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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몬 Jul 11. 2023

60대가 디지털노마드 되기(21)

온라인스토어 상품 등록

     7월이 되자 교육과정 최종 과제가 공지되었다. 취업반은 취업 필수인 포트폴리오를 작성, 창업반은 

온라인 스토어에 상품 최소 2점, 로고 1점, 배너 1점을 제작, 종강 전까지 지도 교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취업반 포트폴리오는 지금까지 교육을 받으며 작성한 과제를 정리해서 그중 베스트 작품을 선정하고 

보완해서 포토샵, 일러스트, 웹디자인으로 나눠  각 1~2쪽씩 만들어라고 구체적 방법을 알려준다.

창업반은 상품 디자인, 로고, 배너를 제작하면서 수시로 교수님께 보여주고 개선점을 찾아 작업을 반복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지도교수는 교육생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그날도 교육생 중 30대 디자인 경력자의 

품을 우리 과의 밴드 게시판에 업로드하게 해서 다들 보라며 콕콕 자존심 찌르기 자극을 준다. 

" ㅂ씨는 항상 먼저 과제를 밴드에 올리는데 언제 봐도 작품이 좋아요. 여러분 최소한 이 정도 퀄리티를 내야 합니다. 알았죠!! "  높은 음의 깡마른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속으로 궁시렁댔다.

' 아니 뭐 몇 년 디자인한  작품만큼 어케 퀄 나오냐. 젠장 십장생, 신발끈이다. 뭐 기 죽인다고 내가 잘 죽냐? 그라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있냐, 나도 일 년 만 바짝 하면 저 정도 할 수 있다고'


 제는 교육성적표이기도 하지만 입사 평가 시 중요하다. 그래서 교육생들은 하나같이 고민고민하는데 고민의 원인은, 지금까지 교육 중에 실습한 것 중 내놓을만한 '작품'이라는 게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허접한 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것처럼 처음엔 난감하지만, 스스로의 수준을 인정하고 까발리며 하나씩 등록할 상품의 상세페이지(상품의 상세한 내용을 설명해 주는 안내서. 24시간 온라인 샵의 영업을 하는 주인공)를 그려나갔다.



    



    첫 상품은 미리 사 둔 향수 '지미추 블러썸 오드 퍼퓸'으로 정하고 홈 페이지와 관련 사이트를 뒤지면서 

디자인을 꼼꼼히 관찰했다. 스마트스토어의 업체마다 기본적으로는 '지미추'의 제품, 텍스트, 디자인, 레이

아웃을 디자인 소스로 했지만 스토어마다 디자인 디테일이 다르다. 

지도교수님은 소스를 참고하되 나 만의 디자인을 만들어보란다.  내 눈에 좋아 보이는 디자인 요소와 고객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텍스트를 만들고 포토샵으로 어떤 디자인을 할지 디자인을 기획했다. 

제품의 핵심 장점, 향기 콘셉트, 향의 구조와 매력 포인트, 자주 묻는 질문으로 구조를 기획했다. 

그래도 경영계획만 20년 는데 디자인 기획 3쪽이야 사실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미지를 그려 넣으려니까 무슨 그림으로 시작할지 아이디어가 나오질 않는다. 내가 본 향수 업체들의 많은 디자인 중에서 좋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참고해서 작업을 했다. 단순 모방 수준이다. 


지도교수님은 슬쩍 지나치지만 정확히 스캔한다. 다가와서 매서운 눈으로 어색한 부분을 콕 집어낸다. 

" 이 디자인의 메인 컬러는 왜 베이지색이죠?"

" 제가 괜찮다고 여긴 제품의 디자인 배경색을 참고해서 색 변화를 줘서 수정한 베이지로 만들었습니다."

" 그 제품은 무슨 향수죠? 그 제품 자체가 가진 색은 어떤 색이죠? "

" 그 제품의 색은 베이지색입니다." 

" 그렇죠. 그 상품의 컬러가 베이지색이니까 디자인 메인 컬러를 베이지색 계열로 한 거예요. 그냥 따라 하시면 큰일 나요. 선생님 제품은 분홍색 계통이잖아요. 레이어의 바탕 화면색을 선택할 떼 (포토샵) 스포이드로 

상품 컬러인 핑크색을 찍어야죠. 그 컬러로 모든 레이어의 바탕 컬러를 만드세요. 색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앞으로 메인 컬러는 상품의 컬러와 일치시키세요. 그래야 그 상품과 일치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며 제품과 디자인 이미지가 연결돼요. 바탕 레이어부터 모든 컬러를 다 바꾸세요." 


'지미추 블러썸 EDP' 상세페이지 3장을 4시간씩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렸지만 내 마음에 차지 않으니 어디 

내놓긴커녕 교수님께도 보여 드릴 수 없다. 다음 날 교수님이 내 옆에 서서 보시더니 텍스트 내용이 너무 많아 여백이 없고, 텍스트의 배열도 도무지 일관성이 없고.... 또박또박 지적을 하며 지적한  내용을 반영해서 다시 디자인하란다. 글자체는 이것 말고 다른 거 찾아보란다. 글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강의에서도 들었지만 글씨체와 크기가 상품 이미지가 어떻게 연결되며 고객이 볼 때 어떤 효과를 주는지 알지 못했다. 


" 디자인 중 글자체와 글씨의 크기나 배치도 아주 중요해요. 고객은 업체 상품의 첫 화면을 클릭했다가 계속 볼지 다른 화면으로 넘어갈지 10초 이내에 결정합니다. 그 시선을 잡기 위해 디자인 모든 요소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면서 디자인을 해야죠. 글자가 너무 작아서 고객이 잘 못본다면 클릭해서 다른 데로 가 버리겠죠. 

결론적으로 그 시선을 잡지 못하는 디자인은 회사입장에서 잘된 디자인이 아니죠."   


속으로 아니 내가 어떻게 그 정도 수준을 디자인을 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작 입에선, 

" 교수님, 한 상품 디자인하는데 일주일 걸려요 교수님!!"(너무 힘들다~~)

" 첫 작품을 일주일 만에 그리면 엄청 빠른 겁니다. 작업한 거 한번 볼까요"


한 두번 보는 것도 아니고, 교수님은 내가 그리는 한 가지 상품을 아마 뒤에서 열번도 더 들여다 봤을 것 같다. 볼 때마다 이런 점은 이러니 지적받고 이렇게 개선하라고 가르쳐 주지만 이렇게 까다로우면 지쳐서 더 이상 못할 것 같았다. 글쓰기나 디자인이나 엉덩이가 묵직해서 서너 시간은 가볍게 일해야 되나 보다. 

그나마 힘을 내서 디자인 개선을 반복하길 나흘 째, 지친다. 내 속을 읽었는지 교수님이 말했다.

"이제 스마트 스토어에 등록하세요. 하지만 다 된 건 아니니 등록한 다른 상품을 봐가면서 수정 보완을 계속하세요."


다른 업체의 상품 상세 페이지보다 낫지는 않지만 아주 엉터리는 아닌가 보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디자인 개선 작업을 8번 정도 거치면서 <지미추 블러썸 오드 퍼퓸 100ml> 디자인 초안을 완성했다. 

일주일 간 매달렸는데 순수 작업 소요시간만 약 24시간.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첫 상품을 등록했다.    

온라인의 수많은 상품들이 이런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거치지만 업체마다 수준 차이가 명확했다. 


취업반은 교수님 세 분이 포트폴리오를 지도하면서 완성되게 세심하게 지도해준다. 교육생들이 취업을 잘 하도록 열성을 쏟으신다. 취업반은 포토샵 작품 선정이나 포스터 디자인은 어느 정도 갈무리했지만 자신의 홈 페이지를 코딩(HTML) 작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업반은 아직 판매 상품이나 카테고리를 구체화하지 못한 분들, 로고 만들기와 상품 상세 페이지 디자인하느라 방과 후 남아서 작업을 한다. 다들 좀 더 좋은 디자인을 그리려고 분투한다. 13일까지 상품 디자인 후 등록 2개, 로고 디자인 1개, 배너 디자인 1개를 제출해야 한다. 창업반 중 서너 명이 상품등록을 하기 시작했는데 60대인 나도 그중 한 명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첫 상품등록한 제품>

<지미추 블러썸 EDP 100ml>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상품등록#지미추블러썸#포토샵#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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