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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 앵선 Feb 19. 2024

제주에서 3

포도호텔 - 본태 박물관 - 수, 풍, 석 뮤지엄 - 방주교회



비 오는 제주는 분위기가 남다르다. 바다안개와 파도, 바람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그리움을 몰고 온다.


포도호텔- <이타미 준>

제주의 오름과 초가집을 모티브로 설계되었으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포도송이와 같다고 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게 가로로 지어 넉넉한 모습으로 제주를 품고 있다. 안개로 묻혀 버린 포도호텔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한적한 포도올레길만 잠시 걸으며 포도호텔을 조금쯤 음미해 보았다.


본태 박물관 - 안도타다오의 철학이 물씬 풍기는 빛과 물, 노출콘크리트 박물관을 들어서니 거대한 알파벳 조각 ‘LOVE, HOPE로 유명한  미국작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피카소의 작품도 있는데 처음 보는 작품이라 한참을 들여다 보아도 평소 봐왔던 피카소의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백남준 전시관, 안도 타다오의 스케치,  미로와 같은 곳으로 들어가니 ‘명상의 방’ 이 있었다. 미로처럼 복잡한 이 길을 통해 다다른 ‘명상의 방’에서 자신이 느낀 것과 생각한 것들을 모두 정리하고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건축가의 의도가 담긴 방이라 한다.

명상의  방에서 잠시 끄적여 본다.


           "   무엇을 찾아 이리도  헤매었던가? 기쁨?, 슬픔?, 평안, 사랑?

               스러져가는 삶이, 허문 벽 안으로 스며들고, 남은 삶의 기쁨을 위해

              길 위에서 나를 찾는다.

              또 다른 나를.....   "


수, 풍, 석 뮤지엄 - <이타미 준>

‘명상의 공간 으로써의 뮤지엄’


수- 회색빛 하늘이 물과 만나 잠시 쉬어간다. 비 먹은 하늘에서 빗방울이라도 후드득 떨어지면 좋으련만, 빗방울과 함께 잠시 쉬어가는 나그네의 길동무가 될 터인데, 안개만 잔뜩 토해내고 있다.


풍- 바람소리와 해비침의 그림자라도 보면 좋으련만 그저 말없이 묵의 소리만 들락 거린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석- 퇴색해 가는 외관이 세상을 향해 눈물짓듯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거칠게 변해가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려나?


방주교회- <이타미 준>

잠시 묵상한다!


            "주님!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헤매었습니다.

            주님 앞에 엎드리니 파노라마처럼 지나간 시간들이 지나갑니다.

            감사함과 더불어 아픔의 눈물도 거두어 주소서.


            마음 비우려고 떠난 길 위에서, 비워지는 마음 위에 주님의 사랑을 채워가게 하소서.

            혼자서는 버틸 수 없기에...


             마음이 늙지 않게 하시고, 마음이 병들지 않게 하시며, 주님의 나라에 갈 때까지 평안하게 하옵소서.


             주님의 자비와 긍휼 하심을 베푸소서.

             다만 비옵나니 그리 하소서! 아멘!    "


물결이 넘실대는 바다 위 떠 있는 배의 형상.

지붕 위에 바람이 불면 시시각각 변해가는 고기비늘이 번뜩인다.

망망대해로 떠나는 인생이지만

배 안에서,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삶의 좌표를 다시 고치며,

잔잔한 물결같이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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