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함 예찬
11월은 이상한 달이다. 계절이 마음이 설명할 수 없는 심난함을 준다. 부산스러운 것도 아니고, 걱정과 불안이 앞서지 않는데 묘하게 흔들리는 이 기분. 가끔 어정쩡해서일 거라도 말하기도 한다. 한 해가 끝나가는 아쉬움과 회한이 있는데, 대놓고 연말이라고 한숨짓기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인디언들이 부르는 11월의 이름들은 다음과 같다.(역시 멋지다)
잎사귀가 모두 떨어져 나무가 야위는 달
물빛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
길어기가 날아가는 달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나이 타령을 많이 한다. 이 나이대가 참 애매하다는 말을 꼭 한다. 뭔가 새로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많게 느껴지고, 그냥 살아온 대로 살기에는 앞으로 살 날이 너무 많이 남은 것 같다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응하는 일에 멀미가 난다고.
내 나이쯤이 11월 같다. 내년부터, 새해에는 이라고 미루기에는 아직 2024년 남은 시간이 짱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