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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차이 Oct 28. 2023

숨글-나와 숨바꼭질 하는 문장들

어제의 '영시독'



아침 출근길


들숨 깊게 들이쉬고 날숨 가늘고 길게 내쉬며 따라 해 본다. 

복식호흡을 기어코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복식호흡은 마치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아이처럼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출근길 흔들거리는 지하철 안, 나의 영감(靈感)도 흔들흔들, 꼭꼭 숨어 있다. 

그래도 찾다 보면 찾을 수 있겠지. 

찾지 못하면 잠시 쉬면 되지.

반대편 전철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듯, 굿 아이디어도 달아나거나 숨거나...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 글을 쓴다.



저녁 잠들기 전 정리하는 오늘의 반가움 셋.


1. 뜻밖의 만남


오전 강의 오후에 진행되는 새로운 문화를 기획하는 모임 오티에 참석하려 서둘러 이동하다가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사실 뜻밖의 인물이라고 하기보다 내가 모교에 오랜만에 와서 그런 것 같다.

 

그분은 대학원 시절,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영문과 교수님이었다. 

세월을 비껴간 듯, 짧은 인사 정도였지만, 2년 동안의 프로젝트 기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다시 전공 강의를 맡게 되면서 강의안과 그동안의 일들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에, 아, 그때 배운 것들도 정리 한번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2. 새로운 모임의 시작


오티에서 반가운 사람들을 다시 만났다. 새로운 문화 활동 창출을 위한 아이디어 모임이었다. 

모두 책 한 권 이상을 출간한 사람들이라 글에 대한 욕망, 새로운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에너지가 넘쳐났다. 멘토분의 조언으로 우리는 오티에서 슬슬 방향을 잡아갔다. 

오티 후 달콤한 고구마 라떼로 점심을 대신했다. 


3. 작은 도서관에서 만난 우연의 감사


작은 도서관 책이어서 근처 도서관이 아니라 직접 가서 반납을 해야 했다. 

무거운 책을 들고나가는 딸을 보며 엄마가 자전거를 타고 같이 나서겠다면 따라 나왔다. 

혼자 가도 되지만, 오늘은 오래간만에 엄마랑 같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작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나올 때 '100세 건강 교실'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혈압, 혈당, 골밀도, 인바디 등 측정을 시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었다. 

보통 6시 퇴근인데 아직 20분 정도의 여유가 있어 엄마랑 같이 방문했다. 

관절, 혈압 등에 신경으로 쓰고 있는 엄마여서 같이 점검해 보면서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행이다, 너는 다 괜찮아서."

간이 검사 결과, 체중 조절 외에는 큰 걱정이 없을 것 같은 딸을 보며 하는 엄마의 말이었다. 진작 본인은 골밀도 검사를 한번 고려해 보라는 조언을 들었으면서. 

자식사랑이 이런 거구나. 

오늘의 수확이라면 엄마와의 대화로 건강에 대해 관심을 더 가지게 했다는 것이다. 



추가: 

어제는 일정이 많아 저녁에 돌아와서 영시독을 하고 나니, 벌써 새벽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일을 생각하며 글을 남긴다. 

당일 하지 않으면 어때, 이렇게 시간 날 때 쓰면 되지. 

스스로를 위로하며 글 쓰는 아침. 

 




'영시독'의 영(어)


오늘 만난 영단어 중에서 손에 꼽고 싶은 것은 아래 두 단어이다. 


* '감사하다, 평가하다, 감상하다'라는 의미의 appreciate'평가, 이해, 감상, 감사'라는 의미의 appreciation.

* '승인하다, 찬성하다'라는 의미의 approve. '승인, 찬성, 허가'라는 의미의 approval.


마침 오늘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서 감사했고, 

내가 편집과 디자인에 도움을 준 선생님의 책이 부크크에 승인되어서 즐거웠다.     






'영시독'의 시(필사)


자, 이제 시를 필사해 볼까? 


오늘은 2023년에서 300일째 되는 날, 300번째 시, 여세실 시인의 <이제와 미래>이다. 여세실은 2021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어제, 오늘, 미래가 아니라 '이제와 미래'라고? 시 제목이 눈길을 끌어 찬찬히 읽어보았다. 

시인은 무엇을 잡아두는 것에 재능이 없다지만, '이제'처럼 창의적인 름을 붙이는 재능은 있다. 이제 다시 살아나기만 하는 올리브나무를 보며, 햇볕이 드는 생생한 미래가 되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여전히 축축한, 죽어가면서도 사람을 살리고 있는 나무'를 '이제'라고 불렀다. 방을 정화하는 올리브나무의 흙을 털어내며 뿌리가 썩었는지 살펴본다. 뿌리만 살아있다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시인은 사랑할 때 힘을 빼야 하듯 분갈이할 때도 힘을 빼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글에도 힘을 빼야지, 너무 잘 쓰려고 힘을 주다 보면 경직된 글이 될 수 있으니까. 


  


 
'영시독'의 독(서)


오늘은 스스로 매일 독서 챌린지 4차, 마지막 날,  400일째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정재찬, 인플루엔셜, 2020)을 완독 했다. 

공감 가는 점이 있어서 술술 읽히는 부분도 있었고, 쓱쓱 지나치게 되는 대목도 있었다. 작가는 삶의 언어를 찾기 위한 키워드 14개에 해당하는 시 강의였다. 시뿐만 아니라 노래, 소설, 에세이, 예능 프로그램 등 연결을 통해 느꼈던 점을 각각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으며 설득력 있게 풀어놓았다.


마지막 키워드는 '잃어버린 것'인데, 버킷리스트 bucket list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영화 <버킷리스트>(롭 라이너 감독, 2007)를 얘기하며 시작되었는데, 또다시 버킷리스트 찾아봐야겠구나 생각했다. 가족 사랑, 용서, 우정, 봉사...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 뭉클함, 생생함을 생각하게 된다.  



*** 

감사하며, 삶에 힘을 빼고, 진작 소중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하루였다. 

또 들숨 깊게 들이쉬고 날숨 가늘고 길게 내쉬며 따라 해 본다.

일상이 감사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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