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필사 3
나는 엄마 딸이 확실하다.
커가면서 엄마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와 닮은 구석을 하나씩 발견하곤 한다.
엄마는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었다. 그 옛날 외할머니가 동네 옷을 쓱쓱 재주껏 지어줬고, 엄마는 그 재주를 넘겨받아,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일감을 받아와 재봉틀 앞에서 옷을 만들곤 했다. 드르륵드르륵 재봉틀 소리가 우리를 먹여 키웠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쯤 엄마는 한 의류 회사에 들어가서 9년 동안 일을 했다.
요즘 엄마는 수영을 한다. 예전에는 운동이라곤 걷는 것뿐이었다면, 요즘은 운동다운 수영을 했다.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텃밭에 갔다가 와서는 수영장으로 간다. 저녁에는 소식하며 체중 관리를 하고 있다.
어제도 수영을 갔는데, 같이 수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 엄마 양 어깨에 훈장을 달았다고 우스갯소리를 건넸다고 한다. 며칠 전 넘어진 것 때문에, 어깨에 부황을 떴더니 자국이 선명히 남아서 그렇다. 그래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영을 다녔다. 간혹 나가지 못하는 날에는 산책이라도 꼭 했다.
엄마는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10일 만에 땄다. 그것도 하루는 어린이병원에서 청소 일하고 하루는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말이다.
대학 시절 노트 세 권에 <설문해자>의 표제자를 필사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노트보다는 한글이나 워드에 타자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2021년부터 나는 매일 시 한 편씩 블로그에 필사하였다. 시는 영감을 얻기에 가장 좋은 장르이다. 작년에는 이백의 한시 중에서 청소년에게 추천하면 좋은 시를 16편 소개하고 풀어쓰는 책으로 만들었다.
요즘 엄마는 성경책에 이어 내가 쓴 글을 필사하고 있다. 딸이 쓴 책이라고 정성스레 필사한다. 치매 예방에도 좋다면서 말이다. 나의 첫 독자는 엄마이다. 읽어주는 것만으로 고마운데, 필사까지 한다니 감동이다.
엄마의 사랑이 필사되고 있다.
2023년 9월 기록