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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Jul 06. 2024

내 아이가 가해자일까 봐 2

어제 앞의 글을 쓰고 나서 같이 축구를 다니기 시작한 또 다른 친구 B의 엄마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조금 진정되었다고 여겨졌던 마음은 다시 몹시 심란해졌다. B의 말에 따르면 우리 아이는 경기에 전혀 협조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어서 경기를 지게 만들고 아이들이 다 싫어하는 아이였다. 그리고 경기 중에 다른 아이가 자기를 친다고 계속 의심해서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이런 일을 처음 겪어서 나는 당황한 것도 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아는 만큼 상황은 설명은 했지만 어찌 되었건 잘못은 우리 아이에게 있다고 여겨졌다. 마음을 상하게 했으니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 전했다.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운 것일까. 피해 의식만 한가득이라 다른 사람의 말을 못 믿고 자기의 안위만 중요한 아이로 키운 것일까 싶어 밤새 조바심이 났다. 아침에 막둥이가 눈을 뜨자마자 나는 아이를 추궁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경기 중에 B나 A가 자기를 쳐서 자기가 의심을 하고 따진 부분은 생각이 안 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I랑 J라는 아이가 자기 순서가 되면 "넌 못하니까 빠져." 혹은 "내가 먼저 할 테니까 비켜."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서 하려고 보면 못했고, 자기한테 패스할 수도 있는데 공을 주지 않아서 찰 수 없다고 서러워했다. 버스에서 내릴 때 문 앞에서 서서 내려야 하나 생각하면서 좀 오래 있었던 것은 맞지만 중간 의자를 접어야 하는 상황에서 비켜주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일관되게 말하니 이젠 나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결국 축구 원장님께 퉁화 부탁 문자를 드렸다. 일단 객관적인 어른의 시선을 들어야했고 내 눈으로 시합 중에 막둥이가 얼마나 다른 아이들에게 폐를 끼치는지 보고 아닌 부분은 확실하게 고치도록 지도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원장님과 통화를 하는데 세상에. 너무 좋은 분이셨다. 이분은 그 팀이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이 많아 그날 수업만 끝나면 항상 최소 8건의 상담을 한다고 하셨다. 우리 막둥이는 늘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상담을 하겠구나 싶으셨다고.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시는데 나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원장님 말씀은 우리 막둥이는 정말 착하고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또 물었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안 하고 가만히 있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닐까요? 다른 아이들이 싫어한다고 들었어요." "아닙니다. 어머니. ㄷㅇ이는 정말 열심히 하고 오히려 동생들도 잘 챙겨주는 착한 아이입니다." 설명은 이어졌다. "I나 H, J 같은 경우는 굉장히 활달한 아이들이고 기운이 넘쳐서 그 아이들과는 잘 맞지 않아 힘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A어머니께도 말씀드렸지만 어느 한 사람만 잘못해서는 이런 일이 나지 않거든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요. 제가 볼 때는 A랑은 그전에 같이 둘만 다닐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B가 새로 들어오면서 세 명으로 홀수가 되면서 둘이서 힘이 약한 한 명을 괴롭히는 것처럼 되어 버린 것 같아요." 사실 나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둘씩 놀 때는 문제가 없는데 꼭 셋이 되면 이런 소소한 트러블이 전부터도 있었다. 


그리고 원장님은 당분간은 다른 4학년 친구들과 수업을 하도록 반을 옮기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셔서 나도 동의했다. 여러 모로 그게 낫겠다 싶었다. 그리고 A 엄마에게는 일단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할 것 같아서 (A 덕분에 시작한 축구라) 전화를 했다. 그녀는 너무 미안해하면서 A는 우리 막둥이랑 사이가 좋고 늘 둘이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사실 이야기할 것도 아닌데 한 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꼭 나중에 다시 같이 하자고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정말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 느껴졌다. 늘 순수하고 솔직한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참 고마웠다.


그렇게 마무리되는가 싶었는데 B엄마에게서 톡이 왔다. B는 우리 막둥이 때문에 경기에서 졌기 때문에 이미 빈정이 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 중에 몸을 쳤다고 의심한 건 아니라고 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축구 시합 때 몸이 닿는 것이 당연한데 그런 걸로 아이들에게 뭐라고 하면 안 된다고 아침에 막둥이를 아주 호되게 잡았다. 아이는 다른 친구들에게 뭐라고 한 적이 없으니 기억이 안 나는 것이 당연한데 다른 사람 말만 듣고 우리 아이를 야단친 엄마가 되었다.) 톡은 이어졌다. 우리 아이가 경기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사실이고 자리를 안 비킨 것도 일부러라고 확신한다고 B가 말한다는 것이다. 남자아이들이 승부욕이 있는데 B는 우리 아이 때문에 져서 속상하고 우리 아이가 경기 중에 가만히 있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은 이해는 되었다. 못하는 아이 '때문에' 졌으면 속상하다. 그럴 수 있다. 경기에서 진 것도 기분이 안 좋은데 공연히 친다고 의심하니 기분도 안 좋고 일부러 자리 막고 있는 것 같으니 더 기분이 안 좋다. 그것도 이해가 된다. 그래서 다른 말은 더 하지 않기로 했다. B 어머니도 열심히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잘 세워가려고 하시는 분이다. 다정하고 다감한 면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대답은 하지 않고 다만 반을 옮기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니 이제 B가 편하게 축구하면 될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하고 인사하고 마무리했다. 이웃과의 관계, 그리고 아이가 사이에 있는 이웃과의 관계는 이래서 조심스럽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우리 아이 때문에 다른 집 아이 마음이 상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제 우리 막둥이 때문에 축구에서 질 일도, 그로 인해서 '빈정' 상할 일도 없으니 진심으로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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