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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윤 Apr 05. 2021

보자 보자 그려보자, 봄 과일 & 봄나물

맛보기 코너 [푸드 일러스트 #1]


첫 번째, 봄 과일 디저트

전남 함평 <키친205>에서 먹었던 딸기쇼트케이크, 딸기파르페, 그리고 아메리카노.


바야흐로 봄이다.

아니, 한창 봄 중이다.


대표적인 봄 과일은 딸기다.

집에서 차를 타고 50분 정도 달리면 대한민국 팔도에서 가장 유명한 딸기 디저트 가게가 있다. 일명 '딸기밭 케이크'로 유명한 전라남도 함평의 <키친205>. 서울에 사는 친구의 말로는 잠실 롯데월드몰에도 얼마 전에 입점했다 한다. 남쪽의 시골에서 한양까지 상륙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벌써 두 번이나 사 먹었다고 한다.


나 역시 본점에 찾아가 그 달콤한 맛을 한 차례 체험하였다. 작년 4월이었다. 당시 교제하던 남자친구(워워... 지금의 남편)와 조금나루 해수욕장으로 당일치기 캠핑을 가는 길에 들러 오픈 직전의 시간에 줄을 서서 입장했던 기억이 난다.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면서, 요식업 사장님들의 땀과 눈물에 대한 평가에 인색한 우리 부부에게 '대기 후 입장'은 점수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기밭 케이크는 합격 그 이상이었다.

한입 베어 물고는 서로의 확장된 동공을 마주하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

말미의 물결은 어깨춤과 콧노래로 이어졌다. 따가운 봄볕 아래의 대기 시간이 깨끗하게 용서되는 맛이었다.

봄의 대표적인 과일인 딸기는 선명한 빨강이 참 곱다. 그 예쁜 녀석이 새하얗고 깔끔한 크림과 어우러져서 더 돋보이던 테이블에 눈, 코, 입이 모두 즐거웠던 기억. 휴대폰 속 사진으로 추적해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취나물우엉당근현미주먹밥, 쌀가루 김치전, 일본식 우엉피클, 백김치. (시든 프리지아는 데코레이션으로 활용했다.)


두 번째, 봄나물 주먹밥


취나물의 '취'는 무엇인가? '채취'에서 쓰이는 '가질 취'인가? '체취'에서 쓰이는 '냄새 취'인가?

사전을 검색해보니 취나물의 '취'는 그냥 '취'다. 한자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 순우리말의 '취'다.

고개를 갸우뚱. 아무래도 내 생각엔 '냄새 취'에서 오지 않았나 싶다. 둘 다일 가능성도 있다. ‘봄을 가져오는 나물’ 혹은 ‘봄의 냄새를 가진 나물’. 취나물에 대한 나의 편애를 듬뿍 담은 주관적 해석이다.


취나물은 향이 다분하다. 끓는 물에 데쳐도, 끓는 기름에 볶아도 증발하지 않고 기어코 입 안에서 향을 뿜는 봄의 생명력.

국화과 식물이라는데 흙내와 함께 쌉쌀한 향이 있다고 하지만, 적절하게 데쳐 먹으면 목련 향 비스무리하게 은은하고도 싱그러운 향이 난다.

아무튼 봄의 향기다.


고소하게 참기름을 두른 현미밥에 취나물을 섞어 둥글고 커다랗게 빚었다.

그 위에 볶은 우엉과 당근을 얹으니 빛깔이 대비되어서 참 곱다. 푸릇하지만 얌전한 진녹색과 통통 발랄한 주황색이 서로를 잘 보완해주는 단짝 같다.


남편은 남은 우엉으로 새콤달콤한 피클을 만들었다. 작년에 부산의 어느 오마카세에서 먹었던 그 맛과 모양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남편은 나보다 섬세한 미각을 가졌고 그래서인지 맛에 대한 기억력 역시 좋다. 만들고 바로 먹은 것이라 간장과 식초에 조렸던 온도를 그대로 머금고 있는데도 그때 그 맛이 어렴풋 떠오른다. (나중에 차갑게 냉장하고 먹으니 기가 막혔다는 후문.)

김치전은 애매하게 남은 낙지호롱이를 잘게 썰어 넣었다. 쌀가루를 곱게 믹서에 갈아 넣으니 바삭하게 구웠는데도 쫄깃한 떡의 식감이 느껴진다.

준비한 재료들이 이토록 서로 잘 어우러지고, 뱃속을 따뜻하고 든든하게 만들어주니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자꾸만 부엌을 찾게 된다.


습하고 더운 남동풍이 불어와 여름을 알리기 전에 생명력 가득한 봄나물을 더 찾아 나서야겠다.

냉큼 데려와서 데치고, 무치고, 끓이고는 뒤늦게나마 공손하게 밥상 위 초록과 향기를 부탁해야지.

봄님,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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