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몬 Dec 16. 2023

<북리뷰 17> 잠든 감성 깨우기

책은 도끼다



제목 : 책은 도끼다.
저자 : 박웅현(348쪽)
초판 : 인쇄 2011년 10월 10일
출판사 : 북 하우스 퍼블리시스


    삶은 행복을 지향한다. 좋은 집, 좋은 옷, 좋은 차, 돈과 출세도 우리에게 지속적 행복을 주진 못 한다. 지금, 여기서, 사소한 것에서, 일상에서 감동을 느낄 때 삶의 행복감도 일어난다.

이 책은, 저자 박웅현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며, 어떻게 읽어야 잠자는 감수성을 일깨워서 감동과 울림을 받을 수 있는지를  대학에서 강의한 것을 모은 것이다. 그의 머리를 도끼처럼 내려친 책 40여 권의 문장이  왜 감동과 울림을 주는지 집어 설명해 준다. 저자의 말처럼 좋은 책 다 보기를 통해서 우리는 순간순간 작은 행복, 깨우침, 울림을 찾을 수 있으며 그런 행복감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저자는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인용하여 자신의 문장 해석, 깊이 읽는 방법, 더 나아가 책을 읽는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가 책을 깊이 읽는 방법은 우리의 의식 위에 새로운 레이를 하나 설치한 것처럼 그동안 무심히 지나치던 것,  미세한 것에서 중 한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 >




 '죽음이 임박했을 때 갑자기 생기는 삶에 대한 애착은, 우리가 흥미를 잃은 것은 목적이 보이지 않는 삶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일상적인 형태라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불만이 생기는 것은 인간의 경험이 돌이킬 수 없도록 음울하기 때문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특정한 방식 때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문장을 저자는 이렇게 해석했고 느꼈다.
' 삶이 그렇게 힘들다고 하면서도 실상 죽음을 반기지 않는다는 건 삶의 문제가 아니라 내 태 도의 문제였다는 걸 증명해 주는 거예요.
우리가 죽겠다 힘들다 하는 건 영위하고 있는 삶의 일상적인 형태에 흥미를 잃었다는 거죠.
죽기 전의 삶의 조건들은 동일해요. 그러니까 결 국 흥미를 잃은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우리삶을 영위하는 일상적인 태도라는 의미입니다. 알랭 드 보통에 의하면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의미는 바로 이것, 우리가 시간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다는 겁니다. 삶을 낭비하지 말고 삶에 대해서 감사해하며 현 재의 순간순간을 모두 사랑하라는 얘기를 알랭 드 보통은 프루스트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수업의 목적이기도 하고, 제가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27쪽)

'우리의 정신은 의식 위에 떠다니는 특정한 대 상을 포착하게끔 회로에 설정된 레이다와 같아 서 책을 읽고 나면 그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레이더에 걸린다는 겁니다. 김훈을 만난 후 미나리와 콩나물을 씹으면서 물기에 주목 하도록 레이더가 새롭게 조종되는 것처럼요. 뭔가 보고 듣고 할 때 김훈이라면, 고은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며 전에는 잡히지 않은 것들이 잡히게 되는 거죠. 그렇게 잡히게 되는 게 많아지면 결국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고요. 이것이 행복의 포 인트가 되는 겁니다.' (128쪽)





     날마다 크고 작은 감동이 가슴을 적신다면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던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많은 것들을 자세히 깊이 들여다보면 미처 알아채지 못한 깨알 같은 감동이나 번개를 맞은 듯한 깨우침을 느낀다.  이러한 작은 감동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감정기쁘게 하고, 좋아진 내 감정은 나의 일상의 태도와 행동에 좋은 영향을 준다. 이런 나의 좋은 감정, 태도, 행동은 내 삶의 순간 순간을 조금씩 바꾸면서 인생의 어느 시점들을 좋은 방향으로 바꿔준다. 이것이 반복되고 쌓이면 감동은 지속되고 행복감도 늘어난다.



책을 읽을 때 카프카의 말처럼, '그 책이 도끼
처럼 나의 잠자는 감수성을 깨부수는 책' 을 읽어야 한다. 저자는 그 도끼 같은 책 40 여권과
책을 읽을 때의 생각의 흐름을 대화하듯이 쉽게
풀어썼다.  


저자는 이철수의 <마른풀의 노래 > , 최인훈의 <광장>, 김훈의 <자전거 여행>,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오스카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에서 길어 올린 도끼 같은 울림을 주는 표현을 찾아내고 저자의 감성 가득한 해석을 덧붙인다.




     

    읽다 보면 저자가 예를 든 문장이나 표현에서 저자와 같은 감성을 느낄 수도 있고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그것은 저자가 그 책을 읽고 해석하는 것과 달리 독자들이 읽고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 기 때문이다. 저자가 예를 든 휘슬러의 그림, <원제 : 회색과 검은색의 구성>은 화가가 애초 기하학적 구도를 시도하는 것과 달리 모성애를 의미하는 <화가의 어머니>로 다르게 해석되어 많이 회자되 왔다. 실제 미국에서 어머니날을 처음 제정했을 때 기념우표에 그림이  모성애 상징한다며 우표 도안에 사용할 정도였다.
화가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다고 항의했지만 미국 정부조차도 이 그림을 모성애의 발로로 화가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했다.


더욱이 책의 문장은  은유, 비유, 함축이 많으 므로 그 해석은 독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독자가 읽은 책에서 받은 울림이나 감동이 그 책의 작가가 글 쓴 목적과 의도와는 달라도 그것은 각자의 사유의 영역에 속한다. 책은 독자에 따라 다른 의미나 영감을 줄 수 있으며

그럼에도 도끼같은 책은 우리에게 울림과 깨우침을 준다


        <회색과 검은색의 구성. 휘슬러>




​    이 책은 잠자는 감수성을 깨우고 책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을 많은 문장을 사례로 들 려주며 울림과 감동을 찾게 해 준다.

저자가 제시한 책 읽기 방법은 새롭다기보다 많은 독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 일반인들은 저자의 감수성 레이더처럼 그 울림과 감동이 강하지 않을 것 같다. 아예 감수성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독서를 하는 독자가 많지 않을까.


    저자는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도끼 같은 책을 고전에서 찾는 것은 물론, 책을 통해 예술적 심미안도 배우고 훈련해야  감수성 레이 의 감도를 갖출 수 있음을 이 책의 바탕에 깔고 있다. 도끼 같은 감수성은,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생겨서 나의 머리를 내려치지는 않는다.


         <책 내지의 저자 박웅현 소개>



#책은도끼다#박웅현#사이먼의 북리뷰#김훈 #알랭드보통#이철수판화#감수성

작가의 이전글 60대에 디지털 노마드되記<최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