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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Dec 24. 2021

잊지 못할 일본 입국기

내 인생에서 가장 스펙터클 했던 3주. 그 여정의 마지막에 다가오니 두뇌 회로가 멈춰버렸다.


쓰고 있던 글은 갑자기 길을 잃었고, 새로운 글감도 생각나지 않는다. 가만히 있다간 이 상태가 오래 지속할 듯하여 그간의 일을 풀어보며 마음도 진정시키고 머리도 비워보기로 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둘째 아이도 벌써 7개월.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 코로나도 끝나겠지 했는데... 아이고, 오미크론 변이가 나타나며 상황은 더 안 좋은 듯하다. 아이 아빠는 아이가 태어난 날 보고 아직 아이를 안아보지도 못했다. 첫째 아이도 이젠 제법 아빠를 찾는다. 아무튼 이제 가족이 함께 모여 지내기로 하고 둘째 아이 비자를 신청하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며칠 후. 일본에 오미크론 의심 환자가 발생하고 일본은 해외 입국자 전원 시설 격리를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때마침 한국도 오미크론 환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시설 격리 6일로 결정되었다. 아이 둘을 데리도 좁은 호텔에서 6일간 격리라니 그 시간을 어찌 보내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째 아이의 비자가 나왔고, 그다음 날 일본은 갑자기 신규 비자 효력 중단을 발표했다. 껏 나온 아이의 비자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12월 중엔 꼭 일본으로 가야 하는 상황. 자칫하면 둘째 아이만 한국에 두고 나와 첫째 아이만 일본으로 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영사관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눈물의 사유서와 여러 증명 서류를 더 내고서 결국 출국 일주일 전에 다시 비자를 받았다.


하.. 이제 끝났구나 싶었는데 비자를 찾아오는데 큰 아이 원에서 연락이 왔다. 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원의 모든 아이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이게 무슨 상황인가. 아이가 밀접 접촉자라면 아이는 격리에 들어가서 우리는 또 출국을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의 격리 여부는 원의 cctv를 돌려보는 역학조사에서 결정이 난다고 했다. 그 기간 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다행히 아이는 접촉한 적이 없어서 격리는 안 해도 되는 상황. 하지만 불안하여 우리는 그날로 어린이집을 퇴소했다.


그리고 그중에 출국 전 둘째 아이의 6개월 접종을 할 수 있기에 고민하다 그냥 한국에서 하는 게 좋을 듯하여 접종했는데 세상에 아이 접종 열이 3일을 가는 거다. 당장 내일이 출국인데 아직 열이 나는 상황. 결국 티켓을 하루 연장했다.

그랬더니 출국 시 필요한 서류인 출국 전 72시간 코로나 음성 증명서의 시간이 오버되는 것.

다시 검사를 해야 하는데 당일에 검사와 결과가 나오는 곳이 있을까 고민하며 검색하는데 너무 다행스럽게 인천공항 내 검사기관에서 가능했다.

그래서 다음날 새벽같이 일어나 인천공항으로 가서 검사와 결과지를 받사오니 아이의 열도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출국.

그렇게 일본땅에 도착했다. 아 진짜 끝이구나.

이제 시설 격리 6일만 잘 해내자.

하며 시설 격리 장소 배정을 기다리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간사이 공항으로 간다는 것이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미 아이들은 지쳤고, 7개월 아이는 내 품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찡얼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코로나 검사 한 번호 별로 호명을 하고 이동을 했는데 다행히도 난 도쿄 내 호텔로 배정되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진짜 호텔에 도착하고서야 이제 정말 끝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방이 너무 작아서 여기서 큰 아이가 괜찮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일단 무사히 도착한 것에 느껴지는 큰 안도감.


어찌어찌 시설 격리 5일이 지났고, 내일이면 퇴소다. 물론 집에 가서 나머지 8일을 격리해야 하지만 그래도 집에 돌아가는 게 어딘가.

나는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이 글조차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는 상태지만 차차 좋아지겠지. 이렇게라도 쏟아내야 할 것 같아 일단 기록한다.


남은 2021년이 지나가고 새로운 2022년이 되면 새로운 글도 써지리라.


정말 스펙터클한 2021년의 마무리다.

아마도 2022년엔 엄청난 대박이 날 것 같다.

그래야만 한다 운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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