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울음을 들어본 게 언제였던가. 나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로 최대한 얼굴을 가렸다.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다. 그리고 눈을 내리깔고서 눈물이 맺히는 것을 막으려고 애를 써야만 했다. 일 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자리를 떠나기 위해서 재빨리 몸을 돌렸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슬픔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땅을 보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구슬픈 소리는 마치 한밤중에 세면대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처럼 멀리 지나쳤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잘 들렸다. 나는 불현듯 엄마의 울음소리가 떠올랐다. 아마도 목소리가 매우 비슷했던 것 같다. 그저 음색의 차이만 있을 뿐.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잠시나마 침착하게 있었지만 고개를 들어서 달을 바라보았을 때 쉽사리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달에게 속일 수는 없는 것일까. 어쩌면 지금이라도 솔직한 마음으로 목놓아 울음을 터트려야만 할지도 모른다.
세상이 피처럼 빨갛게 보인다. 아니면 눈알이 빨개졌거나. 눈앞이 점점 흐려진다. 감정을 컨트롤하지 않으면 이대로 어린아이처럼 울어버릴 것이다.
언제부턴가 누군가에게 주목을 받는 상황은 자연스레 회피했다. 그리고 빠르게 걸었다. 집으로 돌아와 빨래를 널었다. 지인에게 안부를 물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또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또 빨개졌다.
한강에 갔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 없이 달리기에 집중했다. 도중에 심장이 터질 때까지 달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달렸다. 그러면 세상이 조금 달라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늦은 밤 다시 그곳으로 갔다. 그것을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한 번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누군가에게 울분을 쏟아붓고 싶은 욕구가 들끓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누구에게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서 하얀 꽃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것들은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조금 더 밝아졌다. 수많은 꽃들이 하늘로 날아올라 마치 기둥이 없는 수백 개의 가로등이 된 것처럼 보였다. 불빛은 저마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로 흔들거렸다. 나는 그것을 가리키며 “별이다, 별.”이라 외쳤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저 서 있었다.
나는 영문을 모른 채 계속 별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수많은 별들이 땅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있는 그곳으로 떨어졌다. 나는 곧장 기절해버렸다. 그리고 겨우 눈을 떴을 때, 아무런 감각도 없이 가지런하게 눈만 동동 뜬 채로 뻗어있었다.
그리고 캄캄한 하늘에서 지독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물은 빨갛게 변했던 내 얼굴을 깨끗이 씻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