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멘탈, 2023> 리뷰
* 스포일러는 최대한 배제하였습니다.
엘리멘탈의 뒷심 흥행력이 대단했다. 올해 상반기에 개봉한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문단속>을 가볍게 제치고, 역대 디즈니 작품 중 최대 흥행작에 등극했다. 엘리멘탈을 만나기 전, 엉뚱한 매력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댔던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고 한다.
영화 <업, 2009>의 스핀 오프 버전 같은 단편이 엘리멘탈이라는 메인 디쉬 이전에 에피타이저로 나온다. 그런데 에피타이저라고 하기에는 너무 맛있어서 메인 디쉬를 먹으면서도 그 맛이 계속 생각난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는 것이라고 했던가. 칼 할아버지가 남은 생을 더욱 생기 있게 보내려면,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인생은 그 자체가 모험이고, 우리는 그 모험 속에서 짜릿한 재미, 가슴 뛰는 흥분,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재미, 흥분, 성취감이 합쳐지면 다음 삶의 퀘스트를 열어보고, 도전하는 힘이 된다.
험난한 모험의 길을 떠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동료라고 할 수 있다. 함께 걷는 동반자가 있어야 더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그는 칼 할아버지의 소중한 동반자다. 나는 에피타이저 구덩이에 빠졌다.
엘리멘탈 시티에는 흙, 공기, 물, 불의 4가지 원소들이 살고 있다. 모든 물질이 4가지 기본 원소들로 이루어졌다는 4원소설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엠페도클레스(Empedokles, B.C. 490~430)이고, 이후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에 의해 계승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4원소와 건조함, 습함, 따뜻함, 차가움의 조합으로 모든 물질이 결정된다고 생각하였다. 서양 문명에서 4원소설은 약 2000년 동안 뿌리내려 여러 학문의 근간이 되었으나, 18세기에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4원소설의 오류가 발견되었다.
동양에도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오행이 있다. 요일에서 해와 달을 제외한 화, 수, 목, 금, 토의 다섯 가지 속성이 만물을 조성한다는 것으로 한국의 태극기에도 오행의 개념이 들어있다.
동양의 오행으로 보았을 때, 화(불) 속성의 앰버와 수(물) 속성의 웨이드는 서로 상극이다. 오행에서 화(불) 속성은 확실하고 분명한 것을 좋아하고, 뒤끝이 없는 솔직 담백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성격은 전반적으로 급하고, 즉흥성이 많지만, 리더의 기질이 다분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수(물) 속성은 유연한 사고와 융통성이 있어 상황에 적응력이 뛰어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잘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최근 유행하는 MBTI로 보았을 때, 엠버는 T, 웨이드는 F가 될 것이다. 반대의 매력을 가진 엠버와 웨이드가 서로에게 끌렸다는 이야기를 여러 가지 언어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엘리멘탈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를 들어보면, 부모님의 기대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년들이 감정이입을 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궁극적인 진리는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러나 부모님을 사랑하는 자식들은 빠르고 안전하게 실망시켜 드리는 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나 자신과 대화를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영화가 끝나고 노래와 함께 자막이 올라갈 때, 마음이 먹먹해질 수 있다. OST를 들으며 '너를 사랑해도 될까?'라는 가사가 나오는 지점에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여보자. 둘 중 하나가 단명할 수 있는 궁합이더라도,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