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일에 쓰는 편지
첫째 아이를 보낸 어린이집에 둘째 아이를 보낸다. 이미 첫째 아이를 기관에 보내며 의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선택한 어린이집이고, 그 믿음이 3년 동안 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월급이 어느 정도인지 풍문으로만 들어왔다. 그럼에도 선생님들의 노고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짐작한다. 같은 어린이집 학부모 n년차, 나보다 이 어린이집과 인연이 오래된 사람은 원장님 밖에 계시지 않는다.
수년 동안 많은 선생님들이 무릎 부상으로, 허리 부상으로 나가게 되셨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나와 비슷한 또래의 선생님들은 더욱 오래 버티지 못하셨다. 열이 나면 내 아이를 기관에서 데리고 귀가해야 하는 입장에서, 다른 아이들을 돌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워킹맘의 갈등이 오죽했으랴.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며 지금처럼 전파력은 높아지고 치명률은 낮아지기 전, 초창기에 막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생기기 시작할 때, 두려움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지역에 몇 명만 확진자가 나와도 일상이 마비되고, 확진자 동선이 꼼꼼하게 공개되면 자영업자의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 시기였으니까. 며칠 전 아이들을 데리고 온천욕을 하고 오며 마스크를 벗고 밀폐된 공간에서 있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 사라진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감사했다. 월급에 대한 대가로만 일을 하고자 하면, 사실 진작에 그만두었어도 그만둘 수 있는 선생님들이었다. 마스크도 씌울 수 없는 아기들과 가까이서 볼을 맞대고 호흡하며 교사인 내가 아이들을 감염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반대로 아이들의 부모나 형제자매 중에서 감염자가 있어 나도 바이러스를 안고 내 집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그 이중의 불안감에서 굳건하게 보육을 담당해주신 분들이었다.
굳이 두 불안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내가 아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연쇄 감염되는 것을 선택하실 분들이었다. 그것을 사명이나 소명이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하랴.
스승의 날이나 명절, 선생님들 생일 알림이 카톡에 뜨면 이벤트를 빌어 작은 선물에 편지를 쓰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선생님들의 고단함을 잘 알고 있다는 낱낱의 나열과, 선생님들의 사명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는 마음을 글로 담아내려 노력했다. 아이 생일날도 마찬가지다. 24시간 중에 아이가 깨어있는 12시간 그중에 7시간가량은 어린이집에서 보낸다. 엄마 아빠가 낳고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더 오래 키우는 셈이다. 내가 없는 시간 동안 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른. 심지어 부모보다 더 긴 시간을 양육하고 있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이니 아이 생일날만큼은 감사 인사를 빼놓을 수 없다. 선생님들 간식을 포장하며 짧은 메모를 첨부한다.
OO어린이집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젖도 못 뗀 oo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벌써 두 돌을 맞았네요. 아이를 보내고 직장에 다니며, 한 치의 의심 없이 선생님들을 믿고 지금껏 지내 왔습니다.
좋은 날에 지난 시간의 기쁨과 앞으로의 슬플 일을 미리 생각합니다. 저희 아이가 생일을 지나 졸업반이 된다니 선생님들과의 이별이 벌써 서운해집니다. 그 어떤 기관을 가더라도 선생님들처럼 좋은 분들을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밝고 건강하게, 행복한 아이로, 정성 들여 길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oo엄마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