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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어느 쪽을 바라보는가

사람들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는지를 물어요.

흔해진 이야기이다. 다행인지 유튜브를 찾으면 그 방법을 많이 알려준다.


이제라도 알아가는 중인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이제 와서 뭘 어쩔 건데 싶기도 하고 그렇다


100세 시대다, 120살까지 산다라는 말이 주는 남은 시간에 대한 중압감은 차라리 저주다.


가는 길이나 열심히 다닐 것이지, 그간의 달리기 산책길을 지겨워하며 오늘은 다른 길을 달렸다.

여기는 올레 18코스인데, 이미 모든 코스를 10년 전에 모두 클리어한 경력 소유자로서 코스를 따라 걸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요즘 조금씩 다시 걸어볼까, 이제는 나도 스탬프도 찍어가며(내가 걷던 시절에는 스탬프는 있지만 그런 걸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아니지, 아녔다고 말해야 한다. 이제는 하나하나 클리어한 것이 결과로 남는 것을 좋아한다. 도장 깨기랄까)


파란 화살표, 역방향의 주황 화살표. 전시관에 가면 관람순서를 알려주는 화살표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한다. 사진을 찍는 순간순간마다 내 인생도 누가 저렇게 방향을 알려주면 좋겠네, 이런 생각을 한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말, 매 순간의 결정에 조금씩 각도가 틀어지면 나중에는 엄청나게 다른 곳에 가게 된다, 다른 선택들이 쌓이면 다른 결과를 맞게 된다. 한 선택을 잘못하면 결국 그것이 다른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누적되어 자꾸만 자기가 원하지 않는 운명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 다 무섭다.


누차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1년 학교를 휴학한 적이 있다. 일종의 갭이어를 갖고 싶었고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휴학 중 휴학해서 얻게 된 이익, 휴학을 했기 때문에 누릴 수 있었던 여러 혜택들이 '휴학은 내 운명'이었던 거 같아 기뻤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최선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시 입학시기를 맞추지 못해서 1학기 6개월을 쉬고 있다. 잘 지내고 있지만 '허송세월' 혹은 '만족의 지연', '아름다운 내 미래'를 쉬고 비게 된 시간 때문에 늦게 맞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박사를 받고  나면, 정말 석사때와는 클래스가 다른 세상이 열린다는데. 


 공부를 하고 싶은 건지, 정말 박사라는 학위를 받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요라고 했더니, 같이 공부하고 있는 명선생님이, 내가 보는 인선생은요, 박사학위를 받고 싶어 하는 거 같아요라고 깔끔 정리! 내가 보는 나보다 남이 봐주는 내가 더 나스러울 때도 있고, 어머 아니에요 라는 말이 안 나오더라.


그럼, 좀 더 확실해지지. 고생스럽게 상위대학 가서 절망의 늪에 빠지고, 나를 자책하기보다는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교수님들이 계신 여기에서 공부해야지.


덧: 갭이어(Gap year)란? 학업이나 업무를 병행하거나 잠시 중단하고 창조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봉사, 여행, 진로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직접 체험하 고 이를 통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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