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감정 노동자'다.
‘감정노동’이라는 말이 있다. 업무에서 사용하게 되는 물질, 시간 할애 이외에도 사람이 업무/회사 내외적 인간관계에서 가지는 스트레스와 감정 소모 등을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이 보여주듯, 우리는 일자리와 일자리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필연적으로 감정 소모를 하게 된다. 비단 서비스직에 유독 많이 적용되는 말처럼 보이지만, 일반 회사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직업군에서 회사와 가지는 각종의 감정들은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사람은 회사/기업체 등과 계약을 맺기 시작할 때, 자기도 모르게 심리적인 계약을 맺게 된다. 이를 ‘심리적 계약 (psychological contract)’ 라고 하는데, 이 직업 혹은 업무가 요구하는 감정적 노동의 정도와 종류 등을 스스로 어느 정도 가늠해 둔다는 뜻이다. 이때 관련 종사자의 조언/인터넷 서치/자문 등을 통해 예상해 둔 감정 노동 수준보다 실제로 소모되는 감정이 월등하게 클 때, 심리적 계약은 깨진다. 그리고 이는 낮아진 업무적 태도와 업무 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나 21세기인 요즘 업무 환경이 중요해지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희미해지는 만큼 이러한 감정적 계약은 심리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심리적 계약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 중 하나는 직무 착근도 혹은 직무 배태성 (job embeddedness) 로, 개인이 자신의 직무에 가지는 애착 정도이다. 이는 첫 번째로 자기 조직에 속한 사람들과 그룹들에 느끼는 소속감, 그리고 두 번째로 스스로가 지각하는 자신과 직업의 핏(fit), 맞는 정도를 포함한다. 또한 마지막으로 직업을 그만둘 때 자신이 희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또한 직무 배태성을 나타낸다.
그리고 직무 공예 (job crafting) 은 스스로가 업무 공간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직무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들을 줄여가며 업무 만족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뜻한다. 이는 간단하게는 사무실에 인테리어 소품들을 놓아 오피스를 꾸미는 것부터, 체계적인 업무 관련 알고리즘 등을 만들어 반복 작업을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해당한다. 또는 사무실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 조직원들과 더욱 친해지려는 노력 등도 포함될 수 있다.
우리가 업무를 하며 느끼는 가장 중요한 감정은 명백하게 ‘스트레스’이다. 어쩌면 각자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고 극복하느냐가 전반적인 직장 생활 만족도, 그리고 업무 태도를 주관하는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관리할 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세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스트레스 요인 (work stressors), 즉 각자의 역할과 업무에서 나오는 스트레스, 2. 스트레스 중재자 (moderators of the stress process - 개인의 받아들이는 차이와 사회적 지원), 그리고 3. 스트레스 결과 (consequences of stress) - 번아웃 현상, 심장 질병 등이다.
스트레스를 처음 정의한 건 생리학자인 한스 셀리에 (Hans Selye)로, 현재는 ‘스트레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스트레스를 “어떠한 수요로 인해 인간 신체가 만들어내는 불특정/비특이적 반응”으로 정의했으며,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유스트레스(Eustress) 와 부정적인 디스트레스(Distress) 로 구분 지었다. 또한 그는 개인이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고 몸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을 나타낸 ‘일반 적응 증후군 (General Adaptation Syndrome, GAS)’을 처음 제시한 인물이다. 일반 적응 증후군이란 처음 스트레스 요인을 발견하거나 맞닥뜨렸을 때 경보 반응을 일으키고, 저항하려는 노력 후 포기함과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되며 신체가 장기적인 스트레스에 따른 반응을 보이게 됨을 설명한 증후군이다.
첫 단계인 경보 반응 (alarm reaction) 은 신체가 스트레스를 맞닥뜨렸을 때 보이는 초기의 반응이다. 투쟁-도피 반응 (fight or flight response) 또한 이에 해당하는데, 공격 또는 생존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 본능적이고 즉각적인 결정을 하게 되는데, 싸움 혹은 도망가기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을 나타낸다. 즉 스트레스에 맞설 것인지 회피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부신 (adrenal gland, 좌우 콩팥 위에 있는 내분비샘)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내보낸다. 그 후 에너지를 높이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두 번째인 저항 단계에서는 투쟁-도피 반응을 마친 후 신체는 스스로를 수리하기 시작함에 따라 혈압과 심장 박동이 정상화된다. 이 이후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지게 되면 호르몬 레벨, 심장 박동, 혈압 등은 스트레스 교전 이전 단계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만약 스트레스 요인이 계속해서 지속되고 이를 해소할 수 없어 신체가 계속해서 경보 반응을 일으키는 상태가 된다면 신체는 그 상황에 적응해 높은 스트레스 레벨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
마지막으로 피로 단계는 지속된 스트레스의 결과를 보여준다. 신체가 지속적인 경보 반응으로 인해 더 이상 스트레스에 맞설 힘이 사라지고, 상황이 나아질 여지가 없다고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우리는 높은 피로감, 번아웃 현상, 우울감, 불안감, 약해진 면역 체계 (이는 스트레스 관련 질병의 높은 발병률로 이어진다) 등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대략 두 가지의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problem-focused coping)과 감정을 다스리는 방식(emotion-focused coping)이다. 첫 번째는 명백히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두 번째는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를 자체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만일 현실적인 해결책이 없다면, 각자가 받아들이는 정도에 있어서 스스로를 계속해서 위로하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식이 때로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스스로 느끼기에 아무것도 아닌 감정이더라도, 지속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우리 신체에 매우 큰 무리를 주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성장을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거나 얕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권장되는 일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혹사해가며 직무를 계속해 나갈 이유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두자.
출처: 심리학신문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5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