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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니 최 Jun 22. 2022

룰렛으로 배우는 작은 인생

<인생 게임> 리뷰

*룰렛으로 배우는 작은 인생

-인생 게임-       



   

1. 부모님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는 게임

게임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존재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게임하는 아이들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님 앞에서 작아지지 않아도 되는 게임이 있다. 바로 ‘보드게임’이다. 만약 가족들이 모인 날, 핸드폰으로 게임만 하고 있다고 핀잔을 주던 어른들 앞에서 사촌들을 모아 게임판(보드)을 펼쳐라. 그럼 어른들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흥미로운 시선으로 함께 참여하실지도 모른다. 보드게임이란 블루마블과 같이 일정한 게임판을 두고 그 위에 몇 개의 말을 올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하거나, 포커 혹은 화투처럼 정해진 숫자의 카드를 통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하는 종류의 게임을 모두 포괄한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할리갈리〉 같은 카드 게임부터 〈젠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보드게임에 속한다. 보드게임은 다수의 인원이 모여야 원활하게 진행되고 친목 도모의 효과가 있다. 즉 핸드폰만 들여다보던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시작한다면 흥미를 기반으로 구성원과의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게임의 순기능을 함께 즐기면서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본다면 보드게임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보드게임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현재 사람들은 다양한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인생게임〉을 통해 그 효과와 가치를 파헤쳐보려고 한다.      



2. 현실을 반영하다

보드게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부루마블〉이 아닐까 싶다. 〈부루마블〉은 80년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게임판을 돌며 ‘땅’을 사서 모으고, 통행료를 받으며 자산을 모으는 보드게임이다. 우리가 선택한 〈인생게임〉도 이것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다. 〈인생게임〉은 사용자가 룰렛을 돌려 인생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게임이다. 〈부루마블〉과 차이가 있다면 게임판이 ‘땅’이 아니라 ‘인생’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루마블〉, 〈모두의 마블〉, 〈벼락부자〉와 같은 보통의 게임들은 ‘땅(지역)’에 멈추면 그 땅을 구입하고 타 플레이어로부터 받은 통행료를 통해 자산을 불리기 마련이다. 투자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하지만 〈인생게임〉은 소유지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돈으로 부를 축적하지 않는다. 직업을 정하고, 월급을 받으며 자산을 모은다. 직업 선택을 하는 기준도 두 가지다. 학위수여를 하여야만 의사와 변호사 같은 직업을 고를 수 있는 길이 있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도 있다. 미용사, 경찰 등의 직업들이 이에 해당한다. 직업을 얻고 나면 약혼 혹은 결혼을 한다거나 아이를 낳고, 이직과 실직도 경험할 수 있다. 바로 취업을 선택하였을 경우 도중에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다시 주어진다. 월급을 받을 뿐만 아니라 월급 인상과 세금의 납부도 존재한다. 인생을 축소하여 그대로 게임판에 옮겨놓은 것이다. 결국 〈인생게임〉의 가장 큰 강점으로 현실성을 꼽을 수 있겠다. 게임은 시작부터 현실적이다. 대학을 진학한 자가 얻을 수 있는 직업과 바로 취업한 자가 얻을 수 있는 직업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각 직업별로 월급과 인상금액도 다르다. 학위수여 후 얻는 직업의 초봉과 고졸자 직업의 초봉을 비교하였을 때 많게는 8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무작정 대학 진학을 선택해야 하는가?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학자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게임의 시작부터 그만한 학자금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20만 원 당 5만 원 꼴로 은행 이자도 붙는다. 시작과 동시에 학비로 인한 빚이 생기는 것이다. 대학과 취업 뿐 아니라 결혼과 출산이라는 제도도 도입 되어 있다. 더불어 신혼집을 구할 수도 있으며 큰집으로 이사할 수도 있다. 또한 자녀의 수대로 학비를 지불하거나, 수당을 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인생게임〉은 우리 사회의 학자금 대출문제와 학력으로 인한 월급의 차이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조사, 사고, 수리비, 양육비, 심지어 소송까지 사회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설정들은 현실감과 함께 몰입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3. 진정한 삶의 의미

〈인생게임〉의 상황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모습들로 나열되어 있다고 보았다. 게임은 오랜 시간에 거쳐 만들어나가는 인생을 단 시간에, 원한다면 여러 번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현실 속 자신의 삶과 유사한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게임이기 때문에 실제 삶에서는 할 수 없었던 길을 경험하여 또 다른 인생을 그려보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게임 속 인생은 30분 안에 끝날 허구의 삶이지만 갈림길이 나타날 때면 가지고 있는 빚과 앞으로의 월급을 생각하며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다. 대출을 받아 대학에 진학할 것인지, 가족을 늘릴 것인지, 위험한 길보다는 안전한 길을 선택할 것인지 등의 고민 말이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고민만은 아니다.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가치관을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락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보드게임 안에서 재미뿐만 아니라 삶의 가치관과 앞으로 꿈꾸는 노후를 설정해보기도 하며, 또 지난 날 자신의 선택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것이 〈인생게임〉이 주는 첫 번째 가치이다.

두 번째, 게임을 하다보면 학위를 이수했지만 빠져나가는 돈이 너무 많아 손해를 본다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월급은 적지만 다양한 사건으로 더 많은 재산을 갖는 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은 인생의 예측할 수 없는 부분들까지 위기와 기회로 장치해 놓으면서 인생의 굴곡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장치들은 게임 참여자가 각기 다른 스토리를 갖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게임에서 직업의 선택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오디션 합격이나 노벨상 수상과 같은 이벤트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경제적 충족의 기회는 곳곳에 널려있다. 결국 인생은 이미 결정된 결과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놓인 위기와 행운들을 통해 성장한다는 교육적인 메시지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승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비슷한 종류의 보드게임들은 다른 참여자들로부터 얻은 수입을 통해 가장 많은 자산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파산을 하는 등 탈락자가 생기는데 참여자가 초등학생 정도일 경우 패배했다는 생각에 억울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인생게임〉도 물론 자산을 모아야 한다. 많은 자산을 모은 이가 후에 결과적으로 최종 승자가 된다. 하지만 전원이 모두 ‘은퇴’의 단계를 밟고 비교적 돈을 뺏고 뺏기는 관계가 적기 때문에 참여자들끼리 보다 유쾌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게임이다. 또한 이 게임의 진정한 승자는 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재산은 가장 적지만 여행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누린 참여자가 있다면 이것은 자본의 가치를 뛰어넘은 삶을 산 것이다. 돈보다 자식이 많기를 원했던 사람이라면 아이를 많이 갖게 되었을 때 승리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의 진정한 승자는 돈의 유무로 판단하기보다 게임 속에서의 삶이 얼마나 자신의 가치관과 맞아 떨어졌는지에 대한 만족감으로 결정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인생게임〉은 단순히 돈을 많이 모으고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인생을 만족스럽게 사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3. 인생게임〉 그리고 보드게임의 발전

〈인생게임〉에는 앞서 서술했던 가치 이외에도 차용증서라던가 돈을 내고 받는 행위를 통해 경제적인 교육을 동반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문이었던 점도 존재한다. 게임 속에서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는 등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면 자동차 모양의 말에 핀을 하나씩 꽂는다. 핀의 개수가 곧 가족의 숫자인 것이다. 구성원이 남자일 경우는 하늘색 핀을, 여자일 경우 분홍색 핀을 꽂게 된다. 이렇게 남녀의 구분을 고정된 색깔로 차이를 두는 것은 고정관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하는 만큼 굳이 핀의 색깔을 구분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아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한편 〈인생게임〉은 높은 인기를 발판 삼아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DS 등의 게임으로도 제작, 판매되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직접 다운을 받아 플레이를 해보았지만, 일본어라 온전한 플레이를 하는데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큰 틀은 보드게임과 다를 바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추가되어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해, 더욱 생생한 게임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드게임’에 관해 알아보던 중 보드게임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게임 시나리오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개 읽었다. 그것을 통해 〈부루마블〉이나 〈인생게임〉 같은 경제 활동, 〈모두의 마블〉과 같은 지역 이름 외우기 외에도 남녀평등과 같은 친사회적인 주제로 만들어진 게임이 많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설명서만 보고 게임의 규칙을 숙지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르는 등 보드게임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설정할 수 있는 주제와,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 한다. 『마법천자문』 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보드게임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발전하다보면 훗날 보드게임이 충분한 ‘교구’의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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