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시 Apr 21. 2024

입술을 촉촉하게 합니다

립밤과 핸드크림의 쓸모

이번 주엔 립밤을 새로 샀습니다. 전에 쓰던 스틱형과 달리 튜브형으로요. 이틀 정도 밤마다 바르고 자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물론 한낮에도 입술이 탱글탱글 아기 볼처럼 기분 좋게 말랑거립니다. 원래 립밤을 꼼꼼히 챙겨 발랐던 사람은 아닙니다. 립스틱을 바르기 전에 말라있던 입술에 살짝 덧바르는 정도로만 써 왔는데요. 이번에 조금 더 리치하고 부드러운 립밤을 새롭게 산 것은 ‘촉촉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산 립밤


촉촉하게 만들자.


그렇게 생각한 것은 입술만이 아닙니다. 머리카락도, 피부도, 손도 그렇습니다. 저의 이 작은 성실의 시작은 머리카락이었습니다. 때는 거슬러 2월 말, 일본에 갔을 때입니다. 일본에서는 헤어 제품이 인기 있다는 동료의 말에 돈키호테에서 복숭아 향기가 나는 헤어크림을 하나 샀습니다. 그 뒤로 머리를 말리기 전에 아직 채 덜 마른 머리카락에 헤어크림을 듬뿍 바르고 있습니다. 그 상태로 드라이기로 머리를 보송하게 말려주면 머릿결이 부드럽고 갓 구운 식빵처럼 촉촉하게 생기가 돕니다. 또 전에 쓰지 않았던 헤어 제품 중에 새롭게 폴리쉬 오일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머리를 감고 아직 채 마르지 않은 것처럼 연출해 주는 제품으로, 외출하기 전에 퍼석퍼석한 머리카락에 바르면 순식간에 윤이 차르르 나며 가볍게 정돈됩니다.


헤어크림과 폴리쉬 오일


또 한동안 핸드크림을 바르는 데 무심하다 최근 며칠간 출근길에 핸드크림을 꼬박꼬박 바르고 나섰습니다. 그랬더니 손톱 주변에 거슬렸던 거스러미 때문에 슬슬 손케어를 받으러 가야 하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을 정도로 손이 촉촉하고 말랑해졌습니다. 핸드크림에서 나는 향까지 솔솔 올라와 푸석했던 일상의 풍경마저 살짝 몽실몽실해져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부스스하고 푸석푸석한 것을 보면 아무렇게나 헝클어뜨리게 됩니다. 그러나 촉촉하고 생기 있게 부푼 것을 보면 툭툭 두드릴 것도 톡톡 두드리게 되고, 아기의 볼을 만지듯이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다루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나의 손이, 머릿결이, 입술이 그렇게 소중하게 다뤄졌으면 좋겠습니다. 험한 것을 함부로 더하지 않고 그 윤기를 소중히 부풀리고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관리라는 것은 무언가 들뜬 것을 얌전히 토닥여 잠재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보살핌의 힌트는 무언가를 ‘촉촉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술을 촉촉하게, 손을 촉촉하게, 눈을 촉촉하게, 피부를 촉촉하게, 머릿결을 촉촉하게 한다. 그렇게 몸의 촉촉함을 지킵니다. 그렇기 위해 다양한 물건들의 다정한 도움을 받습니다. 입술에는 립밤, 눈에는 인공눈물, 얼굴에는 스킨로션을 더합니다.


한편 촉촉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비단 몸뿐만이 아닙니다. 마음에도 촉촉함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마음의 촉촉함은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푸석푸석한 마음에서 들뜨는 거스러미들을 차분히 가라앉힐 세심한 마음씀이 필요하겠습니다. 마음의 촉촉함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 보는 주말입니다. 그 힌트도 조만간 들고 와 보도록 할게요.


ps. 마침 핸드크림이 다 떨어져, 이따 저녁에는 핸드크림을 하나 사러 나가야겠군요.



이전 15화 잘 하고 있다는 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