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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Jan 30. 2022

우리도 이제 늙었다는 친구의 말

나 아직 젊어 왜 이래..


나이는 그 무엇의 원인도 아니다 - 얀 바스



“야 우리도 이제 늙었어” 작년부터 주변 지인들에게 종종 듣는다. 그럼 나는 또 굳이 답한다. “아냐, 그 생각이 늙은거야”

늙어가고 있다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100세 시대에 30살도 채 되지 않은 친구들끼리 나누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본다. 만약 중 고등학생 친구들이 우리 나이를 생각하면 늙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이 되겠지만, 곧 마흔 살과 가까워지는 분들이 지금의 내 나이를 본다면 아직 젊다고 생각할 것이다. 고로 나이 듦에 따라 늙었다는 말은 항상 상대적인 개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으로 나는 후자의 시선으로 나이를 바라보기로 일찍이 선택했다.


생물학적으로 노화는 20대에서부터 서서히 진행되는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가장 최근에 발표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노화는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세 번의 급진적인 노화 시기를 거치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세 번의 노화 시기는 다음과 같다. 34살, 60살, 78살. (하지만 연구 초기 단계라 더 연구를 해봐야 한다고 한다.) 특히 34살 무렵에 노화 관련 단백질 수치가 급등했다고 한다.

진행 중인 해당 연구 결과를 가져온 이유는 내가 생물학적으로도 늙지 않았음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친구한테도 말해줘야지....


떡국 먹고 한 살씩 먹을 때마다 ‘벌써 몇 살이 되었네’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내가 늙어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 태어나서 늙고 죽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나이가 있는 분들 중에서도 멋있게 본인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런 분들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늙었다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고로 친구들이 말하는 늙었다는 표현이 단순히 나이와 타자의 시선에 의한 거라면 나에게 늙었다는 표현은 무기력하고 정체되어 있는 삶을 말하는 것이겠다. 그래서 해가 바뀌고 나이를 먹으면 ‘벌써’ 몇 살이네를  ‘아직’ 몇 살이네로 바꿔 생각한다. 누군가 나이 먹는 게 싫은 어떤 사람의 정신승리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그것도 역시 인정하겠다. 정신승리면 좀 어떤가. 후자의 관점으로 삶을 바라보는 게 훨씬 긍정적이다.


프랑스 철학자 보부아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예순셋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이 사실이 낯설다.”

서른도 안된 내가 왜 이 문장에 공감이 되는지. 정말 나이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 태어남을 알려주는 숫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음 이렇게 생각하니 더 말이 되는 것 같다. 유교 사상이 뿌리 깊은 대한민국에서 나이라는 지표가 공경해야 하는 대상을 쉽사리 알려주지만 그렇다고 공경의 대상이 되는 그 많은 사람들 모두가 성숙하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낮에 책을 읽다가 실존주의자에 대한 글을 봤다. 실존주의자들은 어떻게 하면 더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결국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실존주의자들에게 사람은 곧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통해 한 번에 한 붓질씩 자기 자화상을 그린다. 사르트르는 우리가 곧 그 자화상이며 “오로지 그 자화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더 이상 스스로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말 것. 스스로를 그려나가기 시작할 것.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내용


결국 나이를 한 살씩 먹을 때마다 생물학적 시선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나를 어떻게 한 붓질씩 그려 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그렇게 천천히 한 붓질씩 그리다 보면 늙었다는 표현이 어색해지지 않는 의미 없는 숫자가 내 앞에 왔을 때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그림을 손에 쥘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의 나는 여전히 젊다고 말할 수 있겠지.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늙어 보여?”

“늙긴 뭘 늙어, 누가 보면 아직도 스물두 살로 보겠다.”

“스무 살이라고는 안 하네?”

“스무 살까진.. 그래도 아직 한참 어려 보여”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꼬리 하늘로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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