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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터 Oct 19. 2022

이런 시발점!

당신이 느낀 면접의 기운을 무시하지 말자

   "너는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을 사랑할  있어?"


   친구들은 항상 나를 자존감 지킴이라고 불렀다. 내가 보통 사람들보다 사랑이 넘치는 편인  알겠지만 그렇다고  순간 사랑의 수호천사이거나 태어날 때부터 미워하는  하나 없었을까. 그저 나는 어릴 적부터 글을 써오면서 항상 소재에 굶주려 있었다. 이야기를 쌓기 위해서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20대의 나는 자연스레 어쩜 그렇게 사람이 좋아 싶은 사람들과 세상에 별일이  있다 싶은 사람들을 차곡차곡 만나왔다. 그들은  데이터베이스였고 앨범이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보면 슬픔이의 존재가 기쁨이의 존재를 확실시시켜주는데 그들이 그랬다. 나쁜 사람을 보면 좋은 사람들의 소중함을 더욱 알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오래도록 곁에 붙들어두고 싶었다. 덕분에 나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좋은 사람들과 쭈욱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니까 나의 기준은 사람, 사람이었다.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아 무너질  있지만 결국 사람으로 일어선다. 그래서 더욱 생각했다. 사람에 대해,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 심리학에 관한 영상이나 서적을 읽거나 전문직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사람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없는 부분들이 자꾸만 생겼다. 그때 알게 되었다. 이해하려 들지 말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있고, 넘겨야 하는 것도 있구나, 그게 사람이구나.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사람이 좋고 싫고를 떠나 그럼에도 나는 나의 태도를 유지하는 .  태도는 그래서 언제나 사랑이었다.

   그러니까 누가 나에게 너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보통보다는 따뜻함을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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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접 날이었다. 바리스타 학원을 수료하고 국내 2 자격증부터 국제자격증까지  이후였지만 새내기 바리스타의 구직활동은 쉽지 않았다. 특히 내가 가고 싶어 하던 개인 카페들은 나를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경력자를 원했다.  무렵부터 조금씩 구직활동이 귀찮아졌다. 그래서 익숙한 이름의 대형 카페와 프랜차이즈에 이력서를 마구잡이로 넣었다. 그러다가 보게  면접  하나였다.


   "배려를 잘할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서로에게 상처받게 말하지 않을 사람. 다른  필요 없어요. 일은 못해도 되니까 배려만 있으면 된다고요."  

  

   면접 담당자는 잔뜩 움츠린 사람이었다. 묘하게 거만한 말투, 그러나 태도는 그렇지 못했다. 나는 상대를 분석하려고 끝없이 눈치를 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전하려는 말을 한참 돌려 질문형으로 끝내는  습관을 보이거나 무언가를 숨기듯이 방어적인 답변들을 내놓는 것도 그랬다. 그도 그런 점을 알고 있고 들키고 싶지 않구나, 그저 똑똑해 보이고 싶어서 이렇게 포장한 말만 되풀이하는구나. 그래, 사람이라면 다들 멍청해 보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당연한 것이겠지. 오히려 내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40분의 면접 내내 '배려' 강조하는 태도였다. 이곳에는 '배려' 관한 이슈가 있었다. 무슨 사건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무렴 어때, 지나간 일이겠지. 지난  알았던  이슈가  앞에 도착한 줄도 모르고 나는 싱긋 웃어 보였다.

   "그건 제가 제일 잘하는 일인데요."


   지금 생각해보니 굉장히 안일했다.  면접이 시발점이  줄도 모르고. 이런 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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