써서 제출했다. ‘선정 검토 시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된다' 라고 하니 아무래도 각 잡고 열심히 써 보자 다짐 했다. 이 매거진 꿈의 서랍을 열다를 10 꼭지 정도 연재하고 나면 "때"시리즈를 다듬어 브런치 북으로 발행 해 볼 생각이다. 세 편의 글은 각각 1500자 이상으로 프롤로그, 첫 번째 이야기, 애필로그를 써서 제출했다.
과거의 나 라기보다는 작가로서 현재의 나와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나의 축적된 경험에 대해 묻는 항목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SNS 소통을 통해 독자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도 드러날 수 있는 것라는 생각도 들었다. 글을 쓰면서 재미있는 것이 많은 이 세상에서 시간을 일부러 내어 나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감사함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마도 그런 작가의 마음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블로그를 개설한 지는 130일 정도 되었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이웃님들과 소통하였던 기록을 담은 네이버 블로그 욜란다의 에세이 [ye:say]를 고스란히 첨부했다.
브런치 합격을 위한 글쓰기의 키워드를 한 가지만 이야기한다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작가 지원에서는 SNS에서도 때 시리즈'를 계속 연재하고 있던 중이었고 에세이를 주로 다루고 있었던 블로그의 성격과 내 활동계획 그리고 작가로서의 나의 정체성에 연결 지점이 분명했다는 자체 평가를 해 보았다.
역시 '연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번 글은 세편 모두 다른 소재의 에세이를 제출했다. 블로그의 글도 성격이 다른 여행 에세이였다. 작가로서의 나의 소개도 조각조각. 나는 이런 것도 했었고 저런 것도 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는 열거는 있었지만 연결은 없었다. 이 모든 나의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기 위한 연결을 생각하고 쓰니 글을 잘 쓰고 못쓰고의 여부를 떠나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고 브런치 작가 지원에도 승인메일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금 처음 브런치 작가 지원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쓰고 읽는 것부터 시작하셔야 겠지만 나처럼 여러 번 탈락하고 재 도전하시는 분들은 축적해 온 글과 글감 경험에서 연결지점을 찾아 한 권의 책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시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다음번 도전에는 작가 도전이 아닌 브런치 북 발행에 함께 도전해 보았으면 한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이제 출간을 하는 그날까지 [꿈의 서랍을 열다] 매거진의 글은 계속된다. 브런치 삼수생 경험이 부끄러운 기록이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글로 풀어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이것 또한 너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