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함과 동시에 소멸을 사랑하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이 사실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진실만큼 자명해서, 우리를 두렵게 한다.
그래서 그 죽음 자체를 망각한 채 살아가거나,
영원을 갈구하기도 한다.
소멸되지 않는, 불멸의 시간 속에 머무를 수 있는 온전한 영원을.
/
그러나 사실 우리는 소멸을 두려워하는 만큼 소멸을 사랑하고 있다.
영원을 바라는 것 같으나, 사라질 것들을 평생토록 사랑한다.
봄에 피었다 곧 시들어 버릴 아름다운 꽃을,
엔딩 크레딧이 있는 흥미로운 영화를,
길지 않은 인생을 살다 갈 사랑스러운 반려 동물을,
언젠간 헤어질 가족과 친구, 애인을.
이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은 소멸한다.
/
우리가 소멸함에도 불구하고 소멸하는 것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인생의 아름다움이 '찰나'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비 갠 하늘 위에 뜬 형형 색깔의 무지개가 찰나이기에 경이롭듯,
우리의 인생과 사랑도 찰나이니까.
/
불멸할 만한 완전함은 없어도
소멸과 동시에 소멸을 사랑하고 있는 불완전한 우리는,
그 불완전함으로 인해 사랑스러우며 아름다운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