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마땅히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이 없다거나 현재 생활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글을 쓰는 데에 필요한 요소들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무엇이든지 계속 읽었다. 새로운 책을 읽기도 했고, 읽었던 책을 다시 읽기도 했다. 그것으로 족했다. 어쩌면 아직은 글을 쓸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때 억지로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오늘은 한번 무엇이든 한번 적어보고 싶었다. 나에게 아직 글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는지 확인할 겸 집중해서 한 번에 글자를 적어 내려 가는 행위를 하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밖으로 나와 밤산책을 한 것이었다. 처음엔 잘 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떠오르는 영감들이 전혀 잡히지 않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더 좋은 더 나은 생각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내심 기대도 있었다.
그렇게 삼사십 분이 흘러가고 나는 드디어 막연히 글을 적었다. 밤공기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 꽤나 한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이곳에서 살아야 할 만한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내가 이전에 살았던 경주와 비교해 보았을 때 어떤 점이 다를까. 아니면 나에겐 별반 차이가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