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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Jan 19. 2022

체코, 눈 내리는 밤의 기억

여행, 내가 사랑한 순간들



아침부터 눈이 펑펑 내린다. 작은 얼음 결정체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출근 후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통유리창에 시선을 뺏긴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창 앞으로 다가섰다.’찰칵, 찰칵'카메라 촬영 소리가 조용한 사무실을 깨운다.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만족스럽지 못한 사진을 들고 후다닥 자리에 앉았다. (그랬더니 뒤를 이어 다른 동료들이 한 명씩 와서 사진을 찍고 돌아갔다)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고 있자니 오늘따라 마치 거대한 스노우볼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멋이라고는  없는 오늘 아침의 사진 (실제 눈으로 보는 풍경은 정말 예뻤다)


오늘같이 눈이 내리는 날이면 체코가 생각난다. 겨울에 여행했기 때문에, 때에 따라 돌아오는 계절감에 젖어 그리움이 짙어지는 것이리라. 여행지에서는 모든 순간이 아름답고 행복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미화되는 것일지도) 그중에서도 기억에 각인된 순간들이 여행지를 대표하는 추억이 되기도 한다. 추억은 때로 매개체를 필요로 한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를 들었던 순간이 기억나는 것처럼 말이다.

 체코와 나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하늘에서 선물같이 내리는 '눈'이다.


체스키크롬로프, 날씨가 많이 흐렸다


체스키 크룸로프의 마지막 , 여느 때처럼 언덕  작은 도시를 천천히 구석구석 걸어 다니고 있었다. 작은 도시에서 주는 소박함과 아기자기함에 매료되었다.  도시를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에 밤에 나와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겨울이라 무척 추웠지만 그런  중요하지 않았다. 여행이 주는 새로움과 설렘은  단지 길을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소설  주인공이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음 골목에서 꺾으면 뭐가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두운 밤, 저벅저벅 돌길을 걸어가는 그때 거짓말처럼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흩날리는 눈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만 자리에서 우뚝 멈춰 섰다. 바로 그때 가까이에 있는 어느 멋진 탑에서 종이 울렸다. (정시를 알리는 종소리이지 않았을까?) 정말이지 동화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행복을 느낀다기보다는 나 또한 이 배경에 어우러져 하나의 배경으로 행복 그 자체가 된 것만 같았다. 꿈같은 현실에 서있음에, 보고 느끼는 모든 것에 감사했다.





그 이후로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겨울이 되고 눈이 오면 나는 여전히 체스키 어느 골목길에 서있다.

그 잠깐의 순간이 매년 나의 겨울을 아름답게 밝혀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돌길을 밟은 채로 흩날리는 눈을  보며 서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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