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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숲섬 Feb 20. 2024

봄은 냉이와 함께 온다

육지 봄밥상이 봄동과 냉이라면 제주봄밥상은 동지와 유채나물

 냉철하고 단호한 문장을 쓰는 소설가 김훈도 봄날 먹는 냉이 된장국을 이렇게 묘사하며 그 기쁨을 표현한다.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공원을 몇 바퀴 돌고 오니까 현관문을 열 때 집안에 국 냄새가 자욱했다. 냄새만으로도 냉잇국이란 걸 알아맞혔다. (중략) 이 평화 속에는 산 것을 살아가게 하는 생명의 힘이 들어 있다. 하나의 완연한 세계를 갖는 국물이란 흔치 않다. 된장은 냉이의 비밀을 국물 속으로 끌어내면서 냉이를 냉이로서 온전하게 남겨둔다. 냉이 건더기를 건져서 씹어보면, 그 뿌리에는 봄 땅의 부풀어 오르는 힘과 흙냄새를 빨아들이던 가는 실뿌리의 강인함이 여전히 살아 있고 그 이파리에는 봄의 햇살과 더불어 놀던 어린 엽록소의 기쁨이 살아 있다.’ (자전거 여행 중에서)


 제주에서는 냉이를 난시라고 부르는데, 육지사람들만큼 빈번히 해 먹지 않는다. 그 이유는 냉이 말고도 먹을 야채가 많다.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적어 온갖 신선한 야채를 얻기에 수월하다. 우영팟이라고 부르는, 집 가까이 텃밭도 있다. 


 육지에서의 봄은 냉이와 함께 온다. 냉이된장찌개를 끓였다. 나를 위해서인지, 저녁밥 타령을 하는 남편을 위해서인지 모르겠다. 내가 혼자 있었다면 과연 이 음식을 했을까.... 안 했을 거다.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이 마음을 버려야 할 것이다. 의무, 책임을 벗어버려야 한다. 유학을 보내준 게 어디냐며 고마워하는 건 그 마음으로 그쳐도 좋다. 그가 보내준 게 아니라 내가 간 거다. 고마우니 이것저것 하려고 하지 마라, 노예의 삶이다. 내 인생의 주도권으로 내 의지로 살아야 한다. 이제껏 못하고 살았으니 이제라도 해야 한다. 인간의 삶, 여자도 인간이다.


https://www.jeju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33458 


조이스 브라더스 박사는 이 책들의 주제를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했다. "자신을 가장 먼저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 적어도 가끔은. 여성들은 자신의 욕구보다 남편과 아이들의 욕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세뇌되고 사회화되었다. 사회는 자신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인간적 욕구를 남성들에게 강조했지만 여성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기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이를 몇이나 가질 것인지, 어떤 친구를 사귈 것인지, 가족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본인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 442-443 , <인간의 품격> 중에서


경고


                                                        유영금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는

남편에 속지 말라 

찌개 솜씨를 감탄, 더욱 속지 말라 

지린내 풍기는 밧줄을 풀고픈

궁핍한 개수작이니까 

더 속지 않으려거든

딸에게 찌개 솜씨를 전수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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