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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달선생 Apr 10. 2024

좋아하는 단어 목록에 '우회로'가 추가되었다

[운전을 할 때면 생각이 말랑해진다]

3월 들어 고정으로 사용하는 알람이 5개가 되었다. 그 중 가장 먼저 울리는 알람은 새벽 6시 기상알람. 핸드폰을 켜서 나머지 알람들은 언제 왜 울리게 해 두었는지 살펴보았더니, 다른 알람들에는 그에 맞는 이름들이붙어 있었다. 그런데 기상알람에는 이름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본 알람 이름. [하루의 시작]도 괜찮고, 예쁨을 조금 덜어내면 [지금 일어나자] 로도 할 수 있을 테지만, 딱 떨어지는 이름은 아니라는 너낌적 너낌. 고민 끝에 예쁨을 많___이 덜어내고 다음과 같은 이름을 지어 보았다.

당장 너의 몸을 일으켜 욕실로 가서
양치를 시작하는게 좋을걸.

[하루의 시작]이나 [지금 일어나자] 정도의 메세지의 효과는 크지 않을테니 조금 길더라도 '어서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라'는 경고성 문구가 낫겠다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주중 아침마다 도로 사정에 따라 편도 35분~55분이 걸리는 곳으로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운전이 익숙해지면서 운전하는 것을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차가 바람을 가르며 달릴 수 있을 때나 그렇지, 꽉꽉 막히는 도로에서의 운전은 질색이다. 그런데 매일 아침, 안 막히면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20분이 넘는 시간동안 10초 간격으로 브레이크와 엑셀을 번갈아 밟아야하는 구간을 지나가야 했으니……안그래도 깊었던 미간 주름이 점점 짙어져 갔다.


그러다 ‘이대로는 미간 주름이 아주 문신이 되어 버리겠다.’고 생각했을 때쯤, 다른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원래 가던 길 대신 우회로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전에도 우회로를 알려주는 안내창이 떴었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라 기존 경로만을 고집했었는데, 한 눈에 봐도 너무 많은 차가 브레이크 등을 켠 채로 정지해 있었고 우회로로 가면 도착 예정 시각이 5분이 단축된다기에 ‘한 번 가보기나 해보자.’ 싶었다.


‘위험하면 어쩌나, 우회로도 막히면 어쩌나……’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나는 출발할 때 확인했던 도착예정시각보다 정확히 5분 일찍 직장에 도착했다.


그 때부터 나는 출근길이든 출근길이 아니든 네비게이션에 ‘우회로’ 안내창이 뜨면, 일단 ‘우회로’로 가 본다. 그리고 그 ‘우회로’가 어떤 이유에서든 마음에 들면(대부분은 시간 단축) 다음 번에 같은 목적지를 갈 때도 그 길을 선택한다.


최근 출근길에 재밌는 경험을 했다. 네이게이션이 평소에 알려주었던 ‘우회로’ 대신 직장과 더 먼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다른 우회로’를 알려주었다. 단축예정시간이 6분이나 돼서 더 기분 좋게 그 길을 따라 갔다.


그렇게 가다가 앞유리를 통해서 보이는 풍경이 뭔가 익숙한 기분이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이 날 선택한 ‘우회로’가 내가 매일 지나다니는 ‘우회로’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덜 막히는 지점에서부터.


안 그래도 좋아했던 ‘우회로’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우회로’를 또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이왕이면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길 위에서도 좋고 일상에서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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