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무언가를 깊이 좋아할 수 있다면...
아무튼 시리즈가 있다.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라는 세 개의 출판사가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라는 콘셉트로 시작해서 책을 내고 있다. 저자들은 어떤 한 가지의 마니아, 덕질 고백 등등 어떤 한 가지 주제에 관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글을 써서 한 권의 책이 된다. 아무튼 시리즈는 꼭 책을 읽지는 않더라도 새책이 나오면 제목, 저자, 내용 정도는 인터넷 서점에서 읽는다. 저자들을 진심 존경해서. 어떤 것에 책을 쓸 만큼의 이야기를 가진 것에 대한 리스펙트.
어떤 하나에 미치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부러워한다는 것은 내가 그 상태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죽도록 사랑을 해본 적도 없고,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시리즈의 저자가 되고 싶다는 건, 내가 책을 내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도 무언가를 좋아할 수 있기를, 그것 아니면 안 되는 마음을 가져볼 수 있기를.
그나마 위로가 되는 책은 에밀리 라프닉의 [모든 것이 되는 법]이었다. 관심사가 수시로 바뀌고 무엇하나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유형의 사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를 읽고 받았던 위로 비슷한 걸 느꼈다. 책의 부제는 "꿈이 너무 많은 당신을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인데, 과연 내게 꿈이 많아 이것저것에 눈을 돌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