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 7월에 서울중부기술교육원 웹컨텐츠 디자인과정에 입학하여 말로만 듣던 "뽀샵' 수업을 처음으로 들었는데 무슨 말인지 한 번만에 알아들은 적이 없었다. 나의 빈곤한 컴퓨터 실력, 나쁜 머리, 쇠퇴한 기억력을 매일 실감하곤 했다. 더 어려운 건 일러스트와 코딩이었다. 로고나 캐릭터 같은 창의적 작업을 하려면 일러스트레이터가 필수 스펙이며 홈페이지를 만들려면 홈페이지 구조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코딩을 알아야 한다고 교수님들은 강조했다. 하지만 겨우 컴맹을 면한 나에게 이 두 가지는 그림의 떡이었고 넘지 못할 벽이었다. 내게 필요한 건 온라인 쇼핑몰에 필요한 로고, 배너, 이벤트, 상품사진, 상품 상세설명서등을 내 손으로 디자인할 수 있을 만큼의 포토샵과 사진 실력이다.
어찌 됐던 작년에 온라인몰을 시작했으니 올해 내로 제대로 배를 띄워놓고 쇼핑몰을 운영하고 싶다. 디자인 실력을 더 발전시킬지는 그 이후에 결정하면 될 일이었다. 목표는 온라인쇼핑몰이고 포토샵은 수단이다.
그런데 포토샵은 배울수록 활용 범위가 너무나 넓고 깊으며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오가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겨우 6~7개월 포토샵 배운 처지에 무슨 평가를 할 수 있을까마는 포토샵의 대가들은 자신만의 전문성과 예술세계를 지향하고 있었다. 이번 재수강 학기에서는 포토샵에 집중해서 실무 디자인 능력과 GTQ자격을 따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담당교수님에게 포토샵 위주로학습하겠다고 양해를 구해야겠다.
재수강은 확실한 복습 효과와 심리적 부담감을 덜고 열등감을 완화했다. 과정을 완주할 수 있으며디자인의 기초를 한 뼘 쌓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가졌다. 특히 행정실에서 새로 초빙한 유명 유튜버 '디맘' 교수의
열정과 개인별로 족집게처럼 수업지도해 주는 강의기법 덕분에 지금까지 수업 진도에 처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수업 중에 과제를 받으면 버벅거리기 일쑤였는데 이젠 머리에 떠오르는포토샵 툴(Tool)을 써서 그리면 주어진 시간 이내에 마칠 수 있었다. 수업이 버겁지 않았다.
< 졸작 예제, 소스를 받아 모방 그리기 >
유튜버 일타강사(' 1등 스타강사'의 줄임말이라 한다)라고 내가 별명을 붙였지만 담임교수님은
유튜브 포토샵 분야의 고수다. 대입학원가에서 일등 스타강사에게 학생들이 몰리는 건 다 이유가 있으며
연봉 백억 대도 있다. 대입 학원가와는 다르지만 '디맘' 교수님도 2020.4월부터 유튜브에 포토샵과 일러스트 강의 동영상을 올렸고 2023. 4월 현재 구독자 6,070명, 누적 조회수 60만을 돌파했고 관련 강좌의 동영상이 290개다. 구독자는 대부분 디자인 공부하는 분들이라 강남학원의 대입 일타강사와는 수적으로 비교할 수
없지만 포토샵 분야의 일타강사라고 할만하다.
'디맘'은 집에서 아기를 키우면서 어도비社 포토샵으로 유튜브강의, 블로그, 오프라인강의, 원데이 클래스
등 하루를 분초 단위로 쪼개 일한다. 어느 날은 우리 강의가 1시 30분에 끝났는데 오후 3시에 유튜브 라이브 강의를 하는 모습을 봤다. 이 분의 유튜브 강의를 들어보면 애기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데 '디맘"은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른다. 오히려 친근감과 신뢰감이 더 간다. 집안 일과 아기, 오프라인 강의, 유튜브 강의, 책 출판까지 1인 4역~5역을 해내고 있다. '디맘'은 포토샵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찾고 연구하느라 무수한 밤을 새우고, 때로는 힘들어서 운 적도 많았단다.
그러면서 " 아기 키우는 나도 하는데 여러분들은 더 잘할 수 있지 않느냐, 포토샵은 다른 기술이나
예술과는 달리 재능을 요구하지 않으며 꾸준한 노력을 요구한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보상이 온다"고 학생들을 독려한다. 저런 멋을 갖춰야 일타강사가 되는가 보다.
<디자이너맘. 두 아이의 엄마, 그래픽디자인 전문강사. 홈 화면 캡처>
3월부터 허교수님이 강의하는 온라인쇼핑몰 수업도 주 2회 6시간인데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면서 진행됐다. 온라인 쇼핑몰에 관한 기본 지식, 요즘 주목받는 온라인 쇼핑몰의 내용 분석, 왜 나는 온라인 쇼핑몰을 하려는지를 고민하여 아이덴티티 설정하기, 마케팅 기획, 이름과 로고와 아이템 탐색을 하면서 각자 자신만의 온라인 쇼핑몰 구상을 시작했다. 나는 새 아이템, 새 쇼핑몰, 새 로고를 만들어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폐점하고사업자등록도 4월 중순 폐업 신고를 했다.
온라인몰을 운영하려면 상품 즉, 아이템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템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을 선정하고 판매해야 한다. 대부분 이미 선점하고 있으므로 나만의 아이템을 개발하기가 무척 어려워 초보자들이 대부분 난제에 부딪힌다. 그렇지만 우리 과정은 그래픽 디자인을 다듬어서 새로운 자신만의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모티콘, 캐리커처, 사진 보정, 기념 선물 디자인 등 기본 실력을 갖춰서 소량 다품종 주문 제작하는 디자인 마켓을 창출할 수 있다. 이 같은 관점은 나만 가진 게 아니었다. 온라인몰 전문 초청 강사가 두 시간 강의하면서 우리 과정에 관해, 자신만의 디자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 강사는 " 여러분은 온라인몰 아이템 선정 문제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입니다. 나만의 제품을 디자인해서 생산, 판매할 수 있는 개인이 그리 많지 않은데 이 과정은 그런 면에서 전략적 장점을 가졌습니다."라고 평가했다. 격려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나도 그 점에 주목해서 이 과정에 입학했으니 내 생각이 객관적이었다. 그 강사는 자신이 20여 년 간 온라인 쇼핑몰을 연구하고 강의 다니면서 얻은 아이템 구성 비율을 알려줬다. 그는 <사입 기성 제품 70%> : <나의 제품 30%> 비율의 매출 믹스가 가장 적절한 배합이며 경기와 트렌드에 맞춰 이 비율을 잘 조절해 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알려 줬다.
그 이유는 사입제품은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되지만 100% 의존하면 사입업체 영향이 절대적이며 끊임없이 휘둘리므로 최소한 내 제품이 30% 는 있어야 생존 가능하다고 했다. 하긴 대기업 매출이 전체 매출의 100%인 협력업체는 대기업과 같이 망했다.
작년부터 한 달에 두세 번 동대문시장과 화곡동 도매시장을 누비고 다녔고 아는 분들 통해 제조공장도 가보며 온라인몰 판매 아이템을 찾아 다녔다. 내가 제작 할 주문형 디자인제품을 만드는 열전사용 프레스기 (Sublimation Heat Press) 2대도 빈 방에 설치했다.
큰 딸이 보더니 " 아빠 미대 나온 애들도 디자인 굿즈 못 만드는데 잘 될까 걱정이네. 딴 거 찾아봐"라고 했지만 한번 해볼게라고 응수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아내는 투자 없이 하는 걸 아니까 지켜보고만 있다.
지난주에 온라인쇼핑몰 이름을 <사이먼굿즈, SimonGoods>로 정하고 로고(제목의 대표 사진)와 배너도 만들었다. 다음 주엔 사입 제품 아이템을 잠정적으로 정해서 허교수님의 반응을 들어보려한다. 온라인몰은 레드 오션이고 모든 것이 깜깜이 상태인 초보 포토샵툴러(Tooler)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도 들지만 그동안의 비즈니스 경험, 3無 상태(무투자, 무점포 , 무직원), 온라인몰 운영 경험이 있다.
그제 친구에게 전화로 한 시간 의논했다.
그 친구는 " 니 혼자 책상에서 백날 사업계획 짜고 완벽한 준비 하느라 시간 다 간다. 그런 거 다 허당이다. 장사는 회사와 다르다. 준비 좀 덜 해도 시작해라. 니가 현장에서 부딪히며 겪어보면 금방 알고 대처할 수 있다. 네가 잃을게 시간 밖에 더 있나?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