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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학술세미나 참석

제주돌담 메쌓기의 지식과 기술에 관한 국제학술세미나

 나도 가을방학의 노래처럼 '취미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내 페북에 자주 붙이는 테크는 #취미는학술대회참석   이다. 자랑이기도 하고 프로참석러이기도 하다. 학교에 아라컨벤션이 있는데, 지나가다가 그냥 쓰윽 들어가서 자료집 챙기고, 커피 한잔 마시고, 한두 섹션 듣고 나온다.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으면 대개 음악감상, 독서, 영화감상 등이 뻔한 대답의 시절이 있었다. 요즘 그런 질문을 하기는 하나. 요즘 그런 질문에는 무슨 답을 하나.

 학술대회에 가면 맛있는 커피, 그리고 운이 좋으면 그날의 간식을 고품질의 것으로 가져올 수 있다.(샌드위치나 과일 같은 것, 초코바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나의 관심사를 넓힐 수 있다. 자료집의 자료가 두고두고 도움이 되기도 한다. 


 어제는 <제주돌담 메쌓기의 지식과 기술에 관한 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했다. 학술세미나 참석에서 짐작되는 학술적인 도움 말고 부대적인 효과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제주에서 바람과 비의 영향.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는다.

 2) 제주상공회의소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못 가본  공공기관이 아주 많다. 모두 알 필요란 없다만, 낯선 곳을 가게 되는 게 두렵다.)

 3) 참석 패널의 수준,  준비상황 등을 보면 예산이 적지 않은 세미나였는데, 간식이나 휴식 공간 등에 왜 이렇게 신경을 덜 썼을까. 좋게 말하면 세미나의 본질에 집중한 것인데, 늘 달보다 손가락을 보는 사람이라서인지 아쉬웠다. 커피도 믹스만 제공되었고 귤이나 과자도 인원수에 비해 부족해서 풍족하게 제공되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아는 사람들끼리만) 쉬쉬하며 꺼내먹는 분위기였다. 나는 어제 뻔뻔함이 있어서(아는 사람 하나도 없음, 배고픔) 달라고 말하고 여러 개를 손에 들고 먹었다. 그런 곳에는 맛있는 커피와 그래도 손으로 만든 간식(떡, 샌드위치, 커팅 과일)이 있게 마련이기에 빈 속으로 갔다가 배고파 힘들었다.

 4)이 논의는 길게 이해관계자들만 안타까워 발을 동동거릴 확률이 높아 보였다. 유형으로 보이는 돌담이 이럴진대 제주음식으로 이런 논의를 끌어낼 생각을 했던 나의 어림(幼)을 뒤돌아봤다. 논문을 음식의 유산적 가치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등재가능성으로 쓰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었다.(여러모로 지도교수님께 감사하다)

5) 결국 인맥이다. 패널이 꽤 고급이었고 다양했는데(교수, 실무자, 유산본부 사람, 외국의 학자들 등등) 가만히 들여다보니 다 한 교수님의 인맥인 거 같았다.(교수님 능룍자!!!) 그 교수님께 줄 대고 싶은 마음, 그러기 위해 내가 실력 있는 사람, 일을 맡겨도 잘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참석을 하게 된 건, 발표자 중 한 분을 아는데(페친이다), 그분에게 눈도장 찍으려고. 저 이런데 열심히 다니며 공부하는 학생이에요라고 표 내고 싶어서였다. 장소도 모르고, 직접적으로 내가 돌담 쌓기와 관련 있는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등재가능성을 고민하지도 않는다. 학술세미나에 생각보다 사람이 적게 모인다. 그래서 가면 참석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눈에 띄는데, 어제는 사람이 많았고(다들 이렇게 돌에 관심이 많고, 이해관계자들이 많단 말인가, 주체하는 단체의 영향력이 이토록 큰가에 놀람) 과연 나의 참석을 그분이 알까 내 목적이 달성되지 못한 거 같아 조금은 아쉽다. 


 취미는 학술대회참석이다. 나는 원래 이렇게 인풋활동을 즐기는 사람. 깊이 파기 위해 넓게 파야한다는데... 언제 깊어지려나 여전히 넓게 수박 겉핥기식으로 훑고 있다는 자조적인 셀프디스로 글을 마무리한다.




취미에 관한 정의를 찾기 위해 위키백과의 글을 가져와 본다.

"취미(趣味, 영어: hobby)는 인간이 금전이 아닌 기쁨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 즉,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로써 일반적으로 여가에 즐길 수 있는 정기적인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취미는 일반적으로 여가 시간 동안 즐거움을 위해 수행되는 정기적인 활동으로 간주된다

취미 생활자는 세 가지 하위 범주로 식별될 수 있다. 본질적으로 보람 있는 캐주얼 여가, 준비가 거의 또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단시간의 즐거운 활동, 실질적이고 보람 있고 유익하며 아마추어, 취미 생활자 또는 자원 봉사자의 체계적 추구인 진지한 여가이다. 성취감을 가져오고, 마지막으로 보람 있는 단기적이고 종종 일회성인 프로젝트 기반 여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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