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에 딸들 11

11화 백월의 경고

by 루담

11화 - **백월의 경고**

� 생명의 동굴에서**

생명의 동굴 깊숙한 곳, 두 번째 돌이 내뿜는 푸른빛이 동굴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 루담과 휘는 숨을 죽인 채 그 빛의 중심에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백월.

마고의 버림받은 제자라고 했지만, 그녀의 모습은 신비로웠다. 긴 은발이 바람도 없는 동굴 안에서 살랑거리고, 창백한 피부는 마치 달빛을 머금은 듯 빛났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만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고의... 딸이군."

백월의 목소리는 동굴 벽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루담은 무의식 중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당신이... 백월인가요?"

"그렇다. 그리고 너는 루담. 마고 님의 마지막 희망이라 불리는 아이지." 백월이 천천히 루담을 향해 걸어왔다. "하지만 희망이라기엔 너무 늦었다."

휘가 루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손에서 미약한 공명의 빛이 일렁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조용히 해라, 공명의 아이야." 백월의 시선이 휘에게 향했다. "네가 아무리 강한 공명을 지녔다 한들, 이미 세 번째 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세 번째 돌이요?"

"윤태화가 이미 찾았다. 파괴의 돌을." 백월이 쓸쓸히 웃었다. "그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마고 님이 그토록 경계하던 검은 피의 후예답게."

백암그룹 본사, 윤태화의 방**

같은 시각, 서울 강남의 백암그룹 본사 최상층. 윤태화는 거대한 창문 앞에 서서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검은 천에 싸인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회장님께서는 언제 돌아오신다고 하셨습니까?"

문석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윤태화는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다." 그가 천천히 돌아섰다. "세 번째 돌을 찾았으니까."

천을 걷어내자 붉은빛이 도는 검은 돌이 드러났다. 파괴의 돌이었다. 돌 주변으로는 미세한 검은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이제 마고의 딸들이 움직일 것이다." 윤태화의 입가에 냉소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특히 루담은. 그녀가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아직 아니다. 다섯 개의 돌이 모두 깨어나야 한다." 윤태화가 파괴의 돌에 손을 올렸다. 순간, 그의 눈동자가 검게 변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준비는 해야지."

� 메밀꽃 식당, 긴급회의**

루담과 휘가 황급히 식당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루희와 심해 할매가 기다리고 있었다. 심애 할매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돌아왔구나." 심애 할매가 일어섰다. "백월을 만났지?"

"네... 그런데 할매, 백월이 그러는데 세 번째 돌이..."

"파괴의 돌이 깨어났다." 심애 할매가 루담의 말을 끊었다. "나도 느꼈다. 지리산 전체가 요동치고 있어."

루희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할매?"

"마고의 다섯 돌이 모두 깨어나면, 이 세상의 균형이 깨진다." 심애 할매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지리산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였다. "생명과 죽음, 창조와 파괴의 경계가 사라져."

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우리가 막아야 하는 건가요?"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심애 할매가 고개를 저었다. "마고님께서 이미 예언하셨어. 다섯 개의 돌이 깨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다만..."

할매가 루담을 바라보았다.

"선택할 수는 있다. 그 힘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루담이 주먹을 꽉 쥐었다.

"저는 이미 선택했어요. 마고의 후계자로서, 이 균형을 지키겠다고."

"그럼 준비해야 한다." 루희가 일어섰다. "나도 도울게, 언니.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아니야." 루담이 고개를 저었다. "희야, 너는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해."

"무슨 소리야! 나도 마고의 피를 이은 딸인데..."

"바로 그렇기 때문이야." 루담의 목소리가 떨렸다. "만약 내가 실패한다면, 누군가는 살아남아서 다음을 이어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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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밤, 지리산의 변화**

자정이 지나자 지리산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산 곳곳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고, 평소보다 동물들이 소란스러웠다.

메밀꽃 식당 뒤편 우물에서는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루담은 혼자 우물가에 앉아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어머니... 제가 잘하고 있는 건가요?"

바람이 불어와 루담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그 순간, 우물 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딸아, 두려워하지 마라. 마고 님께서 너를 지켜주실 거야.'*

루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휘였다.

"잠이 안 와요?"

"네... 휘기도 그런가 봐요."

휘가 우물가에 앉으며 말했다.

"루담씨, 제가 꿈을 꿨어요. 다섯 개의 돌이 모두 깨어나면... 하늘이 갈라진다고."

루담이 휘를 바라보았다.

"그 꿈에서... 우리는 어떻게 됐어요?"

"모르겠어요. 꿈이 거기서 끝났거든요." 휘가 우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우리가 함께였다는 거예요."

루담이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휘씨. 혼자가 아니라는 게 이렇게 든든할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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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태화의 계략**

다음날 아침, 윤태화는 지리산으로 향하는 검은색 벤츠 안에 앉아 있었다. 조수석의 문석중이 보고를 올렸다.

"네 번째 돌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지리산 정상 근처의 천왕봉 아래 고분군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간의 돌이군." 윤태화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섯 번째 돌은?"

"아직...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루담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윤태화의 눈이 번뜩였다.

"그렇다면 루담을 직접 만나야겠군."

"하지만 위험하지 않습니까? 백월이 깨어났고, 공명의 아이도 함께 있다고..."

"그래서 더 흥미롭다." 윤태화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마고의 딸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직접 확인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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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번째 대결의 전조**

그날 오후, 메밀꽃 식당에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왔다. 검은 정장을 입은 윤태화였다.

"안녕하세요, 루담씨."

루담이 국자를 든 채로 굳어버렸다. 휘는 즉시 공명의 기운을 느끼며 긴장했다.

"당신이... 윤태화?"

"직접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윤태화가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앉았다. "소바 한 그릇 주시겠어요?"

"지금 장난하는 거예요?"

"전혀요. 전 진심으로 당신의 소바를 맛보고 싶습니다." 윤태화의 눈이 루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고의 딸이 끓인 국물의 맛이 궁금해서요."

휘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루담이 그를 제지했다.

"좋아요. 끓여드릴게요."

루담이 부엌으로 들어가자, 식당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 렀다. 윤태화와 휘, 두 사람이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이었다.

"공명의 능력... 꽤 강하시군요."

"당신의 검은 기운만큼은 아니에요."

윤태화가 웃었다.

"검은 기운이라... 그렇게 보이나요?"

그때, 루담이 뜨거운 소바를 들고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에서는 묘한 향기가 났다.

윤태화가 젓가락을 들었다. 첫 한 입을 넣는 순간, 그의 표정이 변했다.

"이것은..."

국물 속에서 그는 뜻밖의 것을 느꼈다. 따뜻함. 그리고 깊은 슬픔.

루담이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의 맛이에요. 마고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따뜻한 선물."

윤태화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순간,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흥미롭네요. 하지만..." 그가 일어섰다.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무엇이 충분하지 않다는 거죠?"

"세상을 바꾸기에는요." 윤태화가 문 쪽으로 향하다가 멈춰 섰다. "곧 네 번째 돌이 깨어날 겁니다. 그때까지...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윤태화가 나간 후, 식당은 깊은 정적에 휩싸였다.

휘가 루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 뭔가 다르지 않았어요?"

"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사람인 것 같아요." 루담이 윤태화가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뭔가 아픈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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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화 마무리**

그날 밤, 지리산 천왕봉 아래 고분군에서 거대한 빛이 솟구쳤다. 네 번째 돌, 시간의 돌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루담과 휘는 메밀꽃 식당에서 그 빛을 바라보았다. 이제 남은 것은 다섯 번째 돌 뿐이었다.

"시작됐네요." 휘가 중얼거렸다.

"아니에요." 루담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

저 멀리서 윤태화도 같은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마고의 다섯 돌 중 네 개가 깨어났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그리고 그 마지막 돌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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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12화 예고**: *"시간의 돌의 수호자"*

- 네 번째 돌의 수호자 등장

- 루담과 휘의 공명 수련 심화

- 윤태화의 과거 비밀 일부 공개

- 다섯 번째 돌의 정체에 대한 단서

*"시간은 모든 것을 기록하지만, 선택만은 기록하지 않는다."*

**- 마고의 예언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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