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는 게 버거워지고 있다. 첫날에는 5시에 눈이 번쩍 떠지더니 이제는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간에 겨우 눈을 뜨고 있다. 아침식사는 매일 나누어주는 주스, 빵, 사과로 해결했다.
오늘은 문화 행사의 날로 어제 받은 티켓에 적힌 시간과 장소대로 정해진 일정에 참가하고 나머지 시간은 티켓 뒤에 적힌 관광명소(박물관 등)를 방문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내일이면 교구대회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는 바비큐 파티가 예정되어 있다. 고로 저녁식사 전까지 자유시간이다.
나는 10:30에 Fado 공연을 보러 가는 거였고 내 단짝은 11:00에 Fado였는데 청년 한 명이 11:00 Fado로 바꿔 줄 수 있냐고 해서 기꺼이 바꿔주었고 덕분에 단짝하고 같은 시간대로 갈 수 있게 되었다!
11시까지는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광장 바로 옆 카페에 갔다. 에그타르트와 카스테라 비슷하게 생긴 빵 하고 아이스커피와 라테를 주문해서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나갈 때 계산하려고 보니 야외 테이블에서 청년들하고 있던 신부님(어제 젤라또 사주신 분)께서 우리 테이블까지 계산해 주신 것이다. (아이참… 청장년까지 안 챙겨주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꾸벅)
매일 미사를 드리는 성당에서 11:00에 Fado 전통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 맨 앞 옆자리에 앉아서 관람했는데 두 분의 신사가 기타를 연주했고 여성 한 분이 노래를 불렀다. 포르투갈 기타 연주도 신났고 노래도 엄청 열정적으로 불러서 분위기가 뜨거웠다. 전통 공연을 볼 수 있다니 행운이다 싶었다.
공연이 끝나고 1일 1 젤라또를 먹으러 갔는데 멕시코팀이 있어서 같이 먹고 사진도 찍고 놀았다. 유쾌한 멕시코 청년들!
오후에는 Train을 타러 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Train무료 티켓을 뽑지는 못했지만 요금을 내면 탈 수 있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니 바로 기차처럼 생긴 놀이공원에서 볼 법한 전동차가 있었다. 요금은 6유로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아서 다시 광장 옆 다리로 돌아온다고 한다.
워터 프런트까지 갔다가 시내 외곽으로도 돌았는데 우리가 가보지 않았던 곳들까지 볼 수 있어서 요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중간에 시계탑 위쪽에 있는 성벽에서 잠깐 정차해 줘서 성벽 안에 작은 정원도 보고 성벽에서 시내도 내려다보고 사진도 찍었다.
곧 출발한다는 종소리를 듣고 급히 내려갔는데 이미 떠난 뒤였다. 딱 10분 정차했다가 출발하는 것 같았다. 시계탑 근처여서 광장까지는 바로 밑이라 다행이었다. 슬슬 걸어서 내려오는데 웬 수영복 가게가 보였다. 둘 다 눈을 반짝이며 들어갔고 나는 오렌지색 비키니 탑과 팔찌를, 단짝은 비키니 세트를 한 벌 구매했다. 가격도 저렴하니 득템이었다.
배도 고프고 해서 점심을 먹으러 Riberia 골목으로 갔다. 그 옆 골목이 너무 이쁘길래 그 골목의 한 식당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먹는 꼬치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웨이터에게 물어봤는데 Mista de Tamblc이었다. 그리고 새우 감바스도 하나, 음료는 Sumo(주스)와 Sumo Laranja(오렌지 주스)를 주문했다. 여기는 주스를 주문하면 직접 착즙해서 나오는데 정말 맛있다. 마트에서도 그 자리에서 바로 착즙한 주스를 판다. 이 날은 오후에 꽤 더웠다. 그래도 습도가 낮아서 한국의 더위 와는 달리 견딜만함.
메인 메뉴인 꼬치가 나왔다! 이 탱글탱글 실한 꼬치를 보라. 너무너무 맛있었다!!! 17.50유로였는데 샐러드 하고 감자튀김도 같이 나오고 완전 가성비 갑!! 아래 소스 종지에 버터향 나는 올리브오일을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새우 감바스는… 새우는 실했지만 맛이 조금 아쉬웠다. 이건 9.90유로.
디저트는 생각이 없었는데 직원이 디저트 메뉴를 가져다줬다. 한번 쓱 보다가 레몬 젤라또 샤베트(Limao Gelado)가 시원하니 맛있어 보여서 하나 주문했는데 꽁꽁 얼어있는 레몬 껍질 안에 샤베트가 채워져 있었다. 한입 떠먹으니 입에서 겨울이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고 상큼하니 완전 강추 메뉴였다. 단짝은 차갑고 좋다며 아예 레몬 껍질을 들고 몸에 문지르며 다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맛있어 보이는 식당들은 사진을 찍어두었다. 숙소 앞에서 또 시원한 음료를 주유해 주고 미사 준비를 하러 숙소 앞 잔디로 갔다.
오늘은 우리 차례로 미사를 드리는 날이자 짐바브웨와 함께 하는 마지막 미사이다. 창미사로 준비를 했고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로 파트를 나눠서 미사곡 연습을 했다. 한국인들은 대다수가 음악에 재능이 있는 듯… 즉석에서 연습했는데도 화음이 잘 어우러져 내 귀에도 참 듣기 좋았다.
광장으로 이동해서 성당에 들어섰다. 우리는 왼편 자리에 파트별로 나누어서 앉았고 짐바브웨 청년들은 오른편에 앉았다. 미사가 시작되고 오늘은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네 파트로 화음을 넣어 창미사로 진행이 되었다. 미사 중에는 내 파트에만 신경 쓰느라 잘 몰랐는데 미사 끝나고 들어보니 화음이 너무 듣기 좋았다고 한다. 심지어 뒤에 앉아있던 한 봉사자는 눈물도 흘렸다고 한다.
첫날 짐바브웨 친구들과 미사 했을 때는 어색하긴 했어도 같이 즐기는 느낌이었는데 마지막 날인데 뭔가 더 가까워지기보다 멀어진 듯한 기분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섞여서 같이 앉으려고 짐바브웨 친구들이 여기저기에 앉아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우르르 몰려가서 왼쪽에 앉아버렸네...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에 첫 회사를 관두고 아프리카 배낭여행을 갔었는데 그때 짐바브웨도 지나갔었다. 짐바브웨와 잠비아 사이에 있던 빅토리아 폭포의 웅장함과 거대한 무지개가 지금도 생각나는데, 어떻게든 친화력을 발휘해서 말을 걸어볼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전야제! 바비큐 파티를 하러 숙소 옆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생선, 소고기, 돼지고기, 치킨 부스가 있었는데 원하는 데 가서 줄 서면 봉사자들이 직접 구워서 플레이트에 올려주었다. 식사는 무제한이고 음료는 3번 마실 수 있는 쿠폰을 나누어 주었다. 사람이 그나마 덜 서 있던 돼지고기 코너로 먼저 갔는데 감자칲, 샐러드, 그리고 빵 안에 얇게 구운 돼지고기를 넣어주었다. 일단 첫 음료는 스프라이트(사이다)로!
다들 먹고 있느라 앉을자리가 거의 없어서 멕시코 친구들 테이블에 조인해서 같이 식사를 했다. 첫 번째 라운드의 식사를 아주 맛있게 먹으면서 첫날 저녁식사는 깡그리 잊어버렸다. 두 번째 라운드는 생선 코너로! 세 번째 라운드는 소고기로 가져왔는데 다 소진되었는지 목살 느낌의 돼지고기였다. 개인적으로 구운 생선이 진짜 최고로 맛있었다. 짭짤하게 소금 간도 되어있는 데다가 철판에 구워서 너무 맛있었음!!
식사가 마무리될 무렵에 사회자가 모이라고 해서 각국 순례자들이 운동장으로 모였다. 주교님이 오셔서 말씀도 듣고 내일 있을 파견미사 일정 공지도 듣고 나서 각 나라별로 대표가 나와 밤 기도를 했다.
운동장에는 아주 작은 무대가 있었는데 음향장비가 마련되어 있었고 곧 댄스타임이 시작되었다. 다들 춤추면서 기차놀이와 터널놀이도 하고 하이파이브도 하면서 서로 어울려 놀았다. 나도 단짝도 흥이 올라서 한참을 춤추며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중간중간 다른 나라 청년들하고 수다도 떨었다. 막바지에는 MaryAnn을 만나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나중에 부스에서 디저트로 멜론이 나왔는데 한참 놀다가 먹으니 꿀맛이었다.
뒤에서 멜론을 들고 먹고 있는 우리를 보며 신부님께서 현지인 같다고 놀리셨다. 볼 때마다 놀리고 가시는데 듣기 나쁘지 않았다. 매 순간을 즐기고 있긴 했으니.
밤 12시가 넘어서 숙소에 들어왔는데 그때도 축제는 계속되고 있었다. 씻고 누우니 오늘도 새벽이로구나. 즐겁고 감사한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