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 민주당 소속으로 2018년 뉴욕주에서 최연소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사회, 인종, 경제, 환경 정의를 옹호하고 청년, 여성, 이민자를 대변하는 진보 정치인이다. 2020년 7월, 의회 안에서 자신을 향해 성차별적 폭언을 한 공화당의 테드 요호 의원을 지목해 그가 한 발언의 부당함을 알렸던 연설로 유명하다. Gen Z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 들에게는 Twitch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서의 소통을 통해 이미 그 사건 전부터 AOC로 이름을 알렸다. 떠오르는 정치 신예를 Boomer(1946년~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보다 Gen Z들이 먼저 알아본 까닭은 코르테즈 의원의 '말'과 관계가 있다. Gen Z들의 고민과 억울함에 대해 참지 않고 말을 쏟아내는 정치인. 그가 바로 AOC다.
"지난 1월 6일 나는 워싱턴 DC 연방의회 건물 안에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조심하라는 문자가 돌던 터라 의사당 내부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오후 한 시경, 나의 방 문을 부서질 듯 쾅쾅쾅 두드린 이가 있었다. "Where is she? Where is she?" 고함치던 목소리는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웠다. 총기 난사 사건들이 떠올라 다급하게 화장실 문 뒤로 몸을 숨겼다. '모든 건 끝났다. 이제 죽는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방 문이 열렸다. 의원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수도경찰이었다. 수도경찰을 맞닥뜨린 이 상황이 다행인지 불행 인지도 알 수 없었다. 다른 건물로 가라는 고함 소리를 뒤로 하고 아무런 보호나 안전 지역에 대한 정보도 받지 못한 채로 뛰기 시작했다."
미국의 정치 심장부가 아수라장이 됐던 연방 의사당 폭도 난입 사건. 그 날 코르테즈 의원이 겪었던 일이다. 지켜보는 미국 국민들에게는 분노와 슬픔이 생겼지만 폭력의 현장에 있었던 코르테즈 의원에게는 죽음의 공포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았다. 그 후로부터 4주가 지난 2월 2일, 그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의사당에서 겪었던 공포에 대해 낱낱이 밝혔다. '스스로에게 트라우마를 채워 넣지 않기 위해서 말한다'라고 했다. 동시에 아픔을 지우고 앞으로 나가자고 (Move on!) 말하는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조쉬 할리 의원을 향해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선언한다.
Move on! 이 말은 피해자들이 줄기차게 들어온, 가해자들의 공통 전술이다. '잊으라'는 주문을 통해 피해 사실을 지우고 동시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지움으로써 사건 자체를 은폐시킨다. 이렇게 은폐된 현실은 가해자의 권력을 손상 없이 고스란히 되돌려 줌으로써 언제 다시 가해질지 모르는, 폭력이 잠재된 권력을 지켜준다. 모든 종류의 폭력은 이렇게 은폐를 먹고 커간다.
"그렇게는 못하겠어!"
이 말이 주는 힘을 Gen Z 들은 알고 있다. Boomer 들만 그 힘을 모른 채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만 쓸 데 없이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